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인정받던 손흥민(33·토트넘)이 부진한 경기력과 사생활 논란 속에 커리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오는 2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맞붙는 유로파리그 결승전은 토트넘 주장으로서 첫 트로피 획득과 함께 평판 회복의 중요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토트넘은 현재 프리미어리그 17위(승점 38점)라는 구단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1997~1998시즌(승점 44점) 이후 가장 낮은 승점을 기록하게 될 만큼 부진한 상황에서 주장으로서 손흥민의 부담도 가중됐다.

손흥민은 지난달 프랑크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8강 1차전 이후 발 부상으로 약 한 달간 결장했다. 지난 11일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후반 교체로 복귀했고, 17일 애스턴 빌라전에서는 선발 출전했지만 경기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복귀 후 과거의 날카로운 공격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애스턴 빌라전에서 단 한 차례 슈팅에 그쳤고, 여러 공격 시도에서도 효과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1월 15일 아스널전 이후 4개월 넘게 필드골이 없는 상황이다.

손흥민은 최근 사생활 논란에 직면했다. 20대 여성과 40대 남성이 손흥민을 상대로 금전을 요구한 사건이 언론에 공개됐다. 이들은 여성의 임신 관련 정보를 언론에 공개하겠다며 협박했고, 손흥민 측은 이들을 공갈 및 공갈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그동안 모범적인 이미지로 알려졌던 손흥민의 사생활이 노출되면서 국내외 팬들 사이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타났다. 비경기적 요소가 겹치면서 경기 집중력과 컨디션 유지에 추가적인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런데도 주축 선수의 줄줄이 부상으로 손흥민은 맨유와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토트넘이 승리하면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 만에 공식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된다.

손흥민에게는 프로 커리어 첫 우승의 기회다.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프로 데뷔 후 레버쿠젠을 거쳐 2015년 토트넘에 입단했지만, 아직 소속팀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적은 없다. 2016~2017시즌 프리미어리그 2위,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20~2021시즌 리그컵 준우승 등 여러 차례 트로피를 앞에 두고 번번이 좌절했다. 다만 유로파 결승 상대 맨유도 프리미어리그 16위(승점 39점)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어 승리할 가능성도 적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이번 결승전은 손흥민의 향후 커리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시아 선수 최초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월드클래스 평가를 받던 손흥민이 하위권으로 추락한 토트넘에서 자신의 황금기를 낭비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시즌 내내 나왔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7골 10도움을 기록 중인 그는 8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마저 위협받고 있다.

영국 매체 TBR 풋볼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 구단들이 손흥민에게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손흥민의 미래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손흥미은 최근 인터뷰에서 “퍼즐을 만드는 데 모든 조각을 맞췄다고 생각하는 데 가장 중요한 마지막 한 조각이 부족한 것 같다. 그 조각을 찾아 10년 동안 헤맸는데 이번엔 그 퍼즐을 맞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프로 커리어 첫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냈다.

이번 유로파리그 결승은 손흥민에게 토트넘의 17년 트로피 가뭄을 해소하고 자신의 평판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다. 승리할 경우 커리어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지만, 패배한다면 여름 이적시장에서 거취 문제까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