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왕조가 전인미답의 ‘통합 4연패‘까지 단 1승만을 남겨뒀다.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5차전. 삼성은 이날 9회 말 2아웃부터 시작되는 드라마가 어떤 것인가를 팬들 앞에 똑똑히 보여줬다.

양 팀의 파이어볼러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이날 경기는 예고대로 중반까지도 강속구가 오가는 치열한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5회까지 안타 수가 삼성이 3개, 넥센이 1개에 불과했다. 릭 밴덴헐크(삼성)가 7이닝 5피안타 1실점, 헨리 소사(넥센)가 6과 1/3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삼성, 넥센에 2-1 역전승
최형우 9회 말 끝내기 안타
1승만 더하면 통합 4연패

기다리던 선취점은 6회 초에 나왔다. 넥센 선두타자 박헌도가 밴덴헐크를 상대로 좌전안타를 치고 나가 기회를 열었고, 희생번트 후 톱타자 서건창의 적시타가 터진 것. 한 점 차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소사는 삼성 중심타자인 최형우와 이승엽을 거푸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종료했다. 2회와 3회 넥센 우익수 유한준의 호수비에 걸려 득점 기회가 번번이 무산된 삼성 류중일 감독이 쓴 입맛을 다셨다.

8회 말 삼성은 무사 만루의 찬스를 잡으며 의지를 다잡았다. 그러나 넥센에는 수호신 손승락이 버티고 있었다. 손승락은 무사만루에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MVP급 활약을 펼친 뒤 양손을 활짝 펼치며 세리머니를 했다. 경기는 넥센의 한 점 차 승리로 끝이 나는가 싶었다.

그러나 저력의 삼성은 득점 찬스를 놓치고도 또 한 번의 기회를 만들어 냈다. 야마이코 나바로가 넥센 강정호의 실책으로 운 좋게 출루에 성공했고, 채태인이 우전 안타를 쳐 최형우에게까지 타순이 돌아왔다.

2사 1, 3루 상황에서 넥센의 마무리 손승락과 삼성의 4번 타자 최형우가 맞붙었다. 최형우는 피가 마를 것 같은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손승락의 몸쪽 직구를 받아쳤다. 타구는 1루 선상으로 빠져나가 우익선상을 타고 그대로 굴렀다. 3루에 있던 나바로가 여유 있게 홈을 밟았고, 1루에 대주자로 나가 있던 김헌곤이 필사적으로 3루를 돌아 홈으로 돌진했다. 9회 말 2아웃에 터진 끝내기 안타였다.

최형우는 2루 베이스에 도착한 뒤 더그아웃에서 뛰쳐나오는 동료들을 껴안았다. 그는 "제게 기회가 오리라고 생각했고 자신도 있었다"며 "아웃이든 안타든 끝내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는데 마침 머릿속에 그려놓은 볼 배합으로 공이 왔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1승만 보태면 4년 연속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는 통합 4연패의 고지에 오른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33년 동안 어느 팀도 오르지 못한 경지다.

반면 벼랑 끝에 선 넥센은 6차전과 7차전을 내리 이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5차전에 지고도 우승컵을 들어 올린 팀은 1984년 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1995년 OB 베어스가 마지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