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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포항vs최강희 전북,모리뉴와 벵거의대결
출처:베스트 일레븐|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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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천적 관계에 놓인 팀들이 있다. 황선홍 감독의 포항 스틸러스와 최강희 감독의 전북 현대의 관계도 어떤 면에선 그러하다. 황 감독이 2010년 11월 포항에 부임한 뒤로 전북은 토너먼트 대회에서 유독 포항에 약한 면모를 보였다.

K리그에선 엇비슷했다. 황 감독의 본격 첫 시즌인 2011시즌 이후 전북은 포항과 리그서 열여섯 차례 만나 6승 3무 7패를 기록했다. 이흥실 감독 대행 시절(2012시즌, 포항전 1승 3패)와 파비오 감독 대행 시절(2013시즌 상반기, 1무) 기록을 빼면 5승 2무 4패로 최 감독이 근소하게 앞선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토너먼트 성격의 대회에선 유난히 포항에 약한 전북이다. 최 감독의 전북과 황 감독의 포항은 2012시즌 이후 토너먼트에서 네 차례 맞붙었다. 전북이 네 차례 모두 지며 FA(대한축구협회)컵과 AFC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를 제패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공교롭게도 2012시즌과 2013시즌 FA컵에서 전북을 꺾은 포항은 FA컵 2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두 감독의 역학 관계는 컵 대회에서만큼은 조제 모리뉴 첼시 감독과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의 그것과 비슷하다. 전자가 황 감독임은 물론이다. K리그 두 명장의 컵 대회 대결을 되돌려 봤다.



2012시즌: 포항 징크스의 전조 - 포항 우세(FA컵 1승)

황선홍 감독의 포항과 최강희 감독의 전북은 2013년에야 FA컵서 첫 만남을 가졌다. 사실 2011시즌에도 만남의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전북이 16강전서 부산 아이파크에 일격을 맞으며 맞대결이 무산됐다. 당시 포항은 준결승까지 진격했다. 그러나 포항의 진격은 4강전에서 멈췄다. 황 감독의 초보 운전은 신태용 감독이 이끈 성남 일화에 길이 막혔다. 포항이 성남에 0-3으로 졌다.

2012시즌 FA컵에선 황 감독의 포항과 이흥실 감독 대행의 전북이 맞붙었다. 포항은 2012년 8월 1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제17회 하나은행 FA컵 8강전서 최 감독이 A대표팀 차출로 빠진 전북을 만나 짜릿한 3-2 역전승을 거뒀다. 당시 포항은 이동국에게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하지만 ‘컵 대회 사나이’ 노병준이 7분 만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놓더니, 전반 38분 수비수 김광석의 골로 역전에 성공했다. 전북은 후반 17분 서상민이 다시 2-2를 만들며 연장전 분위기로 몰아갔다. 그러나 포항엔 ‘황카카’ 황진성이 있었다. 황진성은 후반 29분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결승골을 터트리며 포항을 4강에 올려놓았다. 베테랑 파워에서 앞선 포항이었다.

전북을 꺾은 포항의 사기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포항은 4강전서 제주 유나이티드(2-1 승), 결승서 경남 FC(1-0 승)를 연거푸 꺾고 FA컵을 차지했다.

2013시즌: 복수에 실패한 전북 - 포항 우세(FA컵 1승)

전북은 이듬해 FA컵 결승서 포항을 만나 설욕을 노렸다. 왕이 없는 틈을 타 침략에 성공한 ‘황선대원군’을 향한 ‘강희대제’의 진짜 복수전이었다. 2013년 10월 19일, 장소는 전주성(전주 월드컵경기장)이었다. 직전 시즌보다 강해진 전북은 결승을 향해 힘차게 진격했다. 황선대원군이 이끄는 포항 역시 건재함을 자랑하며 결승에 올랐다. 2010년대 프로축구를 양분한 두 팀 답게 힘겨루기는 팽팽했다. 포항은 신예 김승대가 전반 24분 장군을 불렀다. 이에 전북은 9분 뒤 김기희가 멍군을 놓으며 균형추를 맞췄다.

양 팀의 치열한 승부는 연장전을 지나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전북은 1번 키커 레오나르도와 2번 키커 케빈이 나란히 실축했다. 전북이 가장 믿었던 키커들이었다. 포항도 첫 번째 키커 이명주가 실축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킥을 성공시키며 승부차기서 4-3 승리를 거뒀다. 포항은 지난해에 이어 FA컵 2연패와 통산 네 번째 우승이란 업적을 달성했다. 결승서 눈부신 선방을 펼친 신화용은 대회 MVP(최우수선수)를 차지했다.

한편, 같은 해 ACL에서 포항은 우즈베키스탄의 강자 분요드코르와 중국 슈퍼리그 베이징 궈안에 밀려 조별 라운드 3위에 그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전북은 16강에 오르긴 했지만 가시와 레이솔에 1-2차전 합계 2-5로 패하며 굴욕을 맛봤다. 두 팀의 ACL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2014시즌: ACL서 이어진 징크스 - 포항 우세(ACL 2연승)

2014시즌은 직전 시즌과 반대의 양상이 펼쳐졌다. 두 팀은 FA컵에선 행보가 엇갈렸다. 포항은 7월 11일과 16일 열린 16강 두 경기에서 FC 서울에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반면 전북은 강릉시청을 꺾고 4강에 올랐다. 하지만 준결승서 성남 FC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성남은 내친김에 결승서 서울에 승부차기 끝에 극적 승리를 거두며 시민 구단 사상 최초로 FA컵을 들어 올렸다.

전북과 포항은 이 시즌엔 FA컵이 아닌 ACL에서 경쟁했다. 포항이 세레소 오사카(일본)·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산둥 루넝(중국)이 속한 E조를 무패(3승 3무)로 통과해 1위를 차지하고, 전북이 광저우 헝다(중국)·멜버른 빅토리(호주)·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로 편성된 G조서 광저우에 밀려 2위가 되면서 또 한 번의 컵 대회 매치업이 성사됐다. 한국 축구로선 같은 팀이 16강서 만나 손해였지만, 스토리와 흥행성은 충분한 경기였다.

전북의 토너먼트 포항전 징크스는 ACL(5월 6일·13일)에서 이어졌다. 전북은 포항을 홈으로 불러들여 1차전을 치렀다. 승부는 예상대로 팽팽했다. 양 팀은 득점 없이 전반을 마쳤다. 균형은 후반 9분 전북의 신예 이재성의 발끝에서 깨졌다. 하지만 포항의 뒷심은 여전했다. 포항은 4분 뒤에 손준호가 동점골을 넣은데 이어, 후반 29분 고무열이 결승골을 터트리며 원정에서 1승을 가져갔다. 하지만 황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전혀 방심한 기색이 없었다. 무승부는 없다는 각오로 포항서 열리는 2차전을 준비했다. 전북은 무조건 승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포항은 경기 시작 6분 만에 김승대가 넣은 선제골을 잘 지켜 전북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2015시즌: 뒤바뀐 처지, 블록버스터의 결말은?

이번 시즌 두 팀의 상황은 지난해와 정반대다. 지난해 ACL 16강 1차전을 앞둔 5월 5일을 기준으로 2014 K리그 클래식 선두는 포항(승점 22점), 2위는 전북(승점 20점)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전북은 더 강해진 위용을 뽐내고 있다. 17라운드가 종료된 현재 2위 수원 삼성과 승점 7점 차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에두라는 득점원의 가세가 든든하다.

포항은 전북과 10점 차로 3위에 랭크돼 있다. 시즌에 앞서 야심 차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 3인방(모리츠·라자르·티아고)가 아직 터지지 않고 있다. 고무열·문창진 등 어린 선수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시즌 초반 힘이 된 이광혁이 올림픽대표팀에서 갈비뼈 부상을 안고 돌아왔다. 손준호의 초반 상승세도 조금 잦아들었다. 1년 만에 뒤바뀐 상황이 24일 저녁 7시 30분부터 포항 스틸러스에서 상영되는 블록버스터의 결말을 어떻게 이끌어 낼지, 축구팬들이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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