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여 전만 해도 김진현은 아시아 최고를 가리는 무대의 결승전에 서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긴 공백을 깨고 돌아와 다시 경쟁해야 하는 수많은 선수 중 하나일 뿐이다. 김진현도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21일, 2016년 첫 국가대표팀(A대표팀) 소집이 있던 날, 김진현도 그곳에 있었다. 지난 1년간 부상으로 A대표팀에서 멀어져 있던 김진현으로선 오랜만에 태극 마크를 단 순간이었다.

약 2주 전 오사카에서 <베스트 일레븐(b11)>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진현은 “아시안컵 영광은 잊은 지 오래다. 오히려 아시안컵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게 힘든 시간으로 다가온 적도 있었다. 이후 정신적으로 흔들렸던 듯싶다. 부상 등이 겹치며 소속 팀에서도 힘든 시간이 있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잘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A대표팀에 돌아오고 싶은 마음을 늘 갖고 있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인터뷰를 했을 당시, 김진현은 세레소 오사카에서 연습 경기를 포함해 전 경기를 무실점으로 선방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린 상태였다. 그런 김진현의 모습을 놓치지 않은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A대표팀 감독은 그를 다시 슈틸리케호에 승선시켰다.

김진현으로선 의미가 꽤나 큰 소집이다. 멀어졌다고 생각했던 국가대표 수문장의 경쟁 안으로 다시 들어온 셈이다. 첫 훈련 후 가진 인터뷰에서, 김진현은 “다시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시안컵에서 주전으로 뛰었지만) 한 번도 (김)승규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동안 축구의 소중함 자체도 새롭게 알 만큼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이제 다시 기회가 주어졌으니, 최선을 다해 A대표팀 선전에 기여하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때는 A대표팀 붙박이 수문장으로서 슈틸리케호의 가장 유력한 주전 골키퍼였던 김진현이지만, 일년의 시간 동안 많은 상황이 변했다. 그 기간 김승규가 보다 많은 출전 시간을 받았고, 권순태·정성룡·조현우 등도 부름을 받았다. 또한 김동준과 같은 어린 선수들도 틈틈이 자리를 엿보고 있다.

김진현은 이 사실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미 오사카에서, “대한민국 골키퍼가 되기 위해선 경쟁은 필수다. 그 자리를 떠올렸을 때 당장 생각나는 이름만 5~6명이다. 그만큼 치열하다. 그렇지만 이 같은 경쟁이 있기에, 모두가 함께 발전하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는 김진현이다. 그리고 돌아온 김진현은 이제 그 경쟁 안에 다시 뛰어들었다. 아시안컵 붙박이 주전과 준우승의 영광은 이미 잊었다. 준비는 끝났다.

김진현은 “컨디션이 대단히 좋아서 오히려 걱정”이라며 각오를 불태운다. 새로운 출발선에서, 경쟁에 나선 김진현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