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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축구의 고속성장, 위협인가 기회인가
출처:서호정 칼럼|201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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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적인 치우미,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 불법도박에 의한 승부조작.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중국 축구가 가졌던 이미지의 대부분이었다. 지금 중국 축구는 변하고 있다. 수백만 달러 연봉의 슈퍼스타와 월드컵을 제패한 유명 감독, 유니폼을 입고 일사불란하게 응원을 하는 서포터즈, 아시아 무대에서의 성과까지. 변화의 바람이 부는 진원지는 자국 프로축구인 슈퍼리그다. 빠른 성장으로 미국과 맞설 수 있는 힘을 지닌 중국은 이제 양질의 컨텐츠를 갖는 데 집중하고 있고, 축구는 그 선봉에 서 있다. 유럽을 비롯한 축구의 중심은 이제 아시아의 서쪽이 아닌 동쪽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 시진핑을 만나 드디어 일어서다

중국 슈퍼리그는 이미 지난 2012년 한 차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첼시에서 뛰던 니콜라 아넬카와 디디에 드로그바가 상하이 선화에 동시 입단한 것. 그에 전후해 프레데릭 카누테, 세이두 케이타, 야쿠부 아예그베니, 파비오 호쳄바크, 즈베즈단 미시모비치 등 유럽 축구에 꽤 큰 흔적을 남긴 선수들이 슈퍼리그에 입성했다. 드로그바와 아넬카는 결국 연봉이 체불되며 상하이를 떠나야 했지만 중국 축구계가 지른 돈의 규모는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아시아의 맨시티’로 불리며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써서 자국의 국가대표급 선수와 남미의 특급 선수들을 모은 광저우 헝다는 2013년 마르첼로 리피 감독과 함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성공하며 투자의 성과를 냈다. 그 성공을 본 중국 내 거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슈퍼리그에 뛰어들며 제2의 광저우 헝다가 탄생하고 있다.

올 여름 다시 한번 특급 스타들이 중국으로 몰리고 있다.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이 물러나고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부임한 광저우 헝다는 토트넘의 파울리뉴를 영입했다. 브라질 국가대표로서 수년간 화려한 커리어를 쌓은 파울리뉴는 200억원이 넘는 이적료를 기록하며 광저우로 왔다. 3년 전 쓴 맛을 봤던 상하이 선화는 새로운 구단주와 함께 재건을 외치며 뎀바 바, 모하메드 시소코를 영입했다. 스좌장 융창은 포르투갈 국가대표 미카엘에 이어 아이더 구드욘센까지 데려왔다. 호비뉴 역시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감독들도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중이다. 축구사에 길이 남을 명장인 리피 감독이 광저우 헝다의 수준을 높여놨고 그 후임을 칸나바로, 스콜라리가 이었다. 스벤 예란 에릭손(상하이 상강), 코스민 콘트라(광저우 푸리), 그레고리오 만사노(베이징 궈안), 쿠카(산둥 뤼넝) 등 유럽과 남미를 가리지 않는 빅네임들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동에서나 볼 수 있었던 현상이 중국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이상 열기로 표현되는 중국 축구의 최근 흐름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높은 관심을 만나며 한층 거세졌다. 축구광으로 알려진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축구굴기를 강조하며 국가 경쟁력 차원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보였고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굴기(屈起)라는 표현 그대로 권력자의 높은 관심을 만나며 중국 축구가 드디어 일어선 것이다. 축구굴기는 축구를 즐기는 인구를 확대하고, 일류 프로팀을 육성해, 아시아 최고이자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대표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축구를 초등학교, 중학교의 필수 과목으로 택하고 전국에 2만개의 축구 특색학교를 만들어 인재를 키우겠다는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권력자의 성향에 따라 한 분야가 흥망성쇠하는 것은 한국에서도 80년대에나 보던 현상이지만 중국은 공산당의 사실상의 일당 체제기 때문에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시진핑 주석은 연임이 가능한 2022년까지 현재의 절대 권력을 합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중국 내의 관영, 민영 기업들은 정치적 비호를 받기 위해 그들의 취향에 줄서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중국 내 거대 기업들이 축구에 천문학적인 돈을 쓰는 이유다. 현재 슈퍼리그 각 팀의 모기업들은 대부분 건설, 부동산, 유통 등 국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산업 영역이 많다. 시장경제를 도입하긴 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 체제기 때문에 개발을 위한 토지 임대 등에서 정부의 불하를 받아야 한다. 광저우 헝다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것은 축구의 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2010년 2부 리그에 있던 팀을 인수한 뒤 거액을 쏟아 유례 없는 성과를 낸 헝다그룹의 쉬자인 회장은 전국인민대표대회(양회)에서 상공위원으로 발탁되며 정치적 성공도 맛봤다. 이런 케이스를 쫓아 중국 내에 존재하는 무수한 기업가들이 축구에 적극적인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 사상누각인가, 고속성장인가?

정치적 성향을 좇은 이 같은 투자에 불안한 시선도 있다. 정치로 꽃을 피운 축구판이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것도 정치적 상황에 의해서기 때문이다. 일례로 광저우 헝다 이전에 최강자로 군림했던 다롄 스더는 후견인이었던 보시라이 천 충칭시 당서기가 부패 혐의로 실각하자 재정 지원이 사라져 결국 공중분해되는 상황을 맞았다. 많은 돈이 몰리다 보니 실제 가치보다 거품이 끼는 인플레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중국 국가대표 미드필더인 쑨커는 최근 장쑤 순티엔에서 톈진 테다로 이적하며 120억원 가량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올해 초 아시안컵에서 활약한 젊은 선수긴 하지만 중국 자국 내 이적에 100억원이 넘는 이적료가 발생한 건 놀라운 일이다. 2년 전 손흥민이 함부르크에서 레버쿠젠으로 이적할 때 비슷한 금액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유럽 내에서 높은 인정을 받아야 가능한 금액이 아시아, 그것도 중국 내에서 이뤄졌다. 외국인 보유 한도가 있는 상황에서 성적을 내려면 양질을 자국 선수를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대다수의 국가대표가 광저우 헝다, 베이징 궈안, 장쑤 순티엔 등 몇몇 팀에 몰려 있다 보니 이적시장에 나오는 선수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몸값이 치솟을 수 밖에 없다. 외부의 객관적 평가보다 높은 내부 경쟁의 열기로 가치가 매겨진 것이다.

중국 축구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자금 흐름은 인플레를 만들어 냈다. 이 거품이 언젠가 꺼지게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현재의 고속성장이 사상누각으로 표현되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또 다른 견해도 있다. 중흥기를 연 계기가 정상적이지 않지만 중국 축구가 그것을 감당할 그릇을 지니고 있다는 것. 중국 스포츠 산업의 잠재력은 거대하다. 이미 200조 규모를 넘어섰고, 2025년에는 800조 규모로 예상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과 중국 정부는 그 중심에 가장 세계적인 스포츠로 통하는 축구를 세운 것이다. 개발의 시대를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숙제가 된 시진핑 체제에서 스포츠의 가치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어느 때보다 높은 국가적 관심 속에서 중국 축구는 가장 큰 문제였던 승부조작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미 축구협회를 강력하게 개혁했고, 승부조작 가담자들이 단호한 처벌을 받은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슈퍼리그는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는 중이다. 리그 평균 관중은 2014년 1만8,986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현재까지 2만3,101명을 기록해 전년 대비 21.6%가 증가했다. 이 추세면 분데스리가,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 세리에A에 이은 세계 5위 수준이다. K리그는 1부 리그인 K리그 클래식이 지난 시즌 7,931명의 평균 관중을 기록했다. 올해는 광저우 헝다가 경기당 4만4,738명의 평균 관중을 기록 중이다. 충칭 리판, 베이징 궈안도 평균 관중 4만명 내외를 기록 중이다. 허난 전예에서 뛰고 있는 정인환은 “홈 개막전 때 4만명이 왔길래 K리그처럼 개막전에만 몰린 열기인 줄 알았는데 그 뒤에도 꾸준히 관중이 차고 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베이징 궈안의 하대성도 “열기가 엄청나다. K리그는 주중, 주말 관중의 편차가 높은데 여기는 그런 것도 없다. 요즘은 젊은, 가족 단위의 팬층이 늘어나면서 분위기가 점점 유럽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중국 축구의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관찰해 온 최강희 감독은 “예전에는 경기에 지면 팬들이 물병을 던지고 난리를 쳤는데 요즘은 차분한 모습이다. 져도 박수를 보낸다. 베이징의 경우 평균 관중이 4만에 육박한다고 하더라. 1경기 입장 수입만 12억원이다. 절대 사상누각이 아니란 얘기다”라고 말했다. 올림픽 등 메인 이벤트를 치른 경기장이 아니면 낙후된 시설이 많은 현실에도 이 정도 열기를 보인다는 것은 월드컵 개최 등을 계기로 인프라가 더 발전하면 한층 더 올라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외국인 선수와 외국인 감독을 영입한 효과도 경기력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명 외국인 감독은 시스템을 재편하고, 팀 훈련 프로그램을 유럽 최상위 클럽 수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수준 높은 선수들과의 훈련과 경쟁은 자국 선수들의 수준을 덩달아 올리는 계기가 됐다. 정인환은 “우리 팀 같은 경우는 외국인 선수의 능력에 기대기보다는 팀 조직력을 완성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대성은 “좋은 외국인 감독과 선수들이 꾸준히 오면서 선수들에게 자극을 준다. 젊은 선수들이 따라가려는 게 눈에 보인다”며 변화하는 분위기를 감지했다. 최강희 감독도 동의했다. “베이징이나 광저우 같은 정상급 팀들은 밸런스가 아주 좋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중국 클럽들의 선전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성과는 결국 대표팀에도 좋은 작용을 한다. 중국은 올해 초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비록 8강에 그쳤지만 조별리그에서 달라진 경기 내용과 스타일을 보여주며 주목 받았다.

■ 위협을 어떻게 기회로 바꿀 것인가?

중국 축구의 이러한 분위기는 인접한 한국에도 자연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은 선수 유출에서 느낄 수 있다. 능력 있는 선수들이 일본, 중동을 거쳐 최근에는 중국으로 나가는 것이 주요 흐름이다. K리그에서 검증이 된 한국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을 거액의 이적료와 연봉으로 데려가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하대성, 박종우, 김주영, 정인환, 임유환이 슈퍼리그로 갔다. 에닝요, 데얀, 이보, 에스쿠데로 등 외국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장현수, 조용형, 조병국 등 다른 리그에서 뛰던 한국인 선수도 중국 무대로 건너 갔다. 최근 K리그 내의 자금 사정이 막히자 연봉 등에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한국 선수들은 자연히 비슷한, 혹은 더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무대로 향하는 상황이다. 홍정호, 박주호 등 유럽에 진출해 있는 한국 선수들에게까지도 손이 뻗치고 있다. 최근에는 최용수 감독이 장쑤 순티엔으로부터 20억원이 넘는 연봉에 제의를 받아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능력이 있다면 어느 분야를 가리지 않고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돈의 흐름은 강하다. 그 흐름을 따라는 선택을 비판할 수도 없다. 유럽 클럽들마저 프리시즌 투어를 중국으로 향하는 것은 돈의 힘이다. 한국의 인적 자원이 대거 중국으로 향하는 것은 한국 입장에서 분명 위협이고 위기다. 하지만 돌려 말하면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뺏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전략적으로 보낼 것인가로 태세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중국이 아시아쿼터 선수로 한국 선수를 선호하는 것은 확실한 경쟁력의 우위를 느끼기 때문이다. 정인환은 “한국 선수들은 성실하고 포기를 하지 않는다. 구단과 지도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한국 선수들의 경쟁력을 소개했다. 한국 선수가 지닌 경쟁력이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인적 자원으로서 우위를 말한다. 유럽의 포르투갈이나 네덜란드처럼 셀링리그로 전락하는 것이냐는 반감도 살 수 있지만 모든 면에서 한국 축구의 4~5배에 달하는 중국 축구로 끌려가는 현실을 외면할 순 없다. 결국 가게 되는 상황이라면 하나의 전략이 될 필요가 있다. K리그는 최근 내부에서의 자금 흐름이 끊기며 위기를 맞고 있다. 이것을 중국 시장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면 분명 기회가 될 수 있다. 인력을 보내는 것을 통해 관계를 돈독히 하며 그 다음의 이익도 추구할 수 있다. 선수 발굴과 육성, 리그 운영, 교육 등 시스템 강화에 대한 노하우도 충분히 중국 축구에 수출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A3컵이나 한중 올스타전을 개최하는 등 접촉 면을 넓힐 필요가 있다. 최강희 감독은 “마냥 평가절하할 게 아니다. 지금 추세가 계속 되면 일본, 한국 모두 추월 당하는 건 수순이다. 질투할 게 아니라 우리가 중국의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이용할 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라며 시선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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