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가 샬케를 6-1로 꺾으며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후보와 가까스로16강에 오른 팀의 큰 차이를 확연하게 보여줬다.

축구 팬들은 챔피언스 리그에서 흥미진진한 승부가 펼쳐지길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한 팀이 일방적으로 밀린 끝에 망신스러운 패배를 당하는 결과들이 이어졌다.

샬케가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경기를 펼쳤다기보다는 레알 마드리드가 최고 수준의 전력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평범한 팀들과 최고 수준의 팀들은 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져버렸다.

레알은 아주 쉽게 샬케를 공략했고, 90분 내내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카림 벤제마, 가레스 베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나란히 두 골을 터트렸는데 사실 더 많은 골을 기록할 수도 있었다.

16강 1차전에서 샬케와 레알의 맞대결이 가장 큰 점수 차를 기록했지만, 다른 경기들도 일방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조 2위로 16강에 오른 여덟 팀 중 여섯 팀이 홈에서 패했고, 유일하게 승리한 올림피아코스의 상대는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사실 32강 조별라운드에서부터 강호들이 약체들을 ‘데리고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팬들은 토너먼트에 접어들며 진정한 대결이 시작되길 기대했다. 그런데 샬케는 6골을 내주며 패했고, 바이엘 레버쿠젠도 파리 생제르맹(PSG)에 0-4로 일방적인 패배를 당했다. 제니트 또한 지난 시즌 준우승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2-4로 패했다.

축구는 변화에 잘 적응해온 스포츠다. 유로피언 컵이 챔피언스 리그로 개편되며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해왔고, UEFA(유럽축구연맹)는 계속 팬들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장치들을 고민했다. 그 결과 참가 팀의 숫자가 늘어났고, 조별라운드가 도입됐으며, 경기 숫자도 늘어나 팬들에게 볼거리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반대 방향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 챔피언스 리그가 정말 최고의 대회로 보이려면 16강이 폐지되어야 할 것 같다. 4월이나 돼야 시작하는 8강전까지는 기다림이 너무 길고 지루하다.

UEFA는 레알, PSG, 도르트문트의 경기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 2년 전에 바르셀로나가 레버쿠젠을 종합전적 10-2로 물리친 적도 있었다. 예선 경기를 늘리고 본선 경기를 줄이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본선이 더 늦게, 더 적은 팀들과 함께 시작하면 경기의 중요도도 올라가고, 강팀 간의 맞대결도 더 자주 성사될 것이며, 토너먼트에서 일방적인 승부도 줄어들 것이다.

현재의 챔피언스 리그 방식에서는 최고 수준의 경기를 보여줄 팀이 너무 적다는 게 불편한 진실이다. 레알 마드리드에 샬케는 상대가 되지 않는 팀이다. 팬들의 기대가 집중된 토너먼트에서 경기 시작 20분 만에 승부가 결정돼버리고 말았다.

바이에른 뮌헨, 레알, 바르셀로나를 제외하면 PSG정도가 우승후보를 자처할 수 있는 팀이다. 첼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우승을 바라보기보다는 8강 진출에 집중해야 하는 팀이다. 샬케는 실수를 거듭하며 계속 골을 내줬고, 앞으로 3주 후에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대체 레알을 어떻게 상대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루할 정도로 일방적인 승부가 16강 2차전에서도 이어질 것이다. 유럽 최고의 경기가 되었어야 할 여덟 개의 승부들 중 여섯 개는 1차전에서 사실상 향방이 결정됐다. 챔피언스 리그는 팬들이 눈을 돌리기 전에 토너먼트 방식을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