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시장 큰손' 기업은행, 봄 배구 복귀에 올인
출처:오마이뉴스|202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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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는 팀이 실망스러운 성적을 내거나 예기치 않은 이유로 감독이 중도 해임 됐을 때 새로운 감독을 선임한다. 시즌 중반 이후 감독이 사퇴하거나 경질된 경우엔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치고 시즌이 끝난 후 새 감독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즌 초·중반에 감독 자리에 부재가 생기면 시즌 도중 새 감독을 선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구단에서 시즌을 포기하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판단을 하는 것이다.

지난 2021-2022 시즌 서남원 감독이 시즌 개막 한 달 만에 경질 당하고 김사니 감독 대행마저 논란 끝에 팀을 떠나게 된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지난 2021년 12월 김호철 감독을 팀의 4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현역시절 ‘컴퓨터 세터‘로 이름을 날리던 김호철 감독은 이탈리아 프로팀과 남자부의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남자 국가대표팀 준을 지휘했을 만큼 배구계에서 검증된 지도자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김호철 감독 부임 후 세 시즌 동안 한 번도 봄 배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기업은행은 지난 3월 김호철 감독에게 2+1년의 재계약을 안기며 김호철 감독을 재신임했고 FA시장에서 33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이소영과 이주아라는 대어를 동시에 영입했다. 과감한 투자와 감독 재신임을 통해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올려 지난 세 시즌의 부진을 털어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운 것이다.

김호철 감독 부임 후 3연속 봄 배구 실패



기업은행은 김호철 감독이 부임했던 2021-2022 시즌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될 때까지 32경기에서 11승21패 승점31점으로 7개 구단 중 5위에 머물렀다.러시아 출신 거포 안나 라자레바(쿠제이보루)의 활약에 힘입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2020-2021 시즌보다 순위가 두 계단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행을 응원하는 팬들은 2021-2022 시즌의 부진한 성적에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2021-2022 시즌 기업은행은 주장이었던 조송화 세터의 무단 이탈과 서남원 감독의 경질, 김사니 감독 대행의 사퇴 등 크고 작은 내홍을 겪었다. 아무리 이탈리아와 남자부에서 검증 받은 김호철 감독이 부임했다 하더라도 곧바로 팀을 상위권으로 끌어 올리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따라서 대부분의 팬들은 김호철 감독이 온전히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2022-2023 시즌이 진짜 승부처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김호철 감독이 시즌 전체를 진두지휘했던 2022-2023 시즌에도 36경기에서 15승21패를 기록하면서 7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렀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했던 아나스타시야 구르바노바는 기량 미달로 시즌 개막 직전 퇴출됐고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한 간판선수 김희진도 시즌 내내 무릎 부상으로 고전하며 부진하다가 작년 2월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수지(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팀을 떠났지만 FA로 아웃사이드히터 황민경을 영입했다. 여기에 아시아쿼터로 태국 국가대표 주전세터 폰푼 게드파르드, 외국인 선수로는 아포짓 스파이커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를 1순위로 지명했다. 높이는 다소 낮아졌지만 약점으로 지적되던 세터와 확실한 외국인 선수를 보강하면서 좋은 성적이 기대됐다.

36경기에서 17승19패를 기록한 기업은행은 승점 51점을 얻었지만 GS칼텍스(18승18패)에게 승률에서 뒤지며 5위로 시즌을 마쳤다. 아베크롬비가 득점 2위(942점)로 분전했고 최정민은 세트당 0.83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세트당 0.77개)을 제치고 ‘블로킹 여왕‘에 등극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매우 중요했던 4라운드에서 1승5패로 부진하면서 순위 경쟁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이소영-이주아 가세, 더 이상 실패는 없다



시즌이 끝나고 김호철 감독과 재계약한 기업은행은 폰푼, 아베크롬비와의 재계약이 무산됐지만 FA시장에서 ‘큰손‘을 자처하며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를 봄 배구로 이끈 공수겸장 아웃사이드히터 이소영을 3년 총액 21억 원,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이주아를 3년 총액 12억 원에 영입한 것이다. 보상선수로 떠난 표승주(정관장)와 임혜림(흥국생명)의 이적이 아쉽지 않은 영입이었다.

아베크롬비가 떠난 외국인 선수 자리에는 전체 4순위로 우크라이나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빅토리아 댄착을 지명했다. 폰푼의 재계약 무산으로 세터가 필요했던 아시아쿼터에는 중국 출신의 천신통을 지명했다. 빅토리아는 컵대회 4경기에서 36.03%의 공격성공률로 109득점을 기록하는 준수한 활약을 선보였다. 다만 천신통 세터는 동료들과 완벽한 호흡을 위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이번 시즌부터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게 된 이소영은 지난 시즌 막판에 당한 발목 부상에 고질적인 어깨부상까지 있어 컵대회에서 주로 교체 선수로 출전해 7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V리그가 개막하면 주전으로 출전할 확률이 높고 고액 연봉을 받는 이소영의 위치를 생각하면 공수에서 반드시 좋은 활약을 해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기업은행이 이소영에게 3년 21억 원의 거액을 투자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각각 세트당 0.83개(1위)와 0.62개(4위)의 블로킹을 기록했던 최정민과 이주아는 이번 시즌 기업은행의 미들블로커 콤비로 활약할 예정이다. 두 선수가 동시에 제 몫을 해준다면 기업은행은 이번 시즌 여자부 최강의 미들블로커 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베테랑 신연경 리베로(흥국생명)를 트레이드할 만큼 김호철 감독의 믿음을 준 김채원 리베로는 풀타임 주전으로 첫 시즌을 맞는다.

사실 GS칼텍스 KIXX나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처럼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어리거나 신임 감독이 부임한 팀은 당장의 성적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팀을 운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김호철 감독이 부임한 지도 햇수로 4년째가 됐고 25억 원 이상의 많은 팀 연봉을 쓰고 있다(옵션 포함). 기업은행이 2024-2025 시즌 봄 배구 진출이 무산된다면 ‘실패한 시즌‘으로 평가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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