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에 불어 닥친 세대교체 바람이 웨인 루니(30)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루니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지난 2004년 입단한 이래 매 시즌 두 자리 수의 득점을 올려왔고 통산 총 244골로 바비 찰튼(249골)에 이어 맨유 최다 골 2위를 달리고 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의 위상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16일 치러진 슬로베니아전을 통해 A매치 100경기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총 51골로 잉글랜드 A매치 최다 득점자에 오르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는 중이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맨유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10년 넘도록 이어져온 루니의 전성시대가 조금씩 저물고 있는 모양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계륵 
 
루니의 위기설은 지난해부터 제기돼 왔다. 소속팀에서의 부진이 발단이었다. 맨유의 루이스 판 할(64)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꾸준히 선발 출전했으나 15-16 시즌 전반기동안 리그에서 두 골만을 기록하며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후반기에는 부상이 루니의 발목을 붙잡았다. 루니는 지난달 선덜랜드와의 경기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고 아직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의외로 루니의 공백은 크지 않았다. 실제로 맨유는 루니 없이 치른 최근 8경기에서 4승 2무 2패를 거뒀다. 맨유의 올 시즌 행보와 비교해본다면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경기력 면에서도 긍정적이었다. 맨유는 루니가 빠지자 오히려 공격 전개가 원활해졌고, 결정적인 득점 기회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어린 선수들의 활약 덕분이었다. 루니가 부상으로 이탈한 사이 마커스 래쉬포드(18)가 출전 기회를 부여받았고 8경기에서 5골 1도움을 터트리며 차세대 공격수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앙토니 마샬(20)·제시 린가드(23)와 같은 선수들도 제 몫을 다했다.

급격한 세대교체로 루니는 팀의 계륵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 루니의 리더십과 풍부한 경험을 무시할순 없지만 올 시즌 리그에서 7골만을 올리고 있는 그의 득점력에 계속 의지할 수도 없는 상황. 맨유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 넘치는 잉글랜드의 최전방 자원 

이제 대표팀에서의 자리도 위협을 받고 있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의 해설위원 매트 르 티시에(47)는 “이제 루니는 잉글랜드 대표팀 선발명단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루니는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좋은 기량을 쭉 유지하지도 못했다. 또 부진에 빠지는 기간이 조금씩 길어지기까지 하고 있다”라며 비판을 가했다.

그의 말처럼 잉글랜드는 더 이상 루니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그를 대체할만한 쟁쟁한 공격수들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오는 27일과 30일 독일과 네덜란드와의 평가전에 소집된 공격수만 해도 해리 케인(22)·다니엘 스터리지(26)·제이미 바디(29)·시오 월콧(27)·대니 웰벡(25)으로 총 5명이나 된다. 

이들의 기량이 루니에 비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케인과 바디는 각각 올 시즌 리그에서 각각 21골과 19골을 터트리며 득점왕을 다투고 있고, 부상에서 돌아온 스터리지와 웰백도 최근 득점포를 재가동하며 녹슬지 않은 득점력을 뽐내고 있다.

이미 루니 없이 좋은 경기를 펼친 적도 있다. 잉글랜드는 지난해 10월 루니 없이 치른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와의 유로 2016 조별 예선에서 각각 2-0, 3-0 승리를 거뒀고, 루니의 공백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호지슨 감독은 여전히 루니를 향해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는 “루니가 최고의 기량을 회복할 수 없을 수도 있고, 우리가 다른 유형의 공격수를 필요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루니는 잉글랜드의 주장이며 우리는 그의 경험과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차후 대표팀 발탁을 암시했다. 

시선은 유로 2016으로 향하고 있다. 우려와 비난의 눈초리 속에서도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조차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한다면 루니의 시대는 이대로 막을 내릴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