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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먹 휘두른 한교원,'징계'보다'사과'가 먼저다
- 출처:일간스포츠|201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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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그라운드는 두 번이나 폭력으로 멍들었다.
공교롭게 모두 한국 선수들이 피해를 봤다.
올 2월 22세 이하(U-22) 대표팀 수비수 심상민(22·FC서울)은 태국 킹스컵 1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샴시디노프에게 3차례나 얻어맞았다. 동영상을 본 팬들은 물론 외신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얼마 전에는 레퀴야 남태희(24)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의 파비안 에스토야노프(우루과이)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또 한 번 분노한 팬들은 우즈벡과 중동 리그의 수준까지 논해가며 강력 징계를 요구했다. 그런데 K리그 클래식에서도 폭력 사태가 불거졌다. 전북 현대 한교원(25)은 23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전반 6분 만에 상대 박대한(24)을 가격해 퇴장당했다. 한교원은 박대한과 충돌해 한 차례 몸싸움을 벌인 후 주먹을 휘둘렀지만 어깨에 맞았다. 그러자 다시 2~3미터를 따라가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 물론 샴시디노프, 에스토야노프와 한교원 행위가 100% 동일하다고 보긴 힘들다. 앞선 두 선수의 경우 마치 격투기나 복싱을 보는 듯했지만 한교원의 펀치는 강도와 횟수가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가격을 한 뒤에 쫓아가서 한 번 더 주먹을 뻗었다는 점에서 꽤나 충격적이다.
◇왜 그랬나
한교원은 평소 성실하고 예의바른 성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철저한 무명이었지만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재능을 인정받았고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평소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번 일에 모두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보복 행위는 당연히 레드카드가 맞다. 한교원이 평소 다혈질도 아니었기에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의아함을 드러냈다. 전북 관계자도 "경기 후 한교원이 라커룸에서 혼자 울고 있더라. ‘대체 왜 그랬냐‘고 묻자 대답도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교원이 박대한과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언쟁 등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후 징계 수위는
이유를 막론하고 한교원은 큰 잘못을 저질렀다. 사후 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일 포항 모리츠(29)는 전북과 홈경기에서 종료직전 최보경(27)과 경합하다가 고의적으로 얼굴 부위를 가격했다. 경기 중에는 경고에 그쳤지만 사후 비디오 분석 결과 4경기 출장 정지와 400만원의 벌금을 받았다. 한교원의 행위는 모리츠보다 훨씬 더 엄중하게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연맹 규정은 단순 폭행은 5경기 이상 10경기 이하의 출장 정지와 5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한교원도 징계를 달게 받겠다는 입장이다. 한교원의 에이전트는 "불만이 있어도 혼자 삭히고 힘든 일이 있어도 티 한 번 안 내는 선수인데 오늘 퇴장 장면을 보고 나도 놀랐다"며 "이유가 무엇이든 (한)교원이가 잘못했다. 어떤 징계를 받아도 감내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징계보다 사과가 먼저
그러나 징계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한교원의 사과라는 지적이다.
한교원이 가장 먼저 고개를 숙여야 할 대상은 자신에게 얼굴을 맞은 후배 박대한이다. 직접 찾는 것이 도리지만 당장 힘들다면 진심어린 메시지라도 일단 전해야 한다.
U-22대표 심상민은 킹스컵을 마치고 귀국한 뒤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샴시디노프가 사과는 했는데 웃으면서 해서 더 화가났다"고 토로했다. 사과는 받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 한 번 더 상처받았다. 남태희는 아예 사과도 못받았다. 에스토야노프는 남태희는 쏙 빼고 구단과 팬들에게만 사과했다. 그들이 정말 반성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한교원도 규정이나 비디오 분석에 의한 징계에 앞서 먼저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
◇전북의 대처는
전북 구단의 대처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구단 자체 징계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대해 전북 관계자는 "지금은 잘못했다는 말씀 밖에 드릴 것이 없다. (자체 징계에 대한 문제는) 당장 이야기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추후 구단과 감독님과 이야기하실 것이다"고 답했다.
전북은 이날 경기 후 곧바로 인천으로 올라가 하루를 묵고 24일 중국으로 출국한다. 26일 베이징 궈안(중국)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원정을 위해서다. 일단 챔피언스리그 원정을 치른 뒤 구단 자체 징계 여부 등을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물론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또한 챔피언스리그 원정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경기 직후 감독과 구단 수뇌부의 비상 회의를 소집해서라도 일벌백계 차원에서 자체 징계를 내릴 수는 없었을까. 한교원의 행동이 일으킨 파장을 생각한다면 전북이 조금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