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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우승 신태용호 “그래도 공격 축구 한다”
- 출처:한겨레|2016-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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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공격 축구를 선호할 것이다.”
3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레퀴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살 이하 챔피언십 결승 일본전 역전패(2-3) 뒤 기자회견. 패배가 아팠지만 신태용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일관되게 보여온 축구 철학을 굽히지 않았다. 신 감독은 “후반 1~2골을 더 넣었더라도 계속 압박했을 것”이라며, 이기는 상황에서도 잠그기에 들어가는 축구를 하지 않을 뜻을 강조했다.
올림픽축구대표팀은 이날 졌지만 멋진 기술 축구를 선보이며 축구팬들을 열광시켰다. 전반 20분 권창훈의 발리슛에 의한 선제골과 후반 3분 진성욱의 터닝슛 추가골, 여기에 지속적으로 일본 골문을 위협한 파상공세는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국내 축구팬들한테 신선한 광경이었다. 비록 후반 22분, 23분, 36분 세 골을 얻어맞아 늦은 밤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실망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가슴 한켠으로는 기술과 스피드, 공격 마인드를 갖춘 한국 축구의 가능성에 뿌듯함도 느꼈다.
이번 올림픽대표팀을 두고 ‘골짜기’ 세대라는 말을 한다. 스타급 선수들이 몰아서 등장하는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스타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고, 선수 자원의 기본기가 갖춰진 상황에서는 감독의 역량이 경기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올림픽대표팀의 여정이 그랬다.
신태용 감독은 “빠른 축구” “생각하는 축구” “공격 축구”를 내세웠다. 선수들은 공을 잡기 전에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고, 마음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공격수들도 수비에 가담하며 죽어라 뛰어야 한다. 이번 대회에 한국은 황희찬이라는 저돌적인 스타를 탄생시켰고, 한명의 공격수에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 미드필더들이 협력해서 만들어내는 승리 방정식을 개척했다.
그렇다고 이겼다고 잠그거나 물러서는 것도 극도로 꺼려했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이기도 하지만, 감독의 성향이 그랬다. 일본전 패배 뒤 신 감독은 “우리가 수비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 큰 대회일수록 수비가 중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세밀하고 조직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했다. 수비를 하면 실점을 줄일 수 있겠지만, 세계 축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수비만으로 될 수 없다. 세밀한 공격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날 경기는 초반 한국에게 유리했던 분위기가 후반 역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전반부터 한국에는 기회가 많이 났고, 선수들의 분위기가 고조됐다. 원래 한일전은 팽팽해야 하는데 초반부터 한국의 압도적인 우위로 진행되면서 선수들은 좀더 많이 뛰었다. 의욕은 좋았지만 후반 90분 휘슬이 울려야 경기가 끝나는 축구의 특성을 생각하면 에너지 소모를 줄여야 했다. 이와 관련해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서 뛰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점도 있다.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일전은 경기력 외에도 심리 변수가 작용한다. 더욱이 라이벌 일본은 언제든 반격을 해올 수 있는 상대다. 이런 팀을 상대로 우위를 차지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우세를 지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한국이 후반 중반까지 2-0으로 앞섰지만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것은 경험이나 노련미의 부족으로도 볼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은 “90분간 뛰면서 단 1%만 방심해도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표현했다.
대회는 끝났다. 우승컵을 들어올리려 했던 꿈은 사라졌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한 대회였다. 신태용 감독은 어려운 과정을 뚫고 한국에게 올림픽 8회 연속 진출권을 안겼고, 패스 축구의 진수를 선보였다. 축구가 재미있어졌다고 말하는 팬들이 늘었다. 신 감독이 말했듯이 2대1 패스나 3대1 패스의 공간 패스는 과거 투박했던 형태에서 기술 축구로 넘어가야 하는 한국축구의 미래형을 보여 주었다.
신태용 감독은 “일본 감독의 용병술이 뛰어났다고 칭찬하고 싶다”며 덕담을 한 뒤, “하지만 내용에선 한국이 압도했다. 실점한 건 나중에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일본을 만날 수도 있고, 더 강한 상대와 싸워야 한다. 쓰라린 패배가 값진 것은 다음에 이길 수 있는 전략의 매개가 되기 때문이다. 경쾌한 축구를 선호하는 신태용 감독은 최소한 초지일관하는 의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