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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였던 김보경-지동원, 엇갈린 희비
- 출처:베스트 일레븐|201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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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향후 국가대표(A대표) 커리어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때문에 출발점은 비슷했다. 하지만 두 경기를 치른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 선수는 자신의 가치를 비치며 흡족한 표정으로 소속 팀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다른 한 선수는 자신에게 따라붙는 의문 부호를 끝내 떨치지 못했다. 김보경과 지동원의 이야기다.
지난 3월 31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된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뉴질랜드를 1-0으로 꺾었다. 한국은 0-0이던 후반 41분 이재성이 A매치 데뷔골을 터트린 데 힘입어 뉴질랜드를 격파했다. 이로써 한국은 3월 치른 두 차례 A매치에서 1승 1무를 기록하게 됐다.
김보경과 지동원은 포지션을 빼면 대단히 닮은 구석이 많은 선수들이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의 주역이었고,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나란히 A대표팀에서 멀어졌다. 소속 팀 내 경쟁 구도에서 밀려 출전 감각을 쌓지 못했고, 지난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커리어의 반전을 꾀하는 이적을 감행했다. 그리고 굉장히 오랜만에 A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요컨대 한때 한국 축구를 짊어질 영건으로 손꼽히다 커리어가 꺾이며 A대표팀과 멀어져 이번 3월 A매치 2연전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선수들이었다는 뜻이다. 당연히 경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만 했다. 하지만 두 선수의 희비는 크게 엇갈리고 말았다.
김보경은 웃으며 웨일스로 돌아갈 수 있었다. 김보경은 지난 27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우즈베키스탄전에 이어 이날 뉴질랜드전에서도 그라운드를 밟았다. 비록 교체로 출전했지만 김보경은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후반 41분 이재성의 극적 결승골도 김보경의 예리한 왼발 슈팅을 뉴질랜드 골키퍼 스테판 마리노비치가 가까스로 막아 내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을 득점이다.
단순히 득점 상황에 공헌했다는 점을 떠나 여러 포지션에서 제 몫을 하는 선수를 중용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치에 부응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던 김보경이 뉴질랜드전에서는 측면에 배치되어 답보 상태에 놓였던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런 유기적 쓰임새는 당장 주전으로 활용하지는 못하더라도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기용 폭을 넓혀 주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김보경도 경기 후 이 점을 언급하며 다음에도 부름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남기기도 했다.
반면 지동원은 웃을 수 없었다. 지동원은 뉴질랜드전에서 4-2-3-1 포메이션의 최전방에 자리하는 원 톱 공격수로 출전했다. 이정협이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부상당한 데다 딱히 이 자리를 메울 선수가 없었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경기 전부터 김보경보다 더 확실하게 기회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본디 측면 성향이 강하긴 해도 스트라이커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는 점에서 주어진 절호의 기회를 확실히 살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동원은 이날 경기에서 단 두 차례 장면에서만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반 39분 왼쪽 측면을 파고든 한교원의 크로스를 다이빙 헤딩 슈팅으로 연결한 장면과 후반 16분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 슈팅을 시도하다 다급한 나머지 핸드볼 파울을 범한 장면이다. 후반 23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박주호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긴 했지만 의도된 패스라기보다는 수중전으로 치러지다 보니 볼을 컨트롤할 수 없어 피치 못하게 볼을 내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첫 번째 장면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긴 했어도 제법 매섭긴 했다. 하지만 나머지 상황은 뭔가 보여야 한다는 부담 때문인지 기술적 측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갖고 있다는 자신의 장점을 전혀 보이지 못해서 발생한 장면이었다.
더욱 걱정스런 대목은 최전방 공격수로서 효율적 움직임과 동료들과 연계 플레이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시종일관 겉돌았다. 이는 단순히 오랜만에 A대표팀에 합류해서 새로운 동료들과 발을 맞출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점으로만 해석할 순 없을 것같다. 선덜랜드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거치면서 쌓지 못한 경기 감각 저하 때문이라는 인상이 짙다. 공격수는 타 포지션보다 경기 감각이 더욱 좋아야 한다. 골을 넣고 찬스를 만들어 나가는 구심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동원은 여기서부터 준비가 제대로 덜 된 듯했다.
공히 이번 A매치를 단단히 각오하고 맞이했을 두 선수의 희비가 크게 엇갈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