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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별 네 개 명문에서 어쩌다 몰락했나?
- 출처:베스트 일레븐|201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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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챌린지 강등. 부산 아이파크로서는 설마했던 일일 것이다. 2015시즌 최악의 부진에 휩싸였다고 해도, 그래도 K리그 클래식 경력이 몇 년인데 하부리그 클럽과 직접적 맞대결에서 밀려 내려간다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수원 FC과 플레이오프에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의 유행어를 차용한 “드루와 드루와 살려는 드릴게”였다. 하지만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린 후 “살려주세요”라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을까 싶다.
어느날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봐야할까? 아니면, 단순히 불운했던 시즌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야 할 일일까? 유감스럽지만 둘 다 아니다. 가장 직접적 원인은 올 시즌 파행을 거듭했던 선수단 운영과 승리를 전혀 갈망하지 않은 선수들의 저조한 의욕임에는 틀림없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서 자동 강등당한 대전은 어쩔 수 없는 전력 차 때문에 내려가야 했던 팀이라면, 부산은 그냥 프로답지 못한 경기력을 남발하며 무너진 팀이었다. 구단 창단 후 역대 최악의 팀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이번 강등은 단순히 올 시즌 정말 못했다 정도로 마름질할 수 없다. 부산은 현대산업개발이 부산 대우 로얄즈를 인수했던 2000년부터 서서히 붕괴하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애당초 국내 경제를 이끌어가던 굴지의 그룹 대우만큼의 투자는 무리라는 건 모두가 안다. 대우 시절의 추억에 젖은 팬들이 대다수이라 그때 향수를 떨치는 게 매우 어려웠다는 건 사실이지만, 머리로는 이 사실을 모르는 부산 팬들은 없을 성싶다. 많은 이들이 적디 적었던 투자가 원인이라고 짚지만, 나올 구멍이 없는 투자 금액을 무작정 바라는 것은 사실 생떼다.
거론하고 싶은 대목은 팀 인수 후 운영 실태다. 부산의 지난 16년을 살피면 팬들이 자랑스레 떠올릴 만한 기억이 거의 없다. 표면적 성적부터 살피겠다. 2004시즌 FA컵과 2005시즌 전기리그 우승, 그리고 몇 차례 컵대회 준우승과 리그 6강 및 상위 그룹 진출이라는 성과가 있었다고 반박할지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다. 부산이 모기업 전환 후 리그 순위표 바닥을 훑은 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외려 더 많다. 올 시즌을 비롯해 간신히 꼴지를 모면한 시즌만 세 번이며, 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었던 시즌까지 합하면 여섯 차례다. 2005시즌 전기 리그 우승 이후 해를 넘겨 24경기 연속 무승에 시달렸고, 지금도 그에 버금가는 17경기 연속 무승에 허덕이고 있다.
그저 실력만 모자랐으면 다행이다. 파행 운영된 적도 무척 많았다. 사령탑 문제만 해도 그렇다. 리그 최다 타이기록이었던 24경기 연속 무승을 달성하자 이안 포터필드 감독은 도망치듯 팀을 떠났다. 2007시즌 앤디 에글리 감독은 북미 전지훈련 출발하는 날 마찬가지로 도망치듯 떠났고, 그해 영입했던 박성화 감독은 올림픽대표팀 사령탑 취임 때문에 단 보름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는 일이 있었다. 현재 홍콩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하고 있는 김판곤 당시 부산 수석코치는 어이없게도 단 한 번도 하기 힘들다는 감독대행을 부산에서만 세 번이나 해야 했다. 2013시즌을 앞두고는 멀쩡히 팀을 잘 이끌고 있던 안익수 감독을 타 팀에 내주는 모습을 보였고, 올해 역시 세 번이나 사령탑 체계가 흔들렸다. 언급한 사령탑 혼선은 모두 지난 10년 안에 일어난 일이다.
경기 외적으로도 엉망일 때가 많았다. 팀 닥터 폭행 사건, 구단 대표이사 성추문 논란, 소속 선수 숙소 절도 사건, 정민형 선수 자살 사건 등 다른 팀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정말 감추고 싶은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지는가 하면 2004시즌을 앞두고 느닷없는 연고 이전을 시도해 모기업 전환 후 인내를 갖고 팀을 지켜보고자 했던 수많은 팬들을 스스로 증발시켜버리는 어이없는 악수를 두기도 했다. 가뜩이나 저조한 성적 탓에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던 상황에서 팬들과 심각한 거리감을 자초한 것이다. 리그 최고의 인기구단 중 한 팀을 물려받고도 리그의 대표적 비인기구단으로 전락한 데에는 구단의 심각한 실책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강등을 통해 몰락의 방점을 찍은 부산의 지난 과거를 살피면 과연 이 팀의 운영 방향은 무엇인지, 이 팀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실책을 떠올리면 현재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몽규 구단주가 과연 이 팀에 대해 얼마나 애정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적은 투자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이토록 수많은 실책을 저질러 2부리그로 추락함은 물론 지역 사회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팀으로 전락한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해결책을 지금까지 전혀 내놓지 못했다. 지난여름 예산 부족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송구스럽다는 반응만 내놓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이제는 공허한 주장이 됐다. 올 시즌 부산보다 적은 예산을 쓴 광주는 K리그 클래식에서 살아남았고, 심지어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수원 FC와 직접 맞대결에서 패하며 강등당했다. 투자 금액의 많고 적음의 여부를 떠나, 팀이 무너지고 몰락하는 것을 지나치게 방관했다는 책임을 이제는 피하기 힘들다. 도리어 없는 살림을 쪼개어 십수년 팀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는 더욱 많은 관심과 애정을 팀에 쏟아야 했다.
부산은 이번 강등으로 많은 걸 잃었다. 기업 구단으로는 최초로 강등당했고, 대한축구협회 회장 소유 구단으로는 최초로 2부리그로 추락했다. K리그 출범 원년에 창단한 최초의 강등 팀이 됐으며, 사상 처음으로 K리그 우승 이력을 가진 팀으로서 2부리그로 내려앉는 굴욕을 맛봤다. 불명예 4관왕을 바라보는 부산 팬들의 시선은 더욱 험악해졌다. 어쩌면 다시는 경기장을 찾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팬들도 있을 수 있다. 이는 팀의 존립을 크게 위협하는 요소다.
부산은 이제 K리그 챌린지에서 뼈를 깎는다는 심정으로 팀 재건에 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단 인수 후 철저한 실패의 연속이었던 지난 15년을 아프도록 곱씹고 다시는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부산의 모기업 현대산업개발의 모토는 이노베이션이다. 그에 걸맞은 구단 재건 과정을 보여야만 잃어버린 부산 팬들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적당한 예산을 투입해 적당히 팀을 굴리면 된다는 안이했던 발상이 이런 비극을 만들었다는 걸 정몽규 구단주를 비롯한 많은 관계자들이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