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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년 만에' FC서울의 예고된 '슈퍼매치' 참패
- 출처:데일리안|201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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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44분 정대세(수원)의 5번째 골이 터지는 순간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를 가득 메운 홈팬들은 환호했다.
반면 원정팀 서울의 팬들은 씁쓸함과 분노가 뒤섞인 분위기 속으로 빠르게 침체했다.
수원삼성과 FC서울의 18일 맞대결에서 전광판에 믿을 수 없는 점수가 찍혔다. 두 팀 모두 ‘슈퍼매치‘다운 치열함을 연출했다. 하지만 수원은 5-1이라는 큰 점수 차로 서울을 돌려보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할 정도로 K리그를 대표해 ‘더비‘ 역사를 써온 게 수원과 서울이다. 그토록 치열했던 만큼 슈퍼매치에서 4골 차의 결과는 의아했다.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이는 지난 1999년 7월21일 맞대결에서 수원이 4-0으로 안양(서울의 전신)을 꺾은 이후 약 16년 만이다.
수원이 이긴 이유는 간단했다.
정대세(2골·2도움)와 염기훈(1골·2도움)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전반에 심상치 않은 몸놀림을 보인 이들은 후반이 되자 서울의 수비 문을 자동문으로 바꿔버렸다. 그사이 미드필더 이상호(2골)의 경기력도 최고조에 달해 서울을 당황케했다.
수원은 12개의 슈팅 중 7개를 유효슈팅으로 기록했으며 그중 5골을 뽑아낸 것만 보더라도 충분히 몸에 힘을 뺀 상태에서 서울을 압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대승을 계기로 서정원 감독의 지도력은 더욱 높게 평가받을 전망이다. 서정원 감독은 비시즌 내내 독특한 훈련방식으로 선수들의 사고방식 체계를 바꾸려 했는데 그러한 씨 뿌리기가 차츰 열매를 맺어가는 분위기다.
반면 서울을 향한 비판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이 이날 보여준 경기력은 전반과 후반이 판이할 정도로 전력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차두리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수비 조직력이 흔들렸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경기를 풀어줄 선수가 없었다. 중원에서 구심점을 잡아줘야 할 고명진은 염기훈보다 돋보이는 활약을 하지 못했고 시종일관 흥분한 상태로 경기를 망쳤다.
한 방을 맡길 수 있는 공격수도 찾기 어려웠다. 김현성은 긴장을 떨쳐내지 못했으며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된 박주영은 슈팅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여전히 경기력에 의문부호가 달렸다. 박주영은 완벽하게 수비진과 맞서주는 공격수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중원까지 내려와 연계 플레이에 집중하는 것도 아닌 모호한 모습만 보였다.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 몸 자체가 무겁다는 게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울의 이번 슈퍼매치 참패는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최용수 감독은 지난 시즌 ‘스리백‘을 구사한다는 이유로 새로운 실험에 도전했으나 이는 젊은 선수들의 수비 혼란만 가중시켰다. 올 시즌 직전에도 정조국을 중심으로 한 공격진을 짰다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구애를 보낸 박주영을 영입하면서 선수들의 역할을 조정하는 등 여전히 팀이 다듬어지지 않은 분위기다.
그렇다고 모든 게 최용수 감독만의 책임도 아니다. 서울 구단 운영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데얀과 하대성이 2013시즌을 끝으로 떠나면서 서울은 새로운 선수 구성이나 발굴에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여전히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올 시즌에는 에스쿠데로와 김주영마저 떠나면서 선수층이 더 얇아졌다.
이렇다 할 선수영입은 역시나 박주영뿐이다. 그런데 박주영은 몸 상태 자체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상황이며 차라리 그 돈으로 즉시 실전 투입이 가능한 선수를 영입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란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결국 주축 선수들을 내보낸 이적료와 그 돈에서 비롯된 선수 영입이 돌고 도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서울이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박주영을 영입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우승을 목표로 하겠다는 올 시즌 출사표와는 얘기가 다르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북현대를 제외하면 K리그 대부분의 팀이 투자에 인색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 이적료를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로 되돌리면서 새로운 선수를 키워내 팀에 맞는 전술을 입히는 것 또한 구단이 고심해야 할 부분이다. 서울은 그런 게 부족해 여전히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