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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마운드에 녹아내린 신경현의 흔적들
출처: 스포츠조선|201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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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 한화 이글스의 안방을 지켜온 신경현(38)이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한화는 오는 14일 대전에서 열리는 삼성과의 경기에 앞서 신경현 은퇴식을 열기로 했다. 한화가 은퇴 행사를 여는 선수는 신경현이 11번째다. 그의 은퇴는 이미 지난 4월 결정이 됐던 사항이다. ‘리빌딩‘ 작업에 들어간 한화는 당시 2군에 머물던 신경현에게 공익근무 중인 선수들을 관리하는 코치직을 권유했고, 그는 고민 끝에 받아들였다. 신경현으로서는 현역 연장의 희망이 컸지만, 마무리훈련과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사실상 전력외로 분류돼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신경현은 지난 98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번으로 한화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상무에서 군복무를 하던 2002~2003년을 제외한 14시즌을 줄곧 한화에서만 뛰었다. 한화 이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나 다름없다. 신경현은 현역 시절 타격보다는 수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비형 포수로 팀공헌도가 높았다. 한화에는 유독 레전드급 투수들이 많았다. 그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 동안 마운드에는 송진우 구대성 문동환 정민철 류현진 박찬호 등 당대 최고의 투수들이 공을 던졌다. 이들 레전드 투수들이 대기록을 달성하는 순간, 그 현장에서는 신경현이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다.

지난해 박찬호가 역사적인 국내 무대 데뷔전을 치르던 날, 그의 파트너 역시 신경현이었다. 박찬호는 2012년 4월12일 청주 두산전에 선발로 등판해 6⅓이닝 4안타 2실점의 호투로 국내 데뷔전서 승리투수가 됐다. 박찬호는 경기후 "볼배합이라든지 리드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해줬다.

바꾸지 않아도 될 만한 볼배합을 90% 이상 사인 냈다. 든든했다"며 함께 호흡을 맞춘 신경현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데뷔전을 승리로 이끈 박찬호는 이후 등판에서도 주로 신경현과 배터리를 이뤄 인상적인 피칭을 했다. 항상 호흡을 맞추는 만큼 ‘형-동생‘처럼 친분을 쌓아갔다.

한화 역사의 산증인인 송진우의 각종 대기록 수립 현장에도 신경현이 있었다. 화려하고 의미가 컸던 기록중 하나는 프로 최초 개인통산 2000탈삼진. 송진우는 지난 2008년 6월6일 대전 히어로즈전에서 역사적인 2000탈삼진 고지를 밟았다. 송진우는 8이닝 동안 4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는 동안 삼진 3개를 추가했다. 2000탈삼진에 하나를 남겨 놓은 8회초 2사후 이상군 투수코치가 올라가 투수를 교체하려 하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흘러나왔다. 송진우를 그대로 놔두라는 것. 송진우와 몇 마디 나눈 이 코치는 그대로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이어 송진우는 히어로즈 송지만을 상대로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124㎞짜리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 마침내 2000탈삼진에 이정표를 세웠다. 이 역시 신경현의 사인에 의한 것이었다. 당시 송진우는 삼진 뿐만 아니라 8이닝을 잘 이끌어준 신경현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금은 LA 다저스의 주축 선발로 활약중인 류현진은 신경현이 ‘키워낸‘ 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현진이 한화에서 거둔 98승 가운데 83%인 81승이 신경현과 배터리를 이뤄 만든 것이다. 류현진의 각종 대기록의 도우미는 단연 신경현이었다. 특히 류현진이 9이닝 기준 한 경기 최다인 17개의 삼진을 잡아낼 때 신경현의 리드는 신들린 듯했다. 지난 2010년 5월11일 청주 LG전이었다. 당시 17탈삼진으로 3대1의 완투승을 이끈 류현진은 "신경현 선배님의 리드 덕분에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고 했다. 류현진은 2011년 6월19일 대전 두산전서 역대 최연소, 최소경기 통산 1000탈삼진을 달성한 후에도 "신경현 선배가 없었다면 지금까지의 기록은 없었다. 데뷔할 때부터 공을 받아주셨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진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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