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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내는 이정협, 순둥이의 변신은 '무죄'
- 출처:풋볼리스트|201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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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24, 상주상무)이 달라졌다.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화려한 기술을 뽐내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 수비수들과는 격하게 대립하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정협은 ‘순둥이‘ 이미지가 강했다. 대표팀에서는 물론이고, 소속팀 상주에서도 주로 궂은 일을 담당했다.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기 보다는 활동량과 투지로 승부를 보는 선수였다. 인터뷰에 응하는 자세도 플레이 스타일을 닮았다. 말투는 차분하고, 한 마디를 해도 조심스럽다. 게다가 경직된 표정이라 웃는 모습을 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런데 이정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기장 밖에서는 크게 변한 게 없다. 피치 위에서 바뀐 모습이다. 전보다 적극적이고 자신감이 넘친다. 화려한 기술로 상대 수비를 제압하는 모습도 보여주기 시작했다. 전보다 다채로운 공격수로 변신하고 있다. 17일 FC안양과의 K리그 챌린지 10라운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이정협은 피치 위에서 단연 돋보이는 선수였다. 가벼운 무릎 부상에서 회복한 직후라 걱정하는 시선이 있었지만, 기우였다. 이정협은 공격수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능력들을 십분 발휘했다. 강점으로 꼽히는 제공권 다툼은 물론이고 동료들을 활용하는 연계 플레이, 특유의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이 돋보였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쉽게 볼 수 없었던 개인기술까지 뽐냈다. 스트라이커의 임무인 골을 넣은 것은 ‘화룡점정‘이었다.
전반 7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페널티박스 안에서 가슴으로 받아 뒤로 넘어지며 바이시클킥을 시도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공이 골대 위로 살짝 넘어가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이정협의 컨디션이 절정에 달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45분에는 발 뒷꿈치로 상대 수비를 제치고 들어가다 페널티라인 바로 앞에서 반칙을 유도해 프리킥을 얻었다. 이후 장면에서 골이 터졌다. 전에 없던 화려한 기술들을 이정협이 뽐낸 날이었다.
변신의 배경에는 자신감이 있다. 경기가 끝난 후 만난 이정협은 "훈련할 때에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오늘 경기에서 했던 것들은 훈련할 때 계속 시도했던 것들이다. 최근에는 혼자 이미지 트레이닝도 많이 하고 있다. 경기 중에 실제로 그런 장면이 나왔을 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플레이만 화려해진 게 아니다. 이정협은 상대 수비와 경합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변신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상대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지난 서울이랜드FC와의 경기에서는 공을 놓고 경합하다 넘어진 칼라일 미첼에게 소리를 치며 화를 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안양전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상대 수비수들과 거칠게 대립했다.
이정협은 "예전에는 상대가 아무리 거칠게 견제를 해도 화를 안 내고 당하기만 했다. 그런데 그렇게 당하기만 하면 상대 수비들이 나를 너무 쉽게 보는 것 같아서 나도 변하고 있다. 이제는 나도 나름대로 강하게 상대하며 그런 부분에서도 지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그런 모습도 나오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정협에게는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박항서 상주 감독은 "대표팀에 다녀와서 자신감이 생겼다. 플레이에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전체적인 능력이 더 나아졌다. 특히 적극성, 과감성이 돋보인다"라며 칭찬하기도 했다.
이정협은 간절하다.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 소속이지만 이정협에게는 태극마크라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다. 아시안컵 이후 3월 A매치에서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이정협도 국가대표에 대한 욕심이 크다. 한국은 6월부터 월드컵 2차예선이라는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이정협은 "대표팀에 처음에 갔을 땐 경험도 없었기 때문에 욕심을 내기보다 도전한다는 의미가 컸다. 그런데 3월에 A매치도 다녀왔다. 6월부터 중요한 대회가 있는데 욕심이 있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일단 팀에서 내가 잘해야 불러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우리팀에서 제 역할을 해야 다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대표팀 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 감독은 "전문가들은 보면 알겠지만 정협이는 골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에 큰 공헌을 하는 선수다. 골을 못 넣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은데 부담을 덜어야 더 잘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정협은 개막전서 골을 넣은 후 침묵하다 안양을 상대로 8경기 만의 득점을 기록했다.
이정협은 "사실 개막전 이후 도움만 하고 골은 없어서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도 내가 아니라도 다른 선수들이 골을 넣어줘서 경기도 이기고 분위기가 괜찮았다. 감독님이 다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면 골이 터질 것이라고 믿음을 주셨다. 나의 플레이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