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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이동국의 상황과는 다르다
출처:스포탈코리아|201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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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과 이동국은 우리나라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세월이 흘러 한 명은 기량이 쇠퇴하고, 한명은 나이가 들었다 해도 대한민국 축구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두 선수의 업적은 평가절하 할 수 없다.

박주영과 이동국은 너무나 닮은 행보를 보여왔다. 신인시절, 혜성처럼 등장하여 대한민국 축구를 짊어질 스트라이커가 될 것이라는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자신들의 이름을 알린 두 선수는 K리그에서의 출중한 실력을 바탕으로 유럽진출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결론적으로 실패한 유럽에서의 커리어를 기록하며 다시 국내로 돌아오게 된다.

K리그로 복귀한 이후 두 선수의 상황은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선수는부활에 성공하여 다시 대한민국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으로 우뚝 섰고, 한 선수는 힘겨운 부활의 의지를 지피고 있다. 필자는 박주영이 복귀했을 때, K리그에 많은 긍정적요소를 가져올 수 있다며 예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박주영이 경기에 꾸준히 출장을 하고 FC서울이 좋은 성적을 보여줄 때 가능한 것이라 생각했다. 현 상황에서 필자가 이전에 했던 이러한 생각이 실현되기는 어려워보인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다.

도대체 이동국 그때와 박주영의 지금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

이동국이 부활할 수 있었던 이유



이동국은 2007년 1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에 입단을 하며 우리나라의 정통스트라이커 중 최초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선수이자 K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한 첫 번째 선수가 됐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이동국은 데뷔전에서의 인상적인 활약을 계속해서 이어가지 못하고, 한 시즌 반 동안 리그에서의 득점을 올리지 못한 채 FA컵과 풋볼 리그 컵에서만 각각 한 골씩을 기록하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며 결국 2008년 6월, 상호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하고 미들즈브러를 떠나게 된다.

이후 K리그 복귀를 타진하던 이동국은 성남일화에 입단하며 K리그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 때의 성남은 신태용 전(前) 성남 감독의 체제로 전환을 준비하며 팀 리빌딩을 모색하고 있던 시기였다. 신태용 전(前) 성남 감독은 리빌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성남에서도 좀처럼 부활을 하지 못하고 있던 이동국을 전력 외로 분류하였고,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때 이동국에게 손을 내민 것이 바로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이다. 최강희 감독의 전북은 모기업의 지원 아래 2009년에 대대적인 보강을 하며 리그에서의 새로운 도약을 노리고 있었는데 스트라이커 자리의 허전함을 채워줄 선수로 이동국을 선택한 것이다.

성남에서조차 부활의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있던 이동국을 향해 우려의 시선이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전북 입단 후 이동국은 괌과 일본에서 실시한 전북의 동계훈련에서 2M 앞에서의 골키퍼와 1대1 찬스도 놓칠 만큼 침체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때 최강희 감독이 코치들을 불러 이동국에게 절대 골 얘기를 하지 마라고 했다는 것과, 이동국에게는 앞으로 20경기 동안 골을 넣지 못해도 빼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는 일화는 아직까지도 많은 축구팬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자신을 향한 최강희 감독의 믿음에 용기를 얻은 이동국은, 이후 2009년 5월에 있었던 제주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완벽한 부활을 선포했고, 2009시즌에 챔피언결정전을 포함해 32경기에서 22골을 터뜨리며 생애 첫 득점왕까지 차지했다. 이 해 전북 역시 부활한 이동국과 함께 구단 역사상 첫 우승컵을 거머쥐며 K리그에서의 전북 천하를 선포했다.

이동국이 이렇게 부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전북이란 팀과 최강희 감독에게는 부담이 없었다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전까지 우승은커녕 리그에서 상위권에도 발을 못 붙이던 전북은 2009시즌을 맞아 모기업의 지원 아래 도약을 노리며 대대적인 보강을 시행했는데, 최강희 감독과 전북에게 있어서 상위권으로 오를 수 있다는 결과만 보여도 성공한 시즌이라 할 수 있었던 셈이다. 팬들도 전북의 행보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이동국의 경기력이 올라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가 있었고 그러한 최강희 감독의 믿음과 부담이 없는 전북에서의 경기로 인해 이동국은 부활에 성공할 수 있었다.

FC서울에서의 박주영은?



그렇다면 현재 박주영의 상황은 어떨까? 해외리그에서 실패를 겪으며 K리그로 돌아온 것까지는 이동국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복귀한 첫 번째 구단에서 아직까지 제 기량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까지 이동국과 닮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박주영이 부활을 하기 위한 최적의 팀은 FC서울밖에 없다는 것이 이동국과 너무나 다른 조건 중 하나이다.

자신의 친정팀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박주영의 연봉을 맞춰줄 수 있는 구단은 K리그 내에서 FC서울을 제외하면 전북과 수원 정도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FC서울이 리그 내 상위권을 다투는 라이벌인 전북과 수원에 박주영을 다시 팔 리가 없다고 예상되는 가운데 박주영이 부활을 하려면 이제 FC서울밖에 없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FC서울의 상황은 그 때의 전북과는 너무나 다르다. 2009년의 전북이 리그에서 부담이 없었던 것에 반해 FC서울은 너무나 많은 부담을 가지고 있는 구단이다. 2010시즌과 2012시즌의 우승 2회를 포함해 작년 시즌까지 꾸준히 상위권에 머물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까지 경험한 FC서울은 자타공인 현재 K리그를 대표하는 구단 중 하나이며 매 시즌 마다 우승을 노려야 하는 구단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FC서울이 이번 시즌, 현재까지 리그에서 단 2승밖에 올리지 못한 채 9위에 쳐져있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H조 2위에 올라있기는 하지만 1승3무1패로 아슬아슬한 행보를 보이며 16강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이기는 모습에 익숙해져있던 FC서울 팬들에게 이러한 서울의 모습은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고, 심지어 박주영이 출전한 경기에서 오히려 경기력이 더 좋지 않자 박주영을 왜 영입했느냐는 소리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팀 내에서 2번째 스트라이커로 분류되던 김현성이 최근 선발출전한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자 이러한 팬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져만 갔다.

최용수 감독도 박주영의 경기력이 온전치 않다고 판단했는지 선뜻 믿음을 가지고 기용하지 못하고 있는 눈치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박주영의 경기력이 하루 빨리 올라오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게 됐다. 더군다나 FC서울이 실시한 동계훈련에도 참가하지 않았던 박주영이기 때문에 시즌 중에 컨디션을 한 번에 끌어올리기는 더욱 힘들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주영이 FC서울에서 부담을 가지지 않고 경기를 치르기란 어렵다. 최소한 FC서울이 상위권이라도 유지하고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시즌초반 7경기 중 4경기에서 패배를 기록하며 하위권에 쳐져있는 현실이 더욱 박주영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박주영에게 물러날 곳은 없다. 어떻게 해서든지 부딪히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FC서울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2009년에 전북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최근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좋은 성적을 올려왔던 FC서울이긴 하나, 사실 성적하락의 전조는 작년 시즌부터 있었다. 작년 시즌 역시 시즌 초반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리그 후반기에 대반전을 이뤄내며 3위까지 오른 FC서울이었다. 팀의 주축이었던 데얀과 하대성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이룬 결실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이번 시즌 역시 작년과 같은 모습이 이어진다고 보장할 수 없던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시즌 FC서울은 수비의 핵심인 김주영마저 중국으로 보내고 제대로 된 보강을 하지 못한 채 어려운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모기업의 지원이 줄어들며 제한적인 팀 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인선수들과 기존의 선수들로 이탈한 선수들의 전력을 메꾸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건 FC서울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한 경험이 있는 최용수 감독밖에 없다. 최용수 감독은 분명 실력 있는 감독이다. 2011시즌 황보관 전(前) 감독 체제 하에서 흔들리던 FC서울을 이어받아 리그 3위로 끌어올린 전적과 이듬해 서울을 K리그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서게 만든 것, 그리고 모기업의 지원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팀을 꾸준히 상위권에 안착시킨 지도력을 봤을 때 최용수 감독은 분명 FC서울에 어울리는 감독임에 틀림없다.

차라리 최용수 감독이 2009년 최강희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마음을 비우고 이번 시즌을 FC서울의 새로운 도약의 해로 삼으면 어떨까? 팀을 믿고 박주영을 믿으며 부담 없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전진을 한다면 분명 당장은 아니어도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 본다. 물론 여기에는 FC서울 팬들이 신뢰를 보여주는 것 또한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갖춰진다면 박주영 역시 부담에서 벗어나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부활을 준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박주영 부활에 있어 좋은 선례는 2009년 최강희 감독과 이동국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 포기하기는 이르다. 한국축구에 있어서도 다시 한 번 부활의 끈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한 때의 축구천재 박주영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표팀에서 최전방을 확실히 책임질 수 있는 스트라이커가 배출되지 않고 있는 현실 속에서 기량이 쇠퇴한 박주영에게 아직까지 조금이나마 기대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그가 과거에 대표팀에서 이룬 업적이 눈부셨기 때문이다.

많은 잡음을 일으키며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기도 했지만 한 때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우리나라 대표 스트라이커였음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아직 시즌은 절반도 지나지 않았고 박주영이 선발로 뛴 경기는 고작 2경기에 지나지 않는다. 조금만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한 때의 축구천재의 부활을 기다려보자. 분명 2009년의 이동국이 그랬던 것처럼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펴 다시 한 번 많은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박주영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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