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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 국내
K리그에는, 뛰어다니는 이정협이 또 있다
출처:뉴스1 |20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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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마지막 날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던 축구대표팀이 2월의 첫날 금의환향했다. 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축구대표팀을 향해 국민들이 이토록 열렬한 환호를 보내준 것이 얼마만의 일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멀리 갈 것도 없겠다. 불과 6개월 전 인천공항과 2월 1일 인천공항의 분위기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랐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초라한 성적과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여줬던 대표팀을 향해 축구 팬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표출했다. 선수들이 마치 죄인처럼 입국했을 때 일부 팬들은 ‘엿’을 던졌을 정도다.

열혈 축구 팬들은 ‘한국 축구는 죽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6개월 뒤 한국 축구는 기사회생했다. 부임 4개월 된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아시안컵에 출전한 한국대표팀은 갖은 악재를 뚫고 준우승의 쾌거를 달성했다. 비록 55년 한을 풀지는 못했으나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트로피는 가져오지 못했으나 잊고 있었거나 잃어버렸던 한국 축구를 되찾았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거둔 가장 큰 소득은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새로운 감독과 함께 새로운 팀으로 태어났고 그 속에서 새로운 비전을 발견했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하겠다던 슈틸리케 감독의 ‘약속’은 지켜졌고 그 확실한 동기부여 속에서 선수들은 건강하게 경쟁했다. 멈춰 있던 피가 돌기 시작하면서 대표팀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름표‘와 ‘얼굴‘이 아닌 플레이에 집중하던 감독과 함께 모든 선수들은 ‘잘하면 나도 대표팀에서 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불과 6개월 만에 대한민국 대표팀이 ‘희망’을 말할 수 있었던 힘이다. 덕분에 반년 전 지옥 같던 입국장은 꽃가루가 날리는 비단길이 되었다. 이 행복을 잃고 싶지 않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이제 겨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을 뿐이다. 제대로 된 리듬을 타면서 경쾌하게 전진하는 슈틸리케호의 내일을 위해서는 준비할 것들이 많이 있다. 당장 6월부터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 돌입한다. 축구는 끝이 없다. 다시 시작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현재 대표팀은 완성된 팀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팀이다. 보완해야할 점들이 많다. 전술적 부족함을 운운할 단계도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축구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보다 많은 인재들을 발굴해 내부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활용 가능한 자원이 얼마나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맞춤옷을 입을 수 있다. 결국 시선은 K리그로 향한다.

이번 대회 베스트11 중 K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오른쪽 풀백 차두리와 원톱 이정협 정도였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해외파였다. 큰물에서 뛰는 선수가 많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면이 많다. 하지만 K리거의 씨가 마르고 있다는 것은 꽤 우려스러운 일이다. 대표팀의 근간이 되어야할 K리그 선수들이 줄고 있다는 것은 머잖아 다가올 한계를 느끼게 하는 불안한 그림자다.

물론 지금 당장은 딱히 문제될 것 없어 보일 수 있다. 자타공인 에이스가 된 손흥민은 불과 스물셋이고 확실한 리더로 자리매김한 기성용 역시 스물여섯이다. 주축들 대부분이 젊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로만 구성됐다고 해서 그 팀이 무조건 건강한 것은 아니다. 관건은 ‘살아 있는가’의 여부다. 물이 고이면, 썩는다.

대표팀에 신선한 물과 피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은 결국 K리그뿐이다. 유럽과 중동, 일본과 중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어차피 아는 얼굴들이다. 현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진짜 ‘뉴 페이스’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정협을 전혀 불가능한 환경에서 태어난 ‘돌연변이’가 아닌, 노력이 부족해 찾지 못했던 보석이라 소개해준 슈틸리케 감독의 혜안을 또 기대한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원석을 찾기 위한 눈이 더 많아져야한다. 이제 진짜 K리그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아직 K리그에는 또 다른 이정협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많다. 어쩌면, 숨어 있지 않고 그냥 뛰어다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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