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 Not Found
- 전북, 조합과 공존 함정 탈출해야 진짜 1강이다
- 출처:서호정 칼럼|2015-02-24
-
404 Not Found 404 Not Found
nginx 인쇄
K리그 클래식 챔피언으로서의 전력에 뛰어난 선수를 보강, 1강을 넘어 극강으로 평가 받는 전북현대의 첫 모습을 보기 위한 관심은 뜨거웠다. 아직 쌀쌀한 날씨에 평일 이른 저녁 경기였음에도 전주월드컵경기장엔 30여명의 취재진과 1만3천명이 넘는 관중이 모여 그 관심을 증명했다. 상대는 2012년과 2013년 전북을 상대로 챔피언스리그에서 4전 전승을 거둔 J리그의 가시와 레이솔. 몇몇 주요 선수의 부상으로 결장이 있었지만 경기 전 발표된 전북의 선발라인업은 강해 보였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자 거세게 가시와 골문을 두드렸다. 16개의 슛과 9개의 유효 슛을 퍼부었고 이재성의 강력한 슛은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갔다. 골망을 두 차례 흔들었지만 모두 오프사이드 판정이었다. 그렇게 경기를 지배했지만 결국 중요한 1골은 나오지 않았다.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의 스코어는 0-0. 내용에 걸맞은 결과를 얻지 못했고 최강희 감독은 경기 후 “오늘 무승부는 패배와 다름 없다”는 발언으로 아쉬움을 표현했다. 2개월 간의 동계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보완했지만 100%의 전북을 만나는 데는 예년과 같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은 확인한 첫 판이었다. 무엇보다 두팀은 너끈하게 꾸릴 수 있는 넘쳐나는 선수 자원을 어떻게 꿸 것인가 하는 조합의 문제가 최강희 감독에게 다시 숙제로 다가왔다.
플랜 A가 아니어도 충분히 강했던 전북
몇몇 부상자의 발생으로 전북은 플랜A와 B의 중간 형태로 가시와전에 나섰다. 이동국이 빠진 자리에는 이재성이 서며 에두 아래에 섰다. 좌우 측면에는 에닝요와 한교원이 배치됐다. 중앙 미드필드에는 이호가 아직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은 터라 정훈과 최보경의 조합이 꾸려졌다. 포백 수비라인과 골키퍼는 최강희 감독이 생각하는 주전에 가장 가까운 구성이었다. 조성환, 김기희가 중앙 수비를 보고 이주용과 최철순이 좌우 풀백을 맡았다. 골키퍼는 확실한 NO.1 권순태가 나섰다. 당초 문상윤과 최보경의 조합을 고민했던 최강희 감독은 결국 정훈과 최보경을 세웠다. 허리에서 터프하게 상대하며 가시와의 미드필드 플레이를 막겠다는 계획이었다. 벤치에 대기하는 멤버들도 화려했다. 레오나르도, 이상협, 이승현, 문상윤, 김형일 등이 있었다.
정작 전북의 계획과 달랐던 것은 가시와의 포메이션과 전술이었다. 촌부리와의 경기에서 4-4-2를 가동했던 것과 달리 가시와는 3-4-3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경기를 장악하며 미드필드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라인을 밑으로 내린 채 역습 중심으로 경기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가시와의 요시다 타츠마 감독은 경기 후 “전북의 강한 측면 공격과 높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주도권을 내주더라도 결과를 가져가려고 했음을 설명했다. 최강희 감독은 “출전 명단을 보고서야 상대가 쓰리백을 쓰겠다는 의도를 알았다. 그에 대한 전술적 대응을 주문하고 경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전북은 가시와를 공략해갔다. 전반 4분 만에 에닝요의 크로스를 이재성이 헤딩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오며 무산됐다. 전반 15분에 다시 한번 골망을 흔들었지만 이번에도 오프사이드 파울이었다. 에닝요의 프리킥을 김기희가 헤딩으로 넘겼고 조성환이 뒤로 넘어온 공을 달려들어 헤딩으로 재차 밀어 넣었지만 부심의 기가 올라간 상태였다. 간발의 차였다. 전반 26분에는 하프라인에서 조성환의 강한 압박에 의해 가시와 수비라인 뒤로 넘어온 공을 이재성이 가슴으로 잡아서 그대로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골대를 맞고 나왔다. 이 세 차례의 공격이 무산되면서 전북의 집중력은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에닝요가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한교원이 잘 따라가 다이빙 헤딩 슛으로 연결했지만 가시와의 골키퍼 스게노의 선방에 막혔다. 2골은 넣을 수 있었던 장면이었음에도 스코어는 0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누구보다 J리그 팀을 공략하는 법을 잘 알고 있다. 특히 홈에서는 3골 차 이상의 승리도 두 차례나 거둔 적이 있다. 그 핵심 요소는 압박, 간격, 그리고 파울이었다. 정훈과 최보경은 경고를 받지 않는 적절한 수위의 파울로 가시와의 흐름을 끊어냈다. 최강희 감독이 J리그 팀을 상대할 때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세우는 투 보란치 전술을 가동하는 이유다. 조성환, 최철순 등 수비수들도 터프한 플레이로 기를 죽여놓았다. 허리에서 공을 점유하고 패스를 돌리는 일본 축구 특유의 장기는 최강희 감독의 전북을 상대로 애를 먹는다. 수비 시에는 포백 라인과 투 보란치 사이의 간격을 좁혀 일본이 패스로 풀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이런 J리그 공략법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이재성이었다. 이재성은 전방에서의 압박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동시에 공을 간수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후반에도 전북은 경기를 지배했다. 전반에 슛 2개만 날렸던 가시와는 후반에 단 하나의 슛도 기록하지 못했다. 특히 후반 막판 20분 가량은 가시와가 수비에만 전념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내용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의미를 상당 부분 상실했다. 특히 막판에 가시와를 자기 진영에 몰아 넣은 채 공을 소유했지만 위력적인 공격으로 이어가지 못하며 기회를 허비했다.
공존과 조합의 벽을 실감한 최강희 감독
전북의 두터운 선수층은 이날도 빛났다. 후반 11분 정훈을 빼고 레오나르도를 투입하며 경기 운영의 기어를 공격에 맞췄다. 후반 32분에는 문상윤이 들어갔고 후반 37분 선택한 마지막 카드는 김형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최강희 감독은 연쇄적인 포지션 변화를 줬다. 에두와 조합을 맞추던 이재성은 레오나르도가 들어오자 최보경과 파트너를 섰다. 에닝요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동해야 했다. 최보경이 근육 경련으로 빠지자 김형일을 투입하고 김기희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렸다. 전북이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조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들이었다. 문제는 이 조합의 완성도다. 선수 투입에 따른 계속되는 조합의 변화는 가능했지만 확실히 전반전의 경기력과 안정감에는 따라가지 못했다.
몇몇 선수의 공존 문제도 드러났다. 대표적인 것인 에닝요와 레오나르도였다. 좋은 장면도 몇 차례 있었다. 레오나르도가 투입되자마자 빠른 돌파로 얻어낸 프리킥을 에닝요가 기습적인 직접 프리킥으로 연결해 가시와 골키퍼 스게노를 놀라게 했다. 후반 41분에는 에닝요가 특유의 중거리 슛으로 가시와 골문을 다시 위협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 플레이는 조직적인 연계 플레이보다는 개인의 능력에 의해 나온 것들이었다. 에닝요를 플레이메이커로 돌린 작전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중앙에서의 에닝요는 정적인 플레이를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측면으로 움직이려고 시도하면 레오나르도와 겹치는 모습도 계속 나왔다.
이런 문제는 이날 이뤄지진 않았지만 이동국이 돌아와 에두와 함께 나설 때도 비슷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최강희 감독도 공존과 조합의 문제가 팀이 돌파해야 할 가장 큰 숙제임을 인정했다. 그는 “이동국과 에두의 공존 때문에 동계훈련 동안 다양한 시도를 했다. 4-4-2 포메이션처럼 두 선수를 같이 쓸 수 있는 상태를 만들면 미드필드진에 부담이 커진다. 하지만 경기 운영이 투박해도 반드시 이겨야 할 때는 그런 전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강희 감독은 지난 시즌에 맞았던 상황을 얘기했다. “조직력이 2개월의 동계훈련이면 충분히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시즌에 들어가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조직력이 안정적이지 않으면 경기력은 기복이 심해진다. 작년에도 우리는 월드컵 휴식기를 마치고서야 밸런스를 잡았고 경기가 좋아졌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이어서는 “이동국, 에두, 레오나르도, 에닝요, 한교원, 이승현이 공존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북은 강력한 공격력만큼 그에 대한 견제와 저항을 맞을 수 밖에 없다. 특히 홈에서는 가시와처럼 대부분의 상대가 내려선 채 경기를 나서고 전북 전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측면에서의 파괴는 이뤄지지가 더 힘들다. 최강희 감독은 이런 문제의 해법을 ‘시간’이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내가 생각하는 경기력의 100까지 올라오지 않았다. 시즌을 치러가면서 고민하고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라는 게 최강희 감독이 답한 공존과 조합의 숙제에 대한 해결책이었다.
선수 보강은 변화를 말하고, 그 변화는 적응과 안정에 당연히 시간과 시행착오를 대가로 요구한다. 전북은 지난 시즌처럼 리그 전체를 압도하는 전력을 시즌 초반에는 보여주기 어려울 지 모른다. 시간만이 해결할 수 있다면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것이 전북이 해야 할 가장 큰 미션이다.
:: MATCH FACT
- 전북 0-0 가시와, 2월 24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 관중 1만3,422명
- 득점자: 없음.
- 전북 출전명단(4-2-3-1): 권순태(GK, 주장)-이주용, 김기희, 조성환, 최철순-최보경(82’ 김형일), 정훈(56’ 레오나르도)-에닝요, 이재성, 한교원(77’ 문상윤)-에두
- 가시와 출전명단(3-4-3): 스게노 타카노리(GK)-에두아르도, 마쓰시마 타츠야, 다이스케 스즈키-와코 나오키, 오타니 히데카즈(주장), 쿠리사와 료이치(68’ 바라다 아키미), 김창수-타케토미 코스케, 레안드로, 쿠도 마사토(59’ 크리스티아노)
- 경고: 에닝요(12’) 김창수(17’)
- 퇴장: 없음.
:: 말말말
- 최강희 감독(전북): “꼭 이겨야 되는 경기를 비겼다. 홈에서 0-0으로 비긴 것은 패한 것과 다름 없다. 승점 1점을 딴 게 아니라 2점을 잃었다. 준비는 잘했다. 초반에 득점을 했으면 원하는 대로 풀었을 텐데 의욕이 앞서다 보니 오프사이드 장면이 많이 나와 리듬이 끊겼다. 집중력이 높은 경기였지만 전반전 득점에 실패한 게 무승부의 원인이다. 시즌 첫 경기는 선수들에겐 늘 부담스럽다. 가시와가 까다롭고 미드필드 운영이 돋보이는 팀인데 그 부분에선 우리가 의도대로 누르며 경기를 풀어갔다. 상대가 킥에 의존하는 플레이를 하게 만든 건 잘 했다. 같이 치고 받는 경기라면 우리가 원정에 가서도 유리할 거라 본다. 이재성은 동계훈련 동안 계속 작년 이상의 좋은 모습을 보였다. 올해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장점이 많은데 공격형 미드필더로 쓸 때 가장 유용하다. 그런데 지금 경기를 조율할 미드필더가 없다. 시즌이 이어지면 4-4-2 포메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전술을 준비해야 한다. 이재성이 당분간 공격과 미드필더를 오갈 수 밖에 없다. 다음 경기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산둥도 경기를 보니 예상보다 강하다. 원정에서 모험적인 경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이길 수 있게 준비하겠다.”
- 요시다 타츠마 감독(가시와): “원정에서 한국의 챔피언을 상대로 예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했다. 우리 쪽에서 구멍이 몇 차례 나왔다. 찬스를 많이 내줬다. 그래도 무승부와 승점 1점이라는 가치 있는 결과를 얻어 기쁘다. 전북이 아직 공식전을 치르지 않아 분석하기 어려웠다. 측면의 빠른 선수들과 높이를 막는 데 초점을 뒀고 지난 플레이오프와 다른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전북은 전체적으로 힘이 넘쳤다. 공격으로 나아가는 플레이에서 미스가 없었고 세컨드볼을 잘 소유하며 우리를 힘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