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前 라쿠텐 투수 안라쿠의 사례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칼럼)
- 출처:MHN스포츠|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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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최근 서울 모처 중학교 야구부에서 코치가 선수 폭행했다는 보도 이어져
섬나라인 일본과 영국은 여러모로 많이 닮았다.
섬 밖으로는 탈출할 수 없다는 지리적 여건이 만든 특수한 행동양식과 문화들이 많다. 서로 싸우면 도망갈 곳이 없기 때문에, 서로 조화(harmony)를 이루면서 살아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직접 들으면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직서적인 표현(일본의 혼네, 本音)을 대신하여 우회적인 표현(일본의 다테마에, 建前)을 많이 쓴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 양 국의 표현 양식에 대해 많이 헷갈려 하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가장 점잖으면서도 성인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신사(Gentleman)의 고향이라는 영국이 가장 난폭하다는 훌리건의 고향이라는 점과 치안이 상당히 빼어난 일본에서 각종 엽기적인 범죄(이지매 등)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상당한 아이러니다. 이원복 교수는 이에 대해 ‘먼나라 이웃나라‘ 저서를 통하여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섬나라 사람의 특성이 기형적으로 외부에 표출된 형태"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러한 특징을 먼저 거론한 것은 일본인 투수 안리쿠 토모히로(前 라쿠텐)가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안리쿠는 후배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심지어는 글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성희롱까지 일삼으면서 올 시즌을 끝으로 소속팀에서 방출됐다. 더 놀라운 것은 안리쿠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동료들도 쉬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소위 ‘왕따‘로 표현되는 이지메가 학교를 넘어 일본 사회에서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면이라는 점에서 씁쓸하기까지 하다.
일본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이지메 발생 건수는 2013년부터 통계를 낸 이후 지난해까지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으며, 그 숫자는 무려 61만 건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래서 일본 자체 내에서도 이지매 발생시 ‘방관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지침까지 내놓았다고 하니, 미성년이냐 아니냐를 떠나 한 사람의 인생을 피폐하게 만드는 이 행동은 자살까지 이르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사회문제로 연결할 수 있다. 이러한 일본 사회의 일면이 야구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셈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것은 무조건 ‘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한다. 즉, 누구도 감히 본인을 가볍게 보게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스포츠 종사자일수록 ‘강한 자기 자신‘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미덕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안리쿠가 오랜 기간 동안 가해자로 살아오면서도 아무도 피해 사실에 대해 쉬쉬할 수 있었던 것도 스스로 1위 지명으로 입단하면서 꾸준히 불펜투수로 성적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일본 특유의 ‘장인(匠人) 숭배 정신‘까지 더해져 안리쿠는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안리쿠의 사건은 일부 용기 있는 동료 선수들의 고백으로 수면 위에 오를 수 있었지만, 이지메라는 사회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일본에서 자신보다 실력이 한 수 아래인 선수를 고의적으로 괴롭히는 일이 또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국내 야구계는 이러한 사실에 욕을 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점을 반면교사 삼아 더욱 폭행에 대해 엄중 대처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얼마 전에는 서울 소재의 한 중학교에서 코칭스태프의 선수 폭행 사건이 수면 위에 떠오르면서 다시금 ‘클린 베이스볼‘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게 됐다. 그만큼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왕따 없는 세상/폭력 없는 세상 속에서 누구든지 학습/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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