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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월드클래스 도르트문트 상대로 얻은 것
- 출처:풋볼리스트|201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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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루시아도르트문트의 개인 기량과 조직력은 ‘건설 중’인 전북현대보다 여러모로 강했다. 이 정도로 강한 상대를 만났다는 건 전지훈련에서 쉽지 않은 기회다.
15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알 와슬 스타디움에서 친선경기를 가진 전북현대는 보루시아도르트문트에 1-4로 패배했다. 전술적 완성도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도르트문트는 이번이 첫 연습 경기였던 전북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도르트문트는 앞선 13일 분데스리가 14위팀 프랑크푸르트를 상대로 전북전보다 많은 후보 선수들을 선발로 내보내고도 4-0으로 승리한 바 있다.
더 강한 팀을 상대로 밀리며 경기하는 건 전북 선수들에게 흔치 않은 경험이다. 전북은 패배 속에서도 새로 합류한 김보경, 신인 명준재의 가능성을 봤다.
선발 라인업 : 정예 멤버의 격돌
두 팀 모두 정예에 가까운 멤버로 경기에 임했다. 전북이 영입한 센터백 임종은, 중앙 미드필더 김보경, 윙어 로페즈, 섀도 스트라이커 이종호가 눈에 띄었다. 김보경이 작년 내내 부상으로 고생한 이호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 고민을 해소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였다. 기존 주전 권순태, 이주용, 김기희, 최철순, 이호, 레오나르도, 이동국이 함께 선발 라인업을 이뤘다. 최강희 감독에게 가장 익숙한 4-2-3-1 포진이었다. 공격수 김효기와 신인 명준재, 이한도는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도르트문트는 로만 바이덴펠러에게 골문을 맡기고 수비진을 박주호,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 마츠 훔멜스, 우카쉬 피슈체크로 구성했다. 중원은 곤살로 카스트로, 율리안 바이글, 일카이 귄도간이 구성했고 공격은 헨리크 미키타리안,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마르코 로이스에게 맡겼다. 주전이 아닌 바이덴펠러, 박주호, 피슈체크, 카스트로가 투입됐지만 이들 모두 후보라기보다 주전급 기량을 지닌 로테이션 멤버다.
전반 : 도르트문트의 정상급 조직력, 전북은 배후를 내줬다
유럽 최고의 조직력을 가진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이제 손발 맞춘 지 한 달도 안 된 전북이 대등하게 경기하긴 어려웠다. 도르트문트가 앞서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반 4분, 로이스가 측면에 머무르지 않고 중앙으로 이동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북은 전반 10분 이주용의 크로스를 이동국이 헤딩으로 마무리해 동점을 만들었다.
전반 28분, 이날 전북의 가장 아까운 기회가 무산됐다. 레오나르도가 오른쪽 측면을 완벽하게 돌파한 뒤 낮은 패스를 내줬고, 로페즈의 헛발질에 이어 이동국이 침착하게 수비 한 명을 제친 뒤 슛을 날렸다. 그러나 두 번째로 달려든 수비의 블로킹에 막혔다. 로페즈가 공을 주워 다시 시도한 슛은 옆그물을 흔드는데 그쳤다. 오히려 도르트문트가 전반 42분 오바메양, 미키타리안을 거쳐 카스트로가 마무리한 효과적인 역습으로 점수차를 벌린 채 전반을 마쳤다.
전북은 전반 초반 적극적인 압박을 가장 큰 무기로 삼아 바이글, 귄도간 등 분데스리가 최고 패서들의 실수를 여러 차례 이끌어 냈다. 전투적으로 달려드는 이종호를 피해 공을 돌리면 예측력이 좋은 김보경이 공을 끊어내는 식으로 전북의 압박이 조화를 이뤘다. 그러나 그 반대 급부로 전북 수비의 배후 공간이 너무 넓었다. 도르트문트의 조직적인 4-3-3 전형 앞에서 전북이 공을 순환시키기 어려워했기 때문에 소유권을 오래 유지해지 못했고, 공격이 짧은 만큼 수비하는 시간은 길었다.
특히 도르트문트가 일단 전북 진영까지 진출하면 대부분 위협적인 기회로 이어졌다. 권순태의 연속 선방이 아니라면 더 많은 실점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카스트로는 평소 가가와 신지가 맡는 역할 그대로 수비시엔 중앙 미드필더, 공격시엔 한 칸 전진한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하는 임무를 매끄럽게 소화하며 전북 수비진을 괴롭혔다. 아직 몸이 덜 풀리고 다른 수비수들과 호흡도 맞지 않는 임종은에겐 가혹한 상황이었다.
후반 : 대각선 패스에 취약한 전북
최강희 감독은 후반전 들어 이동국 대신 루이스를 투입해 미드필더 숫자를 늘렸고, 이때부터 후반전 동안 전북 원톱은 이종호, 김효기 등 실험에 들어갔다. 도르트문트는 주전 멤버 가가와부터 18세 신인 크리스티안 풀리시치까지 다양한 선수를 투입하며 단 3명을 제외한 모든 선수를 교체했다. 주전급 멤버인 마티아스 긴터는 이번 시즌 포지션인 라이트백이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됐다. 토마스 투헬 감독의 실험에 따라 조직력과 개인 기량 모두 전반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밀리는 듯했던 도르트문트를 후반 8분 다시 살린 건 오랜만에 고국의 선수들과 상대한 박주호였다. 박주호는 페널티 지역 안으로 날카롭게 침투해 노마크 상태에서 공을 잡은 뒤 왼발로 마무리했다.
61분이 지나며 전북도 김효기, 장윤호, 정훈 등을 투입해 경기는 진검 승부보다 스스로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개돼 갔다. 경기가 느슨해져 가는 가운데, 도르트문트가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후반전에 투입된 가가와의 활약 때문이었다. 가가와는 60분 이후 양팀을 통틀어 유일하게 남아 있던 주전 미드필더였다. 왼쪽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공을 순환시키는 가가와가 도르트문트의 플레이를 더 매끄럽게 만들었다.
도르트문트가 점유율을 유지하는 틈을 타 전북이 몇 차례 위협적인 역습을 시도했지만 전반전만큼의 속도는 나지 않았다. 명준재가 두 차례 눈에 띄는 슛을 날리고, 레오나르도가 프리킥을 골문 구석으로 보내며 추격의 기회가 종종 찾아왔지만 늘 마지막 수비를 뚫지 못했다. 경기 종료를 5분 남긴 시점부터는 교체 멤버를 모두 소진한 가운데 김기희가 부상을 당해 10명으로 남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수적 열세에 몰린 전북은 추가시간에 들어선 뒤 기어코 한 골을 더 내줬다. 가가와가 왼쪽 측면으로 날카로운 대각선 전진 패스를 보냈고, 이 공을 받은 풀리시치가 깔끔하게 골망을 갈랐다. 박주호와 풀리시치의 골이 같은 패턴으로 터졌다. 전북은 페널티 지역 안에서 상대가 공격 방향을 전환할 때 쉽게 뚫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보경과 명준재의 좋은 예감
전반엔 김보경, 후반엔 명준재가 전북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들이었다. 김보경 특유의 성실성과 K리그 최고 수준의 전진 패스 능력은 약 1년 동안 유럽에서 부침을 겪은 뒤에도 떨어지지 않았다. 특유의 성실성도 여전했다. 한때 도르트문트 이적설이 있던 김보경은 자신을 원했던 팀을 상대로 능력을 입증했다.
이종호는 유명한 활동량으로 팀 플레이에 기여했으나 공격 상황에서의 호흡과 파괴력은 아직 보이지 못했다. 발이 엉켜 넘어지며 첫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임종은, 좌우 측면 중 어느 쪽에서도 온전히 편안해 보이지 않던 로페즈 역시 너무 강한 첫 상대를 만나 신고식에 가까운 경기를 했다.
고려대에서 이번 시즌 자유계약으로 합류한 명준재는 후반에 기민하고 과감한 플레이로 가능성을 보였다. 후반 27분 도르트문트 수비의 배후로 침투한 명준재는 레오나르도의 전진 패스를 받아 로만 뷔어키 골키퍼까지 제치고 슛을 날렸으나 골라인에서 걷어낸 수비수에게 막혔다. 후반 32분엔 공을 몰고 역습을 시작하려다 하프라인에서 그대로 슛을 날렸고, 비록 들어가진 않았지만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 냈다. U리그 MVP 출신 이한도는 중앙 미드필더와 오른쪽 수비수로 기용돼 가능성을 시험 받았다.
전북은 K리그 3연속 우승과 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목표로 올해를 준비하고 있다. 둘 중 더 어려운 대회는 ACL이다. 국내에선 만나기 힘든, 전북보다 개인 기량이 좋은 팀을 상대해야 한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개인 기량과 조직력을 겸비한 도르트문트를 상대한 경험은 나중에 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