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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의 무관' 레알은 어디로 가나
- 출처:코리아골닷컴|201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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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무관으로 시즌을 마치게 된 레알 마드리드. 팀에는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이지만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에게 개혁의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제 무관의 시즌에 대한 평가가 시작된다. 유벤투스에 패해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탈락했고, 프리메라 리가 우승은 바르셀로나(바르사)에 내줬다. 이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
지난 시즌만 해도 레알은 챔피언스 리그와 코파 델 레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 무려 여섯 개의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레알인데, 그 중 가장 쉬운 두 개의 트로피인 클럽 월드컵과 UEFA 슈퍼컵만 손에 넣었다. 이마저도 이미 오래된 기억이다.
이번 시즌은 레알이 지배할 수도 있었는데 빈손으로 막을 내렸다. 페레스 회장은 "어떠한 성공도 레알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는데 지금의 결과는 당연하게도 충분할 리가 없다. 레알은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번 시즌에 나타난 문제를 개선하고 다음 시즌에는 다시 우승 경쟁을 펼칠 수 있을까?
세비야를 2:0으로 꺾고 UEFA 슈퍼컵을 차지했을 때만 해도 괜찮던 레알은 스페인 수페르 코파에서 아틀레티코에 밀리면서 경고등이 켜졌다. 그로부터 며칠 뒤에 앙헬 디 마리아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로 이적했는데, 이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물론이고 선수들 대부분이 바라지 않던 일이었다. 뒤이어 사비 알론소도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가며 순식간에 레알 선수단은 균형을 잃었다.
두 선수를 잃은 레알은 다시 균형을 잡을 시간이 필요했다.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토니 크로스 모두 인상적인 영입이었지만, 레알 소시에다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후에는 점차 균형을 되찾으면서 클럽 월드컵 우승까지 22연승을 질주하는 기록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연승을 마감하면서 레알은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루카 모드리치가 11월 A매치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해 4개월이나 이탈하게 된 것이다. 모드리치는 올해 4월에 복귀했다가 부상이 재발하며 제대로 팀에 기여하기 어려웠다. 선수단 전체적으로 시즌 내내 부상 문제가 이어졌다.
크로아티아 대표팀 의료진은 모드리치의 부상 재발에 대해 안첼로티 감독을 탓했다. 부상에서 너무 빨리 복귀한 탓에 다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레알은 모드리치가 빠진 1월부터 3월 사이에 코파 델 레이에서 탈락하고 프리메라 리가의 주도권도 바르사에 내줬다. 모드리치는 레알이 자신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뛰질 못 했다. 이는 유벤투스와의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도 마찬가지였다.
안첼로티 감독은 이번 시즌 부상 문제에 대해 불운을 탓했다. 근육 부상만 16건에 선수들이 자리를 비운 시간을 다 합하면 62주에 달했다. 올해 1월 안첼로티 감독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미 많이 쉬었기에 로테이션이 필요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반면에 바르사는 심각한 부상 문제 없이 시즌을 진행했는데, 이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영리하게 로테이션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바르사는 중요한 경기마다 최강의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었다. 레알도 바르사와 비슷하게 선수단을 운용했어야 한다. 알론소, 디 마리아, 알바로 모라타가 떠났기에 선수단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아시에르 이야라멘디, 헤세, 루카스 실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는 안첼로티 감독의 신뢰를 얻지 못 했다.
모드리치는 물론이고 하메스, 가레스 베일, 카림 벤제마도 시즌 막바지 중요한 경기에 결장했다. 레알의 자랑거리인 ‘BBC‘ 트리오는 올해 들어 제대로 가동된 적이 거의 없었고, 같이 선발로 출전했을 때도 큰 효과는 없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평소와 다름 없는 득점 행진을 이어갔지만, 그래도 바르사의 우승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제 30세가 된 그는 예전보다 더 페널티 지역 부근에서만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가 됐다. 예전처럼 빠른 스피드로 상대 수비를 제치는 모습은 줄어들었다. 무릎 부상을 의식해서라도 플레이 스타일을 바꿀 수밖에 없는 호날두다.
그렇다면 레알은 호날두를 중앙 공격수처럼 활용하고 베일을 원래의 포지션인 왼쪽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바르사도 메시가 원래의 위치인 오른쪽 측면으로 돌아가면서 ‘MSN‘ 트리오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레알도 ‘BBC‘를 살리려면 모든 선수가 가장 편안한 위치에서 뛸 수 있어야 한다.
중원에도 확실한 수비형 미드필더의 영입이 필요하다. 특히나 최고 수준의 팀을 상대할 때는 공수의 균형을 잡아줄 선수가 절실하다. 공격진에도 에르난데스보다 나은 확실한 백업이 있어야 한다. 골키퍼도 문제다. 이케르 카시야스는 이제 레알의 주전 수문장이라고 할 만한 선수는 아니다. 맨유의 다비드 데 헤아를 영입하리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데 헤아의 영입에 성공하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을 교체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안첼로티는 선수단의 신임을 받고 있는 감독이고 본인도 잔류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무관의 시즌에 대한 페레스 회장의 분노가 안첼로티를 가만히 둘지 모르겠다. 안첼로티 또한 "레알에 남고 싶지만, 축구계의 생리가 어떤지 알고 있다"며 경질을 예감하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지네딘 지단은 새 감독 후보에서 제외된 가운데, 레알은 위르겐 클롭이나 요아힘 뢰브 감독의 선임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레 빌라스-보아스도 물망에 올랐을 정도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안첼로티가 레알을 오랜 기간 이끌 수 있는 감독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지도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자신의 바람과 다르게 진행된 이적 시장 탓에 손발이 묶였다.
페레스 회장은 경기력보다 상업 수익을 더 고려한 선수 영입과 방출을 진행했는데, 이러한 환경에서 과연 어떤 감독이 페레스의 바람대로 팀에 성공을 안길 수 있을까? 호날두조차 작년 9월 인터뷰에서 안첼로티를 지지하며 "나라면 영입을 다르게 진행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레알이 프리메라 리가 정상에 오른 것은 최근 7년간 단 한 차례뿐이다. 안첼로티는 까다로운 조건에서 일하며 선수단 운용에 실패했고, 강팀과의 맞대결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인 끝에 무관으로 시즌을 마쳤다. 페레스가 다시 레알의 회장인 된 2009년 이후 레알은 수억 유로를 쓰고도 7개의 트로피만을 손에 넣었다. 이제는 페레스가 자신의 실수를 돌아봐야 할 때지만, 그가 그러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