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자스시티 로열스가 정규시즌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원동력인 막강 불펜이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정규시즌부터 이들의 활약상은 캔자스시티의 최고 장점이었다. 마무리 그렉 홀랜드는 1승 3패 46세이브, 평균자책점 1.44를 기록해 그야말로 철벽이었다. 상대는 홀랜드 앞까지 가는 길도 힘겨웠다. 켈빈 헤레라가 4승 3패, 평균자책점 1.41, 웨이드 데이비스가 9승 2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1.00을 올렸다. 이들은 204⅓이닝을 합작했다.

포스트시즌에 와서도 이들의 압도적인 피칭은 그대로였다. 7경기에 출전한 에레라는 8⅓이닝 10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어 데이비스가 8경기 9⅓이닝 10탈삼진 1실점하고 2승을 따냈고, 홀랜드는 8경기 8이닝 10탈삼진 6세이브로 뒷문을 지켰다. 이들이 힘을 보탠 캔자스시티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포함해 포스트시즌에서 파죽의 8연승을 거두고 있다.

가을에 와서 이들은 더 강해졌다. 셋의 평균자책점은 1.05로 정규시즌보다 좋다. 또한 이들은 정규시즌에서 캔자스시티가 치른 이닝의 14%를 책임졌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32%로 비중이 2배 이상 높아졌다. 그런 가운데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인 ESPN이 19일(이하 한국시간) 이들을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을 나름대로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를 통틀어 피홈런이 하나도 없는 에레라는 신기한 투수다. 에레라는 스트라이크존의 높은 코스에도 포심 패스트볼을 자주 던지지만 좀처럼 홈런 허용은 없다. 탈삼진 비율은 25%로 정상급 불펜 투수들에 비해 처진다. 35% 이상인 데이비스와 홀랜드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대신 인 플레이 된 공의 51%가 땅볼일 정도로 땅볼 유도가 좋다.

공략법은 초구를 치는 것이다. 에레라는 초구에 강속구를 던지는 비율이 89%나 된다. 체인지업과 커브를 숨겼다가 유리한 카운트에 던지기 위해서다. 초구가 인 플레이 됐을 때 에레라의 피안타율은 3할8푼7리로 높아진다. 100마일(160.9km)에 가까운 빠른 볼을 정확히 때리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이것이 출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데이비스는 커터도 활용한다. 올해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95.5마일(153.7km)까지 올라온 데이비스는 슬라이더로 분류될 정도로 변화가 심한 커터를 갖고 있다. 에레라와 마찬가지로 정규시즌부터 피홈런이 하나도 없었고, 장타를 내준 것도 7차례에 불과하다.

데이비스를 무너뜨리려면 에레라와 달리 초구를 건드리면 안 된다. 올해 그의 초구가 인 플레이 된 경우는 19번 있었는데, 결과는 19타수 1안타였다. ESPN은 “데이비스를 꺾을 가장 좋은 찬스는 그의 제구가 흔들려 패스트볼을 던질 카운트에 몰리거나 볼넷을 내주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데이비스가 본연의 모습일 때는 사실상 공략할 수 없다는 것과 같은데, 셋 중에서도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았으니 틀린 말도 아니다.

마무리 홀랜드는 포심 패스트볼-슬라이더 투 피치 조합의 투수다. 스플리터와 커브도 던지지만, 전체 투구 중 스플리터와 커브를 더한 것이 5% 비중밖에 되지 않는다. 에레라보다는 낮은 코스에 빠른 볼을 꽂는 경향이 크다. 하이 패스트볼을 의도적으로 던질 능력도 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들어 8이닝 동안 5명을 볼넷으로 내보낸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홀랜드를 상대하는 타자들의 마음가짐도 여기서 출발한다. ESPN도 “홀랜드를 상대로 가장 좋은 접근법은 참을성을 갖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홀랜드는 초구에 빠른 볼을 75% 정도 활용하는데, 슬라이더가 초구일 경우는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는 일이 많다. 그러면 볼 배합이 단조로워져 포심 패스트볼도 타자들에게 덜 위협적이게 된다.

ESPN은 심층적인 자료들을 토대로 이들을 맞아 선전할 수 있는 방법을 밝혀내려 했으나, 결론은 ‘어렵다’였다. “가장 큰 희망은 볼넷과 (투수들의) 실수인 것 같다”는 것이 ESPN의 최종적 의견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지금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불펜 트리오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