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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의 기대와 아쉬움이 공존했던 전주성
- 출처:더스포츠|201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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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가 제주 유나이티드를 꺾고 리그 2위로 올라서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전북은 지난 2일(토)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3라운드 제주와의 홈 경기서 2-1 승리를 따냈다. 전반 14분 레오나르도, 24분 이동국의 연속 득점으로 32분 김호남이 추격골을 기록한 제주를 따돌렸다. 이날 전북은 신기할 정도로 상반된 전, 후반 경기 내용을 보였다. 전반전엔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의욕으로 ‘조기 퇴근’을 외쳤으나 후반전엔 뭔지 모를 답답함으로 전북 팬들 손에 땀을 나게 했다.
# 전화위복(轉禍爲福), 레오나르도의 등장
이날 영웅이 될 주인공은 전북 로페즈였다. 지난해 제주 유니폼을 입고 11골 11도움이란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전북 레이더망에 걸렸다. 그리고 친정팀을 처음 상대하는 로페즈는 무조건 득점을 올리겠다는 각오와 함께 제주감귤을 들고 익살스러운 도발을 펼쳤다. 하지만 로페즈는 출전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경미한 부상을 입어 주인공 없는 파티가 시작됐다. 로페즈가 없었으나 ‘대기표’를 쥔 선수들은 많았다. 전북 최강희 감독의 첫 번째 선택은 레오나르도였다. 레오나르도는 지난해 대부분의 경기를 선발로 출전하며 독보적인 주전이었으나 올해는 ACL 포함 단 1경기도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은 후반 중반 이후 상대의 떨어진 체력을 공략하는 데 레오나르도의 스피드가 제격이란 판단을 내렸다. 어떻게 보면 선수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선발 기회를 잡은 레오나르도는 죽을 각오로 제주전에 임해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왼쪽 측면을 지배하며 제주 수비수 배재우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특히 전반 14분 만에 멋진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이외에도 현란한 드리블로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줬고, 적극적으로 수비까지 가담해 미워할 수 없는 한국형 외국인 공격수였다.
경기 이후 레오나르도는 간절하면서 절박한 각오로 경기에 임한 소감을 밝혔다. “조커로만 쓴다는 것 자체가 선수로선 좋지 않다. 하지만 결정은 최고의 선택을 하는 감독님의 권한이다. 불만은 없다. 오히려 내게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개인 훈련을 통해 보강해왔다. 선발로 나서지 못해 자신감이 떨어졌었는데, 오늘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았다. 계속 선발로 나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 ‘9승 4무’, 제주엔 철옹성 같은 전주성
전주성은 단단했다. 제주가 넘어보려 발악했으나 끝내 전북 골키퍼 권순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전북 골대 또한 튼실한 점도 눈에 띄었다. 전북은 최강희 감독 부임 이후인 2005년부터 홈에서 단 한 번도 제주에 패배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 승리까지 포함해 9승 4무, 13경기 무패 행진이다. 이만하면 징크스가 맞다. 홈뿐만 아니라 원정에서도 기분 좋은 기억이 많다. 앞선 두 시즌 연속 우승을 확정한 곳이 제주월드컵경기장이다. 이제 시선은 두 팀의 다음 맞대결에 몰린다. 7월 16일(토)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격돌한다. 그때쯤이면 이근호, 문상윤을 영입해 ‘전북 출신’으로 재무장한 제주의 역습이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 최강희 감독 내쉰 한숨의 의미는?
전북은 제주를 꺾고 결과를 가져왔다. 순위도 2위까지 상승하며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하지만 경기 후 최강희 감독의 미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만큼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 내용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한숨은 최강희 감독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 또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식은땀을 흘렸다. 전북의 경기력은 완벽하지 않았다. 특히 전반전과 후반전에 180도 다른 모습이었기에 아쉬움이 더했다. 최강희 감독은 “올 시즌 우리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며 선수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이날 최강희 감독이 예상한 시나리오는 선발로 나선 선수들이 전반전을 대등하게 싸워주면 후반전 교체 카드를 활용해 승부를 보겠단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전반전에 일찌감치 두 골을 뽑아 기세를 올렸고, 원활하면서도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공격 패턴을 다양하게 가져갔다. 반면, 후반전에는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이것이 1골 차로 뒤진 제주의 공세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답답함이 눈에 보이는 전북이었다. 최강희 감독이 표현한 인터뷰가 가장 적합한 전북의 문제였다. “수비수들은 불투명하게 공을 처리했고, 공격수들은 영리함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니 주도권을 제주에 내줬다. 이런 경기를 너무 오랜만에 했다. 개선해야 한다.”
# ‘닥공’에 당당히 맞섰던 아름다운 패자 제주
제주 조성환 감독은 패배에도 당당했다.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을 테지만, 후회 없이 화끈하게 경기를 치른 선수들에게 긍정적 미래를 발견했다. 전북을 상대하긴 쉽지 않다. 수비진을 깊게 내리고, 숫자를 많이 가져가 역습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으나 제주는 자신들만의 색깔을 그대로 가져가며 당당히 맞섰다. 90분 내내 점유율도 제주가 우위를 점했다. 조성환 감독은 “초반에 실점해 큰 변화를 주지 못한 게 아쉽다. 그래도 실점 이후 선수들이 하려고 하는 의지를 보여줬다. 잃은 게 있으나 분명 얻은 것도 있다”는 경기 소감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오히려 제주의 색깔이 전북보다 더 짙게 나왔다. 정교한 패스 전개를 통해 수비를 흔들었고, 간결한 역습으로 결정적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었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도 만만치 않았다. 김호남은 수비수를 가볍게 따돌리고 정교한 슈팅을 날려 득점했다. 정영총과 김현도 가장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결정력만 따라줬더라면’이란 아쉬움이 생각나나 패배에도 움츠러들지 않은 당당함이 제주를 더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