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 바디와 리야드 마레즈 말고도 레스터시티엔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들이 존재한다. 푸른 여우들의 우승 가능성을 진지하게 점칠 수 있는 것도 공격진의 고른 능력 때문이다.

28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의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2016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27라운드에서 레스터가 노리치시티를 1-0으로 꺾었다. 주전 공격수 바디가 풀타임을 소화하면서도 득점에 실패했지만, 대신 교체 투입된 레오나르도 우조아가 선제결승골을 득점했다.

이 경기로 승점 56점이 된 레스터는 구단 사상 1부리그 최고 승점 기록을 경신했다. 아직 27라운드를 치르지 않은 2위 토트넘홋스퍼와 승점차를 5점으로 벌렸다. 토트넘이 28일 밤 11시 5분에 시작되는 스완지시티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레스터는 우승을 향해 한 발 다가가게 된다.

바디가 11경기 연속골로 EPL 신기록을 세우는 동안 한 선수의 득점에 의존하는 팀처럼 인식됐던 레스터는 이후 다른 선수들이 득점에 가담하며 다양한 공격 루트를 갖춰나가고 있다. 골을 몰아치지 않고 매 경기 골고루 나눠 넣는 바디는 멀티골이 단 3차례(6골) 뿐이었고 나머지 13골은 한 경기에 한 골씩 성공시켰다. 득점한 경기는 16경기다. 그 중 승리한 경기는 10경기였다.

레스터는 노리치전 승리를 통해 시즌 16승째를 거뒀다. 바디가 골을 넣지 못할 때도 6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득점왕을 보유한 ‘돌풍의 팀’이 그 선수의 득점이 터지지 않을 때에도 꾸준히 승점을 따내고 있다는 건 의존도가 낮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기록이다.

바디는 골을 넣지 못한 경기에서 다른 방식으로 동료들의 공격을 도왔다. 이 6경기에서 2차례 동료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노리치전에서 직접 공격 포인트를 올린 건 아니지만 결승골을 넣은 우조아와 함께 골문 앞으로 쇄도했다. 바디가 크로스하는 선수와 가까운 쪽, 우조아가 먼 쪽으로 쇄도했는데 두 명 이상이 크로스를 받으려 할 때 위치선정의 정석이었다.

레스터는 득점 선두 바디, 14골을 넣은 리야드 마레즈에 이어 오카자키 신지 4골, 우조아와 로베르트 후트가 각 3골씩 기록하며 바디가 침묵했을 때의 공격 루트를 유지해나가고 있다. 특히 바디가 골을 넣지 못한 6경기에서 마레즈가 7골, 후트가 3골, 오카자키가 2골을 몰아쳤다. 주포가 봉쇄됐을 때 다른 선수가 득점할 방법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우조아는 지난 시즌 EPL 11골로 팀내 최다득점자였고 오카자키는 두 시즌 연속 분데스리가 10골을 넘긴 뒤 레스터로 이적했다. 둘 다 EPL 중위권 팀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지만 바디의 돌풍에 가려 있는 상태다. 우조아는 노리치전 후반 33분에 교체 투입돼 11분 뒤 득점을 기록했다. 선발과 교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공격 루트가 마련됐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된 유망주 윙어 더마리언 그레이도 득점에 가담할 능력을 갖췄다.

레스터는 3월 2일 열리는 웨스트브로미치전부터 비교적 쉬운 일정에 돌입한다. 3~4월에 갖는 8경기 중 비교적 어려운 경기가 5위 웨스트햄, 7위 사우샘프턴과의 경기인데 둘 다 홈 경기라는 점에서 선두 레스터의 승리가 더 유력하다. 우승 경쟁팀들이 각종 컵대회로 체력 부담에 허덕일 동안 EPL에만 집중할 수 있는 레스터가 승점을 벌린다면 5월에 열리는 세 경기 결과를 굳이 보지 않아도 레스터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까지 가능하다. ‘각국 1부리그 준우승 전문’으로 불려 온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에겐 가장 행복한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