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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감독이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
출처:베스트 일레븐|201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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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떠난다. 포항은 지난 29일 보도 자료를 통해 황 감독이 올해까지만 지휘봉을 잡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황 감독 거취와 관련해 무수한 추측과 보도가 나온 직후의 일이다. 이로써 황 감독은 이번 시즌이 끝난 후 5년 동안 지휘한 포항을 떠나게 됐다. K리그 클래식과 FA컵 우승 등 굵직한 족적을 남긴 황 감독이 물러나면서 K리그 전체가 좋은 감독 한 명을 잃게 됐다.

앞서 언급했듯 황 감독은 우리나라 프로축구 명가 포항을 이끌며 굵직한 족적을 많이 남겼다. 2013년엔 K리그 클래식을 제패했고, FA컵은 2012년과 2013년 거푸 석권했다. 2013년 포항은 리그와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더블 크라운’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우승 타이틀 외에도 이명주·김승대·손준호 등 포항 출신 유스를 프로답게 성장시켰고, 지난해에는 단 한 명의 외국인 선수도 쓰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단단한 축구를 보여줬다.

그런데 이런 업적들보다 더 중요한 유산이 있다. 바로 40대 감독들의 전성시대를 열었다는 점이다. 황 감독은 2007년 12월 부산 아이파크 감독으로 취임하며 사령탑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40대 감독은 없었다. 현재 K리그 클래식 최고령 사령탑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도 젊은 편이었다. 차범근·허정무·조광래 등 1986 FIFA(국제축구연맹)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했던 50대 감독들이 주류였다. 그에 비하면 황 감독은 햇병아리였다.

그런데 그 햇병아리가 병들거나 다치지 않고 잘 자랐다. 부산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황 감독은 2010년 11월 포항으로 적을 옮기면서 능력을 펼치기 시작했다. 황 감독은 포항 부임 첫 시즌인 2011년 정규 리그 2위, 챔피언십 3위, FA컵 4강 등의 놀라운 성과를 일궜다. 2012년에는 앞서 언급한 FA컵 우승을 차지했고, 정규 리그에서도 3위를 기록하는 좋은 성적을 냈다. 감독으로서 능력을 유감없이 뽐낸 것이다.

황 감독의 활약은 축구계가 40대 젊은 감독들에 대한 기대감을 품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에 40대 감독들의 지도자 데뷔가 러시를 이뤘다. 2011년 4월 감독 대행 자리에 오른 최용수 FC 서울 감독은 K리그 클래식 대표 감독이 됐고, 2012년 12월 수원 삼성에 부임한 서정원 감독도 벌써 세 시즌 째 거함을 이끌며 능력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열두 팀 중 아홉 팀 사령탑이 40대일만큼 젊은 지도자가 K리그의 대세가 됐다.

황 감독이 남긴 이 유산이 칭찬받아야 할 이유는 이처럼 ‘지도자 세대 교체’를 이끈 기수 역을 했기 때문이다. 황 감독 등장 이전만 하더라도 우리 프로축구는 1950년대 태어나 1970~1980년대 선수로 활약한 이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들 대부분은 선수 시절 대단한 스타플레이어였고, 지도자가 된 이후에도 빼어난 역량을 보였다. 그런데 이들의 활약이 길어지면서 이후 세대가 지도자로 도전하고 성장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 세대가 1960년대 태어나 1980~1990년대 선수 생활을 했던 이들이다. 이때도 많은 스타플레이어가 있었지만, 바로 앞 세대의 집권이 길어지면서 지도자로서 성장할 틈을 찾지 못했다. 황 감독은 그랬던 시기에 지도자 세대 교체 바람을 일으킨 인물이었다. 황 감독의 활약으로 젊은 지도자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고, 결국 그 재평가가 오늘날 젊은 감독 전성시대를 만든 원인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젊은 지도자가 무조건 좋다는 건 아니다. 노 감독들이 해야 할 몫도 분명 있고, 그들의 경험과 역량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뭐든 때를 놓치면 성장할 수 없는 법이다. 한창 지도자로 도전하고 부닥쳐야 할 때를 놓쳤다면 우리는 ‘감독 황선홍’이나 ‘감독 최용수’ 같은 훌륭한 젊은 지도자를 만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황 감독이 5년 동안 포항에서 남긴 유산 중 가장 중요한 것, 바로 지도자 세대 교체를 이끌어 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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