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근이형, (김)주찬이형이 50억 원을 받았는데….‘

몸값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분위기이다. 소속 선수를 잡아야 하는 구단이나 외부 FA 영입을 노리는 구단은 골치가 아프다.

2014시즌 FA는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FA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형성된다. 올 겨울은 어느 해보다 거물급 FA가 많아 구단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몸값 상승은 필연적이다.

특급 선수는 포수 강민호(28), 투수 장원삼(30), 내야수 정근우(31), 외야수 이용규(28) 4명이다. 이들은 계약 기간 4년을 기준으로 50억 원 이상의 대형 계약이 점쳐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강민호는 2004년 심정수(은퇴)가 삼성과 맺은 FA 역대 최고 계약(4년 60억 원)을 뛰어넘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네 선수의 원소속구단은 재계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잔류를 장담할 수는 없다. 선수는 돈이 최우선 고려 사항이다. 구단과 이견이 크면, 또 더 많은 액수를 베팅하는 구단이 나오면 잡고 싶어도 잡지 못한다.

FA 몸값 폭등은 2012시즌 이택근(33), 2013시즌 김주찬(32)의 4년 50억 원 계약이 불을 붙였다는 지적이다. 둘은 각각 넥센과 KIA로 이적하면서 계약금만 16억 원, 26억 원을 받았다. 한 번에 거머쥔 돈이 웬만한 FA의 계약 총액과 맞먹는다.

이후 4년 50억 원은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처음으로 얻은 간판 FA가 자신의 몸값을 가늠하는 이정표가 됐다. 스타급 선수라면 ‘내가 50억 원 이상 받지 못할 이유가 뭐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FA의 올라간 눈높이가 큰 부담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어떤 선수에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금액이 너무 높은 것 같아 엄두가 안 난다"고 걱정을 드러냈다. 프로야구 선수단의 한 해 연봉 총액은 신인과 외국인 선수를 빼고 약 40억 원에서 60억 원 사이다. 특급 FA 1명을 영입하면 연봉 총액의 30~50%를 계약금으로 지출해야 한다.

구단은 현재 FA 시장이 과도하게 달아올랐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전력을 보강하고 유지하기 위해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내부 FA를 못 잡으면 당장 내년 시즌 성적에 먹구름이 낀다. 또 외부 FA 영입은 전력을 단번에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여서 구미가 당긴다. 문제는 과도한 지출이다. 외부 FA는 원소속 구단의 제안을 뛰어넘는 금액이어야 사인해 웃돈을 얹어줘야 한다. 과거 심정수와 이택근, 김주찬은 모두 이적 FA였다.

최근 FA 시장은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2012년 FA 상위 계약자 4명 이택근 정대현(롯데) 김동주 정재훈(이상 두산)은 총 146억 원을 받았다. 작년 빅4였던 김주찬 정성훈 이진영(이상 LG) 홍성흔(두산)의 계약 총액은 149억 원이었다. 올해 강민호 장원삼 정근우 이용규는 150억 원을 넘어 200억 원 돌파가 예상된다. 넷 중 팀을 옮기는 선수가 나오면 200억 원을 훌쩍 넘길 수도 있다. 올 시즌 최하위 한화가 최소 2명의 FA를 영입하겠다고 했다.

FA의 몸값을 진정시킬 장치는 딱히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FA 최대 계약 기간을 4년에서 2년 또는 3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선수들이 반발할 게 뻔해 실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현재로선 구단의 FA 사전 접촉 금지 규정 준수가 그나마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타자가 FA 시장의 열기를 식혀줄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내년부터 외국인 선수 3명(NC는 4명)을 뽑을 수 있는 9개 구단은 최소 1명 이상을 타자로 채워야 한다. 외국인 타자는 FA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용병 야수를 데려올 수 있어 작년처럼 FA 시장이 과열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