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선수들을 많이 쓴다고 세대교체인가”

삼성은 역사적인 통합 3연패를 이뤄냈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한 페이지를 만들었다. 이런 삼성은 올 시즌 큰 도전에 임한다. 그 화두 중 하나는 세대교체다. 현실적인 측면, 그리고 장기적인 시선을 가져야 하는 프로팀으로서 당연한 명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류중일(51) 감독은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런 류 감독의 생각은 간판타자인 이승엽의 기용법에서도 드러난다.

삼성의 상징이자 중심타선의 핵심 중 하나인 이승엽은 지난해 썩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잔부상에 시달린 가운데 111경기에서 타율 2할5푼3리, 13홈런, 69타점에 그쳤다.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낮은 타율과 적은 타점이었다.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류 감독의 신임은 한결같다. 올 시즌도 자신의 구상에서 이승엽의 이름을 지우지 않고 있다.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승엽은 마흔을 바라보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진다. 하지만 류 감독은 이에 대해 단순한 논리를 내놨다. 류 감독은 “다들 왜 이승엽을 쓰느냐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승엽 이상의 타자가 없다”라고 말했다. 류 감독은 “급진적이고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없다. 젊은 선수들이 베테랑을 뛰어 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젊은 선수들을 전략적으로 중용해 기량을 키우는 방법은 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이런 방법이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기량, 그리고 현 시점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는 것이 공평하다는 것이다. 젊은 선수들이 베테랑들을 뛰어 넘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이뤄내는 장면이 이상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오승환이 빠져 나간 마운드에서도 마찬가지다. 류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새롭게 떠오른 선수는 심창민 정도다”라고 현실을 짚었다. 그만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의미다. 류 감독도 남모를 고민이 크다. 류 감독은 “(전지훈련에서) 아직 확 치고 올라온 선수가 별로 없다”라고 아쉬워했다. 삼성의 숙제이기도 하다. 류 감독도 젊은 선수들의 분발을 바라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리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베테랑 선수들의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승엽도 충실히 훈련을 소화하며 자존심 회복을 노리고 있다. 류 감독은 “이제 마흔이 다 된 선수가 20대 선수의 몸을 가질 수는 없다”라면서도 “지난해를 통해 스스로 느낀 것도 있을 것이고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처럼 류 감독은 신인급 선수들의 성장세는 물론 베테랑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략보다는 기량. 삼성 세대교체의 큰 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