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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강정호가 없었다면 나도 없다"
출처:스포츠조선|201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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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출범한 넥센 히어로즈는 창단 초기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최근 3년 간 정상급 팀으로 성장했다. 2012년에 6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는데 전반기에 상위권 돌풍을 일으키며 달라진 면모를 보여줬고, 지난 해에는 공고한 상위권 구도를 깨고 3위로 포스트 시즌에 올랐다.

올 해도 거침없이 달려왔다. 시즌 초반부터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힘있는 야구, 스마트한 야구를 보여줬다. 시즌 중간에 잠시 흔들리기도 했으나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해 왔다. 히어로즈는 최근 3년 간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뜨거운 팀이었고, 새로운 야구의 진원지였다.

폭발적인 공격력은 히어로즈의 트레이드 마크. 막강하나 공격력이 지금의 히어로즈를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리그 최고를 자랑하는 히어로즈 타선의 중심에 박병호(28)와 강정호(27)가 있다.

3년 연속 홈런왕을 노리고 있는 박병호와 유격수 최다 홈런-최다 타점 기록을 갈아치운 강정호 모두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선후배 간의 홈런 레이스가 흥미진진하다. 박병호가 도망가면, 강정호가 따라붙고, 강정호가 한발 다가가면, 박병호도 어김없이 대포를 가동했다. 그리고 어느새 박병호는 40홈런을 지나 지난 8월 3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41호 홈런을 터트렸다. 강정호가 8월 27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29일 한화 이글스전까지 3경기 연속으로 36~38호 홈런을 때리자 박병호도 힘을 냈다.

히어로즈의 4번 타자 박병호와 5번 타자 강정호. 둘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팀 선후배라도 개인 타이틀 경쟁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내색하기는 어려워도 욕심을 낼만도 하다. 그런데 둘은 ‘경쟁‘과 ‘라이벌‘이라는 말에 고개를 힘차게 가로저었다.

▶"병호형이 없으면, 나도 없다"

상대가 홈런을 때렸을 때, 겉으로는 웃어도 속으로는 아쉬운 한숨을 내쉬는 건 아닐까. 박병호가 41호 홈런을 때린 8월 31일 삼성 라이온즈전. 강정호는 휴식 차원에서 출전하지 않고 대구구장 덕아웃을 지켰다. 벤치에서 박병호의 홈런을 지켜본 강정호는 "당연히 병호형이 홈런을 치면 기분이 좋다. 아마 병호형도 나랑 같은 마음일 것이다"고 했다. 둘이서 함께 팀 타선을 이끌면서 여기까지 왔다. 강한 유대감, 끈끈한 동료의식이 둘을 하나로 묶은 것일까. 둘은 히어로즈의 우승이라는 하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해까지 홈런 생산 능력에서 박병호가 강정호에 크게 앞섰다. 성남고 시절에 4연타석 홈런을 때렸던 박병호는 LG 트윈스 입단 때부터 거포로 큰 기대를 모았다. 우여곡절 끝에 2011년 시즌 중에 히어로즈로 이적한 박병호는 2012년부터 홈런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강정호는 "8월 31일 홈런은 홈런스윙을 갖고 있는 병호형이니까 가능한 홈런이었다. 웬만한 타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홈런이었다"고 했다. 이날 박병호가 오른쪽 펜스쪽으로 밀어쳐 넘긴 홈런을 두고 하는 말이다. 홈런에 관한한 선배의 엄청난 능력을 인정.

강정호는 박병호가 자신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병호형은 2년 연속으로 홈런왕과 MVP를 차지한 최고의 홈런타자이다. 쫓아간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적이 없다. 그리고 나는 홈런을 때리기 위한 스윙을 하는 것도 아니다. 올 해 몸이 좋아지고 컨택트 능력이 좋아지면서 홈런이 늘었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강정호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12년 기록한 25개. 일찌감치 메이저리그 진출을 목표로 내세운 강정호는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몸을 키우고 근육을 늘렸다. 이제 정확하게 컨택트를 하면 홈런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의 파워를 만들었다.

한 방송해설자는 "강정호가 지난해까지 바깥쪽에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점을 보였는데, 이를 극복한 것 같다. 볼에 배트가 쉽게 나가지 않고, 스트라이크존 근처로 오면 밀어쳐서 홈런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년 간 정호와 함께 성장했다"

팀의 주축인 4번과 5번 타자. 함께했을 때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났다. 박병호와 강정호, 둘은 서로의 존재감이 성적에 엄청난 영향을 줬다고 했다.

강정호는 "병호형이 4번에서 버티고 있으니까, 상대 투수가 피로감이 쌓이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까 내가 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고 했다. 산같은 존재감을 지닌 타자 박병호 뒤에 나오는 또다른 산 강정호. 상대 투수는 죽을 맛일 것 같다.

박병호도 생각이 비슷했다. 그는 "4번에 나만 있었다면 이렇게 홈런을 때리지 못했을 것이다. 정호가 뒤에 있에 상대 투수가 나를 상대하게 되고, 홈런도 때릴 수 있는 것이다. 4번 타자로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데, 정호가 뒤에 있어 그런 부담감을 덜어내고 조바심내지 않고 경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아무리 선배라고 해도 때로는 든든한 후배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사실 박병호가 2011년 여름에 히어로즈로 이적하기 전까지 히어로즈의 간판 타자는 강정호였다. 거포 유망주가 붙박이 4번 타자로 중심에 자리하고, 강정호가 함께하면서 막강 타선이 틀을 갖췄다.

박병호는 "나 혼자서 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3년 간 정호와 함께 성장한 것 같다"고 했다.

2012년 31홈런-105타점, 2013년 37홈런-117타점, 1일 현재 41홈런-97타점.

지난 해에 컨택트 능력이 좋아지면서 한 단계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박병호는 이제 이만수 장종훈 이승엽으로 이어지는 한국 프로야구 홈런타자 계보를 잇는 거포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박병호가 이승엽처럼 롱런할 것이라고 말한다. 탁월한 신체조건에 홈런스윙을 갖고 있고, 누구보다 성실하면서, 집중력이 뛰어나고,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한시즌 50홈런을 기대해볼 수 있는 유일한 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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