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축구인생은… 언제나 0-1”
- 출처:동아일보|202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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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축구 인생은 늘 0-1로 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겠다.”
1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주민규(33·울산)는 이렇게 말하면서 “언제든 따라잡는다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프로 데뷔 후 올해 최고 시즌을 보낸 선수의 소감치고는 남달랐다.
프로 11년 차인 주민규는 올해 K리그1(1부 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제주 소속이던 2021년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득점왕이다. 올해 주민규는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의 기쁨도 누리면서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다. 그런데도 “비기고 있다고 생각하면 느슨해진다. 낭떠러지에 몰려야 극한의 힘이 나온다. 안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의 이력이 묻어나는 말들이다. 주민규는 2013년 K리그 드래프트에서 1부 리그 팀의 선택을 받지 못해 2부 리그 고양(2017년 해체)에 입단했다. 그것도 정식 선수가 아닌 연습생 신분이었다. 월급 100만 원이 채 안 됐다. 주민규는 드래프트 당일을 태어나서 가장 많이 울었던 날로 기억하고 있다. 2015년 2부 리그 창단 팀 이랜드로 이적했고, 그해 득점 2위(23골)를 차지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부 리그 팀 상주 상무에서 뛰면서 군복무를 마쳤다. 2018년 이랜드로 복귀했고 2019년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이듬해 제주로 팀을 옮겼다. 제주는 당시 2부 리그 팀이었다. 지난해까지 제주에서 뛴 주민규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4년 만에 다시 울산으로 돌아왔다.
주민규는 “팀이 올 시즌 초반부터 선두로 나서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길게 느껴진 한 시즌이었다. 시즌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우승 전력인 팀에 온 만큼 ‘나 때문에 우승하지 못했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헝가리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인 마틴 아담 등과의 포지션 경쟁도 주민규에겐 자극제가 됐다. 그는 “전에는 무조건 내가 경기에 출전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지금은 주어진 상황을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좋은 동료들 덕에 나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1부 리그 득점왕 타이틀을 2년 만에 되찾은 주민규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득점왕 공동 수상이 없는 게 작년엔 야속했는데 올해는 그래서 더 값진 상인 것 같다”며 웃었다. 주민규는 지난 시즌 전북 소속이던 조규성(미트윌란)과 나란히 17골을 넣고도 출전 경기가 더 많아 득점왕 타이틀을 놓쳤다. 그런데 올해는 티아고(대전)와 같은 36경기, 17골을 기록하고도 득점왕에 올랐다. 주민규의 출전 시간이 더 적었기 때문이다.
주민규는 12일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를 끝으로 올해 경기 일정을 모두 마쳤다. 주민규는 내년에 국내 선수 최초로 K리그1 2년 연속 득점왕과 개인 두 번째 팀 우승에 도전한다. 주민규는 “올해 우리 팀이 리그 2연패를 달성했지만 내게는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이었다. 내년에 개인 두 번째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민규는 1부 리그 득점왕을 두 번이나 차지했지만 국가대표팀에 뽑힌 적이 없다.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는 18일 K리그 선수 위주로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한다. 주민규는 “100%에서 1%라도 부족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걸 축구를 하면서 알게 됐다”며 “국가대표가 되기에는 아직 부족한 만큼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채워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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