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근잘근 씹어 먹어주지”

전태풍이 고려대를 항해 돌직구를 던졌다.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13 KB국민카드 프로-아마 최강전’ 미디어데이가 열린 가운데 프로 10구단과 대학 5개팀, 상무까지 총 16개 팀의 감독과 대표 선수 1명씩이 참석해 이번 대회에 나서는 출사표를 던졌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특히 최근 마무리된 ‘제27회 FIBA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16년 만에 세계 농구 월드컵(前 세계선수권대회) 진출 티켓을 거머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에 대한 축하 인사가 주를 이뤘다.

KT 전창진 감독은 “마닐라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온 대표팀에게 진심으로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여세를 몰아 내일부터 시작될 최강전에서도 최선을 다해 농구 붐이 조성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SK 문경은 감독도 “이미 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농구 붐에 불이 붙은 것 같다. 최강전을 시즌의 시작이라 생각하고 그 중심에 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표팀에서 김선형의 체력소모가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내일부터 바로 출전시키겠다”며 의욕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 밖에 LG 김진 감독과 경희대 최부영 감독, 한선교 총재 역시도 대표팀의 성과에 대해 박수를 보내며 이러한 열기를 프로-아마 최강전에서도 이어나갈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유독 남다른 각오를 불태우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오리온스의 전태풍이었다. 전태풍은 이번에도 이승준에게 밀려 꿈에 그리던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그가 1라운드에서 맞붙게 된 고려대를 향해 던진 한 마디는 이번 최강전에서 이러한 한을 풀어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기도 했다.

전태풍은 “고려대라는 좋은 팀과 처음으로 맞붙게 됐다”고 밝히면서도 “잘근잘근 씹어 먹어주지”라는 애교 섞인 트래쉬 토크를 던져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를 옆에서 듣고 있던 이종현은 “잘 들었다. 열심히 하겠다”고 맞받아치면서 “무조건 이기겠다. 작년에는 적응기간이 짧아서 손발이 안 맞았는데 이번에는 충분히 호흡을 맞췄다. 지난 대회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전태풍의 도발에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추일승 감독 역시 대학 팀에게 지지 않겠다는 열망을 그 어떤 사령탑보다도 강하게 표현했다. 경희대 최부영 감독만이 오리온스를 우승 후보로 언급했을 뿐 대다수의 참가자들이 고려대를 우승 후보로 지목하자 프로의 자존심을 걸고 승리를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추 감독은 “고려대에는 이번에 좋은 활약을 선보인 이종현이 있지만 정 안되면 전태풍과 맞대결을 시키겠다”는 농담을 던지면서도 “부상 선수가 있어서 100% 전력을 가질 수는 없다. 그래도 프로팀인 만큼 프로의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이 밖에도 지난해 이미 맞대결을 펼쳤던 팀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의 신경전이 있었다. 특히 패장들의 각오가 좀 더 거셌다. SK에게 1라운드에서 무릎을 꿇었던 연세대 정재근 감독은 “작년에는 한 수 배운다는 자세였지만 올해는 이기겠다는 자세로 경기하겠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상무에 패했던 LG의 김진 감독은 “지난해 1차전에서 상무와 붙었는데 올해도 그렇게 됐다. 나름대로 김시래를 비롯해 새롭게 가세한 선수들이 있는 상황이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설욕을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4강에서 전자랜드를 상대로 고배를 마셔야 했던 삼성의 김동광 감독도 “전자랜드에게 아깝게 졌지만 이번에는 많은 준비를 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설욕해보도록 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