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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 국내
잇몸이 이가 되는 슬픈 수원의 아이러니
출처:베스트 일레븐|201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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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빠져서 잇몸으로 씹는데 이상하게 잘 씹힌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수원 삼성의 아이러니다.

서정원 감독이 이끄는 수원이 이번 시즌 두 번째 슈퍼 매치를 무승부로 장식하며 전북 현대에 이어 리그 2위 자리를 지켜 냈다. 수원은 27일 오후 5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18라운드 경기에서 서울과 0-0 무승부를 거뒀다. 통산 74번의 슈퍼 매치 역사상 세 번째 무승부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얻어낸 값진 무승부다. 최근 수원의 스쿼드는 계속해서 이탈자가 발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원이 풍부한 측면과 달리 최전방과 3선은 아사 지경이다. 최전방 공격수는 카이오의 부상으로 정대세가 유일하다. 3선은 더욱 심각하다. 오장은과 김은선의 부상으로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단 한 명도 없다. 간간히 대타로 나서 원 볼란치 역을 수행했던 오범석은 경고 누적으로 이날 경기에 뛰지 못했다. 서 감독이 센터백 조성진을 원 볼란치로 올린 이유다.

서 감독이 애초에 원해서 시도한 변화는 아니다. 김은선이 있었다면 다른 선수들의 포지션을 바꿀 이유가 없다. 이번 시즌 수원은 이러한 상황들이 많다. 개인 포지션뿐만 아니라 팀 전체의 시스템도 자주 바뀐다. 치아가 빠지며 어쩔 수 없이 잇몸으로 씹게 된다. 서 감독은 “항상 경기마다 시스템이 달라진다. 상대에 따른 이유도 있지만 우리 멤버들이 많이 바뀌어 시스템도 자주 달라진다”라고 현재 수원이 처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조성진의 원 볼란치 기용 역시 처음엔 생각지 못했다. 서 감독은 “동계 훈련서 9경기를 하면서도 스쿼드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다. 분명 실전에 접어들면 힘든 상황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최대한 선수들을 멀티 포지션으로 돌리려는 생각을 갖고 지금 대처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조성진을 올린다는 생각을 그때는 안했었다. 김은선과 오장은이 모두 다칠 줄 알았겠나. 투 톱을 상대로 한 명의 볼란치는 있어야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오범석을 원 볼란치로 썼던 이유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잇몸의 악력이 장난이 아니다. 분명 신경이 아리고 피가 날 법한데도 꽤나 잘 버텨주고 있다. 사실 잇몸에 대한 의심을 서 감독도 했다. 조성진이 지난 전북 현대전에 원 볼란치 구실을 잘 했다고 해서 슈퍼 매치까지 잘할거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조성진을 올릴 시 서울의 빠른 발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다. 하지만 서 감독은 “속도에 대한 문제도 생각은 했다. 하지만 조성진은 수비 맥을 잘 잡고 볼을 쉽게 잃지 않는다. 빌드업도 나쁘지 않다. 뒤에 센터백이 둘 있으니 그 앞에 둬도 괜찮을거란 생각을 했다”라고 조성진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결국 이런 믿음은 결과로 돌아왔다. 조성진은 슈퍼 매치에서 영리한 커팅과 위치 선정으로 서울의 공격 줄기를 끊어 냈다. 특히 발이 빠른 고요한은 조성진의 노련한 수비에 힘을 쓰지 못하며 후반에 교체 아웃됐다. 조성진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온 두 경기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개인이든 시스템이든 변화가 지나치면 좋지 않다. 왼쪽 풀백인 홍철과 신세계를 왼쪽에 나란히 기용하는 선택은 직전 라운드에서 성공했지만 이날은 실패로 귀결됐다. 이외에도 올 시즌 수원은 선수 부상 등으로 말미암아 타의에 의해 변화를 주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나름 순항하고 있는 수원의 ‘웃을 수 없는’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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