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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문율 논란’, 정답은 없고 상처만 있다
출처:MK 스포츠|201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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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의 ‘불문율’ 논란이 뜨겁다. 부산을 찍고 대전으로 옮겨 붙었다. 스포츠에서 불문율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도대체 어디까지가 정도일까. 정답은 없고 상처만 남는 도돌이표 싸움이다.

지난 23일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린 수원구장. 시즌 개막 이후 첫 만원 관중이 몰린 경기가 끝난 뒤 볼썽사나운 장면이 불거졌다. 경기를 마친 kt와 한화 선수들이 신경전을 벌이며 충돌한 것. 흥분한 선수들 사이에는 욕설이 오갔고 물리적 충돌까지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 나왔다.

kt의 판단은 한화가 두 가지 불문율을 어겼다는 것. 사실상 승부가 기운 9회 5점차 승부서 리드를 잡은 한화가 무관심 도루에 이어 투수 3명을 투입한 것에서 비롯됐다.

 

 

한화는 9회초 1사 후 볼넷으로 출루한 강경학이 김경언 타석 때 2루 도루를 시도해 성공했다. kt 내야진은 상대의 도루에 전혀 대비를 하지 않았다. kt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논란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한화가 kt를 자극한 사건은 또 이어졌다. 9회말 아웃카운트 하나당 투수 한 명을 썼다. 박정진은 9회말 장성호를 내야땅볼로 잡아냈다. 경기 종료까지는 아웃카운트 2개만 남겨둔 상태. 이때 한화 벤치가 움직였다. 박정진 대신 김민우를 마운드에 올려 김상현을 삼진 처리한 뒤 다시 김민우를 윤규진과 교체해 대타 문상철에 2루타, 대ㅏ 김진곤을 뜬공으로 잡아 경기를 끝냈다. 이날 1군 등록된 김민우와 윤규진을 시험 등판시킨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오해의 소지는 있었다.

kt 선수들은 결국 경기가 끝난 뒤 불만을 표출했다. kt 주장 신명철이 한화 선수들에게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 욕설이 오간 신경전으로 번졌다.

불문율 논란의 본질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스포츠 정신과 패자에 대한 배려의 충돌이다.

불문율의 사전적 의미는 ‘글로 적어 형식을 갖추지는 않았으나 관습으로 인정되어 있는 법’이다. 규정으로 명시돼 있지는 않으나 서로가 암묵적으로 지키도록 약속한 합의다.

프로야구에서는 승리가 확실시 되는 팀은 경기 막판 도루나 투수 교체를 자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애매한 것은 허용 범위다. 5점차 승부를 끝난 경기로 봐야 하는가이다.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라운드에는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대놓고 경기를 포기하지는 않지만, 오늘을 버리고 내일을 준비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이날은 사실상 kt가 백기를 든 상태였다. 이번 3연전 중 2경기를 내줬다고 판단하고 마지막 3차전을 준비하는 분위기였다. 한화도 승리를 굳히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기 힘들었다. 강경학의 도루 뒤 발이 느린 대주자 허도환으로 교체했고, 필승조가 아닌 1군에 올라온 투수들을 내보냈다. 비상식적인 선수 교체에 kt는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한화는 오직 승리만을 위한 경기를 했고, 그 과정에서 상대와 패자에 대한 배려는 부족했다.

 

 

이에 앞서 부산에서도 또 다른 불문율 논란이 있었다. 22일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 사직구장. LG 외국인 선발투수 루카스 하렐이 롯데 4번 타자 최준석을 삼진으로 잡아낸 뒤 마운드를 내려가며 최준석의 홈런 세리머니를 흉내 냈다.

충분히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쓸데없는 행동. 최준석은 더그아웃에서 분노를 표출했고, LG 벤치에서도 루카스를 호되게 야단쳤다. 이후 루카스는 최준석과의 다음 타석에서 모자를 벗어 사과의 제스처를 취했고, 양상문 LG 감독은 이종운 롯데 감독과 최준석을 직접 찾아 사과했다.

불문율 논란이 생긴 것은 역시 이해의 범주다. 루카스는 “상대를 자극하려는 다른 의도는 없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그 정도의 조크는 한다. 나도 단순히 조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로 다른 야구문화 차이에서 생긴 돌발행동이었다.

이 때문에 최준석이 홈런 세리머니에 대한 다른 시각도 제기됐다. 상대 투수를 배려하지 않는 과도한 세리머니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세리머니의 의미를 떠나 홈 플레이트에서 상대 투수와 포수를 앞에 두고 세리머니를 하는 것은 홈런을 맞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 수 있다는 것. 메이저리그에서는 엄격히 자제하는 부분이다.

스포츠에 존재하는 불문율에는 정답이 없다. 말 그대로 암묵적인 합의이다. 그러나 지키지 못할 땐 규정을 어겼을 때보다 더 큰 상처를 입는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상처의 깊이는 다르지 않다. 경기 외적인 신경전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소모적인 싸움이다.

프로야구 뿐 아니라 프로농구에서도 불문율 논란은 줄곧 있었다. 사실상 승부가 기운 큰 점수차 경기에서 이기고 있는 팀은 주축 선수들을 벤치로 빼고,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포기‘의 개념과는 다르다. 하지만 이를 어겨 불쾌한 상대 감독이 경기 후 승리한 감독과의 악수를 거부하는 민망한 사태가 벌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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