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시장의 판이 커졌다. 이제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한국 구단들을 상대로 선수를 장사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20일(이하 한국시간) 복수의 한국·일본 구단들이 내야수 브렛 필(29)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며 이적료가 100만 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 매체 ‘CSN 베이에리어‘는 샌프란시스코와 협상을 벌이는 한국팀이 KIA 타이거즈라고 밝혔다. 아직 계약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협상 소식이 현지 매체를 통해 전해질 정도로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제는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원하는 구체적인 이적료가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0년 말 LG가 레다메스 리즈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원소속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100만 달러 이상의 이적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액수가 공개된 적은 없었다.

공식적으로 외국인선수 몸값이 30만 달러로 한정돼 있는 한국프로야구이지만 이적료는 단위가 달라졌다. 이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최근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을 영입한 몇몇 구단에서는 순수 몸값 못지않은 이적료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외국인선수 영입에 있어 이적료의 개념이 크지 않았다. 외국인선수 업무를 담당한 관계자에 따르면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이적료는 10만 달러 이하로 일종의 수수료에 가까웠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몸값이 상승하며 이적료까지 덩달아 치솟았다.

이 관계자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쓰지도 않을 선수를 40인 로스터에 넣어 흥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한국 시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구단으로서는 이용당하는 느낌도 받을 때가 있다. 몸값보다 이적료가 더 비싸지고 있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구단 뿐만 아니라 멕시코 구단들도 적잖은 이적료를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

과거보다 젊고 힘 있으며 기량이 출중한 선수들이 한국 무대에 온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국야구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도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화가 영입한 케일럽 클레이는 만 25세 젊은 투수로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지만 일찌감치 아시아 무대에 흥미를 보이며 도전을 선언한 케이스. "예전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던 선수들이 이제는 먼저 만남을 요청하기도 한다"는 게 스카우트 담당자들의 이야기.

그러나 시장이 커진 만큼 그만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졌다. 이제는 계약금과 연봉 뿐만 아니라 이적료까지 두 배의 규모가 든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이제는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40인 로스터 선수를 ‘세일즈‘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외국인선수 시장이 정말 커졌다. 어디까지 커질지 모르겠다"며 "구단들마다 더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한 경쟁과 부담감이 커졌다. 이러다 비용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설상가상으로 비싼 돈 들인 선수들을 자금력이 막강한 일본 구단에 빼앗기는 사례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당장 올해 크리스 세든이 SK를 떠나 일본으로 갔다. 다년계약 등을 인정함으로써 제도적으로 몸값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