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동계 훈련 이전만 해도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의 고민은 많았다. 삼성이 수원의 모기업 제일기획을 외국계 기업에 매각한다는 설이 흐르는 가운데, 선수 영입도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라이벌 전북 현대와 FC 서울의 행보에 비하면 초라해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그랜드 힐튼 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미디어 데이서, 서 감독은 "염태영 수원 시장의 지원을 받는 수원 FC가 부럽지 않느냐"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시민 구단이라 시 지원이 많은 건 당연하다. 시장이 구단주라 당연히 애착을 갖고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지원이 줄어든 수원의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감독은 “힘들고 아팠다. 그런데 이 상황이 몇 년 흐르다 보니 이젠 적응이 됐다. 오히려 그 안에서 더 많은 걸 배웠다. 나쁜 조건 속에서 긍정적 부분을 많이 생각했다. 이겨 내고 팀을 만들어 온 게 몇 년째다. 내겐 큰 배움이다”라며 아쉬움을 속으로 삼켰다. 서 감독의 마음은 어려워진 현실에 부닥치고 침식되고 풍화돼 이제는 의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말을 그렇게 해도 걱정이 없을 순 없다. 지난 시즌 도중 정대세가 이탈하고 카이오와 일리안 등 외국인 농사가 실패하면서 생긴 최전방의 공백이 만만치 않다. 서 감독은 “스트라이커를 찾고 있다. 여러 상황상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여러 가지 복합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나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서 감독과 수원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있기 때문이다. 서 감독은 두 가지 원동력으로 서포터의 응원과 베테랑의 힘을 들었다.

매 경기 그들을 뒤에서 응원하는 서포터가 있기에 선수들이 안주할 수 없다는 게 서 감독의 이야기였다. 서 감독은 “조금만 못하면 팬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래서 선수들이 다른 팀에 있을 때보다 집중할 수밖에 없다. 선수들에게 동기 유발이 된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돌아온 베테랑에 대한 믿음이다. 수원은 지난해 염기훈·이상호·백지훈·곽희주 등 베테랑의 덕을 톡톡히 봤다. 수원 유스의 젊음과 베테랑의 노련함이 더해져 수원은 한 시즌을 무사히 날 수 있었다. 그런 수원에 올 시즌 또 다른 베테랑이 추가됐다. 앞서 언급한 노장들이 잔류한 가운데,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으로 날린 오장은이 재계약했고 이정수와 조원희가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이들을 보는 서 감독의 마음은 든든하기만 하다. 서 감독은 “한때는 우리의 우승 멤버였다. 그래서 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나이가 있는 선수들이 다시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에 다시 팀에 왔다고 본다. (이)정수 같은 경우도 더 좋은 조건에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에게 왔다. 뭔가 만들고 이끌고 싶을 듯싶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도 적잖이 (선수단에) 동기가 유발될 것”이라고 돌아온 노장들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들이 불러일으킬 나비 효과를 서 감독은 믿고 있다. 서 감독은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만들어 나간다면 더 큰 힘이 일어나지 않을까”라고 취재진에게 반문했다.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서 감독의 믿음은 그만큼 두터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