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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 없이는 아무 것도 잡을 수 없다
- 출처:스포탈코리아|201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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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티즌의 수장이었던 조진호 감독이 21일 오전 자진사퇴를 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1라운드를 마친 현재 1승 2무 8패로 12개 팀 중 꼴찌의 자리의 위치하고 있는 대전의 성적에 책임을 느끼고 스스로 물러난 것이라 한다.
조진호 감독의 사퇴 소식을 접한 순간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시즌 전부터 대전시티즌의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의 행보를 기대하고 있던 터라 더는 조진호 감독의 축구를 대전을 통해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조진호 감독은 대전이 챌린지에 있던 지난 시즌, 아드리아노를 중심으로 한 화끈한 공격축구를 앞세워 많은 골을 만들어내며 대전의 챌린지리그 우승과 클래식으로의 승격을 이끌었다. 대전은 지난 시즌에 36경기에서 무려 64골을 넣으며 엄청난 공격력을 과시하였다.
이러한 조진호 감독의 공격축구는 한 때 침체되었던 대전의 부활을 이끌었고, 클래식에서도 화끈한 공격축구로 K리그에 신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대전은 클래식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함께 승격한 광주가 연일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보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챌린지 시절, 광주는 대전보다 무려 20골이나 적은 득점을 하며 공격력에서 대전에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클래식에 올라와서는 완전히 역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과연 대전에 또 다시 찾아온 침체가 조진호 감독만의 잘못일까?
대전판 엑소더스, 조진호 감독을 궁지로 몰아넣다
대전은 시즌 전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그 불안함이란 바로 챌린지에서 우승 할 당시 팀의 주축이었던 선수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한꺼번에 팀을 떠난 것이다. 특히 수비진의 출혈이 상당히 심했는데, 수비의 핵이었던 임창우와 장원석, 이인식, 김한섭 등이 모두 임대 복귀 및 이적 등으로 팀을 이탈 했다.
또한 수비진의 바로 앞에서 수비를 보호하며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정석민도 전남으로 이적을 하며 팀을 떠났고, 공격진의 마라냥과 반델레이, 김은중 역시 팀을 떠나며 대전의 스쿼드는 대폭 얇아지고 말았다.
얇아진 선수단을 보강하며 어느 정도 스쿼드는 꾸렸지만 조진호 감독의 색깔을 다시 입혀야 한다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게다가 대전 전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아드리아노는 재계약 문제로 인해 전지훈련에도 참가를 하지 못하며 몸만들기에 실패하였고, 하루 빨리 영입을 마무리 지어야 했던 나머지 용병들의 자리도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이나 시작되고 나서야 영입을 마무리 하게 되면서 시즌을 준비하는 데 있어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던 조진호 감독이었다.
함께 승격을 한 광주가 전력의 대부분을 온전히 지키며 챌린지에서부터 이어왔던 그들의 축구를 클래식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과 너무나 대조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원 소속팀으로 임대 복귀를 한 임창우나 김대중과 같은 선수들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타 팀으로 이적을 하겠다는 선수들은 클래식에서의 성적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붙잡아야 했던 대전이지만 그들에게 더욱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못한 탓에 대전판 엑소더스가 일어나고 말았던 것이다.
보통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적 색채가 팀에 녹아드는 시간이 한 시즌 이상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시즌 대전의 이러한 행보는 미리 예견 돼 있던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투자 없이는 명장도 없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셀로나,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한 시즌을 마무리하고 나면 그 다음 시즌에는 더욱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과감히 선수영입과 구단의 시설발전을 위해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감한 투자가 결국 다음 시즌 좋은 성적으로 연결되며 팀이 우승컵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이들 뿐만 아니라 리그 내의 라이벌 팀들은 모두 다음 시즌 우승컵을 뺏어오기 위해 이들과 똑같이 더욱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다.
하지만 K리그에서는 전북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마치 전북을 제외하고는 우승컵에 대한 욕심이 없는 듯 선수영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팀들이 대다수이다. 대표적으로 홈경기를 할 때면 광고판에 아시아 넘버원 서울이라며 홈팬들에게 자랑을 하는 서울은 지난 시즌부터 이적 시장에서 뒷짐만 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며 이적 시장에서의 넘버원이 되지 못한 채 이제는 상위 스플릿에 올라갈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대전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지켜야 할 선수들을 붙잡지 못했고, 선수 수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조진호 감독의 대전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객관적인 전력이 클래식에 속한 팀들에 비해 뒤처지는 대전인데,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도 모자랄 판에 소극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말았으니 대전의 현재의 성적은 조진호 감독만의 책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대전은 분명 클래식에서 더욱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었다. 광주와 함께 K리그에 시민구단 신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이슈를 만들 수 있는 구단이었다. 하지만 대전은 챌린지리그에서의 우승이란 성과를 과감한 투자로 이어가는 것에 실패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대전과 같은 시민구단인 성남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시즌, 이재명 시장의 폭탄발언으로 인해 많은 이슈가 되었던 성남은 FA컵에서 우승하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하였고, 이재명 시장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시민구단의 입장에서 보면 과감하다고 할 수 있는 선수영입을 단행하였다.
이에 남준재와 김두현 등 수준급의 선수를 영입할 수 있게 된 성남은 새로 합류한 용병들이 점점 팀에 녹아들면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고, 얼마 전 광저우 헝다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는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는 광저우를 2:1로 격파하고 8강 진출의 청신호를 켰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광저우 소속의 브라질 국가대표 히카르두 굴라트의 연봉이 성남의 한 해 구단 운영비와 맞먹는다고 하니 성남과 광저우 선수들 사이의 엄청난 몸값 차이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광저우를 성남이 꺾었다. 성남은 김학범 감독에게 필요한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에 있어 소극적이지 않았고, 부족한 살림이지만 필요한 것에는 과감하게 투자를 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김학범 감독이 원래 명장이기는 하지만 성남의 이러한 투자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좋은 성적은 올리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축구가 아무리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스포츠라고는 하지만 과감한 투자를 한 구단이 더욱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현대축구계에서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K리그의 전북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 아닌가?
그리고 이렇게 감독이 원하는 부분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실행해줄 수 있는 구단이야 말로 명장이 탄생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진 구단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한 때 쇄국정책이라 불리며 부족한 살림으로도 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포항의 황선홍 감독과 같은 사례도 있긴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결국은 투자를 많이 하는 구단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이고, 그러한 좋은 지원을 받으며 자신의 축구를 펼칠 수 있는 감독이 바로 명장이라 불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서울에 무리뇨 감독이 부임한다고 하면 바로 리그 우승을 이끌 수 있을까? 무리뇨 감독의 성격이라면 아마 첫 경기를 치르고 선수단의 스쿼드에 불만을 느끼고 왜 더욱 과감한 지원을 해주지 않느냐고 따지다가 그 날로 감독직을 그만 두고 다시 유럽으로 떠날지도 모른다.
투자가 있어야 성적과 관중을 모두 잡을 수 있다
지금은 K리그의 대표 명가로 자리 잡은 전북 현대이지만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상위권은커녕 중위권을 바라보는 것도 벅찬 입장에 놓여있던 구단이었다.
그 당시 K리그는 전기리그와 후기리그로 나눠 시즌을 진행하였는데, 2005시즌 전기리그를 마쳤을 때 전북의 순위는 13개 팀 중 11위였다. 전북이 후기리그를 맞이하기 전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게 된다. 이후 최강희 감독과 이철근 단장은 미래를 내다보며 전북의 뼛속부터 조금씩 바꿔나가기 시작하였고, 2005년 FA컵 우승, 2006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이어 2009년에 드디어 K리그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게 된다.
이후 구단의 클럽하우스 건설과 선수영입의 적극적인 지원을 매 시즌 받을 수 있게 된 전북은 우승을 하지 못하면 실패한 시즌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매 시즌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위치의 팀이 되었고,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구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러한 전북의 목표는 세계적인 구단으로 도약하는 것과 평균관중 2만 시대를 여는 것이다. 현재까지 1만 9540명의 평균관중을 동원하고 있는 전북은 머지않아 평균관중 2만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적극적인 투자는 성적은 물론 관중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며 구단의 수익 또한 늘어날 수 있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된다. 지속적인 투자는 구단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전북 현대가 예전의 모습 그대로에 안주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전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프로구단인 K리그 클럽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팬들을 무시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도 있다. 프로는 언제나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법이고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기 위해 매 시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K리그에서 전북을 제외한 다른 클럽들이 이러한 의무를 지키고 있을까? 한 마디로 말해 절대 아니다. 심지어 이번 시즌 창단한 서울 E랜드에게도 투자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K리그 구단들이다.
발전이 없는 구단을 좋아하고 싶은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말로는 “경기장으로 오세요, 멋진 축구를 보여 드리겠습니다”라고 하지만 그것을 지키지 않는 구단에게 정을 주고 싶은 팬들이 어디 있을까? 투자가 이뤄져야 경기장에서 좋은 축구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투자 없이 좋은 축구를 보여주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투자가 경기장으로 팬들을 불러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대전의 전득배 사장은 조진호 감독이 자진사퇴한 21일, 대전의 조직 개혁안을 발표하였다. 대전의 운영에 있어 그동안 불합리한 모습이 많이 보였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합리가 현재의 좋지 않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득배 사장의 이러한 말도 일리가 있다. 어느 조직이나 불합리한 모습이 발견되면 바로 시정해야 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이제는 전득배 사장도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대전뿐만 아니라 전북을 제외한 K리그의 모든 구단들이 알아야 할 사안이다.
성적이 좋지 않다고 투자를 줄여버리면 다음 시즌에는 더 좋지 않은 성적을 받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현대축구는 맨땅에 열심히 헤딩을 한다고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던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투자가 없으면 K리그의 미래도 사라지고 만다. 팬들이 떠나게 되는 것 또한 시간문제이다.
밝은 미래를 맞이할 것인가, 어두운 미래를 맞이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구단들의 자세에 달려있는 문제이다.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한국축구의 밝은 미래를 스스로 걷어차 버리는 일만은 없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