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네소타의 돌풍, 늑대군단은 부활할까?
- 출처:점프볼|202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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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NBA에서 가장 뜨거운 팀을 꼽자면 미네소타 팀버울브스가 빠질 수 없다. 현재 양대 컨퍼런스 선두는 동부 보스턴 셀틱스와 서부 미네소타, 오클라호마시티(공동 1위)다. 보스턴같은 경우 최근 몇 시즌간 꾸준히 우승 후보였다. 올 시즌에는 전력이 더 강해졌다는 평가다. 반면 미네소타는 다르다. 이전 5시즌간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가장 성적이 좋았던 때가 서부컨퍼런스 7위다. 올 시즌 또한 우승 후보 명단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은 팀이다. 아직 시즌초이기는 하지만 기세가 무섭다. 디펜딩 챔피언 덴버 너게츠를 비롯 피닉스 선즈,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LA레이커스, LA클리퍼스 등 쟁쟁한 팀들이 즐비한 서부 컨퍼런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1승 4패(승률 0.733)로 리그 전체에서도 보스턴에 이어서 오클라호마시티와 함께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리고있는 모습이다.
1989년 창단해 올해로 34주년을 맞은 미네소타는 약체 이미지가 짙다. 파이널 우승은 단 한차례도 없고 2003~04시즌 디비전 우승이 가장 좋은 성적이다. 2009~10시즌에는 15승 67패(승률 0.183)로 최악의 성적을 찍고 무너진바 있다. 본래 미네소타 주에는 미니애폴리스 레이커스(현 LA레이커스)라는 팀이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도시를 원했던 레이커스는 1960년을 마지막으로 로스엔젤레스로 옮겨갔고 이후 ABA 소속 머스키스라는 팀이 잠시 스쳐갔다가 1989년부터는 팀버울브스가 미네소타를 연고지로 하고 있다. 미네소타를 대표하는 농구선수로는 번 미켈슨, 클라이드 로벨레트, 짐 폴라드, 슬레이터 마틴, 엘진 베일러, 조지 마이칸 등이 언급되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들은 미내애폴리스 레이커스 소속 선수들인지라 현 팀버울브스하고는 관련이 없다.
미네소타 레전드하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선수는 단연 케빈 가넷(47‧211cm)이다. 미네소타가 1995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5순위로 그를 지명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1976년 데릴 도킨스 이후 20년만에 탄생한 고졸 신인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는데 가넷의 성공 이후 한동안 리그에 고졸 열풍이 불어닥치기도 했다.
가넷과 미네소타의 만남은 극적이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드래프트에 참여했던 가넷과 그런 가넷을 과감하게 지명한 미네소타가 만들어낸 인연이기 때문이다. 가넷은 본래 NBA로 직행할 생각이 없었다. 당시 NBA는 20년 가까이 고졸 선수를 뽑지 않았던 상태였으며 절친인 스테판 마버리를 비롯한 대부분 동기들이 대학 진학을 선택한 상태에서 지명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로 혼자 드래프트를 신청하는 것은 무리수에 가까웠다.
문제는 가넷이 공부를 못했다는 사실이다. 미국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SAT 점수가 필요하다. 운동부같은 경우 일반 학생보다 훨씬 낮은 점수면 충분하지만 가넷은 그마저도 미치지 못했다. 대학 진학이 힘들겠다고 판단한 가넷은 어쩔 수 없이 드래프트를 신청하는 모험을 택하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드래프트 당일 그의 마지막 SAT 점수가 통보됐는데 커트라인을 간신히 넘겼다고 한다. 당시 은사였던 울프 넬슨 감독은 급하게 소식을 알려주었는데 가넷은 그 소식을 듣고 이른바 순간적으로 ‘얼음 땡’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미네소타 구단은 적극적으로 가넷을 밀어줬고 가넷도 이에 부응했다. 어린 가넷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에이스 크리스찬 레이트너를 트레이드하고 감독 또한 호흡이 잘 맞는 클립 손더스로 교체했을 정도다. 가넷은 초창기에는 3~5번을 오갔다. 좋게 말하면 다재다능했다고 할 수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확실한 자신만의 포지션이 불분명한 부분도 있었다.
결국 파워포워드로 자리를 잡으면서 제대로 포텐이 터지기 시작하고 팀 성적도 올라간다. 가넷이 만 20세의 어린 나이에 첫 올스타전에 출전하고 미네소타 역시 창단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른바 미네소타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가넷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가넷과 함께한 미네소타는 8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더이상 ‘봄 농구’에서 외면받지 않게 됐지만 그렇다고 강호 이미지를 쌓은 것도 아니다. 8번 중 7번을 1라운드에서 탈락하며 큰 경기에서 약하다는 혹평에 울었다. 가넷이 뛰어난 선수임은 분명했지만 혼자 고군분투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원투펀치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받았던 마버리는 팀내 역할은 물론 연봉에서도 2인자가 되지 않겠다고 버티며 트레이드를 요청하기에 이른다. 마버리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터렐 브랜든은 비 이기적인 플레이로 인해 가넷과 호흡이 나쁘지 않았으나 그것도 잠시 부상으로 드러눕고 만다.
2003~04시즌에는 라트렐 스프리웰, 샘 카셀과 함께 컨퍼런스 결승전까지 진출하지만 당시 최강 전력이었던 LA 레이커스에게 고배를 마시며 우승 도전에 실패한다. 가넷이 팀 역사상 최초로 정규시즌 MVP에 등극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언제부터인가 가넷에게는 ‘고독한 늑대’라는 슬픈 애칭이 붙게 된다.
한창때 가넷은 라이벌 팀 던컨과 비교해도 기량적인 면에서 손색이 없었다. 던컨은 손발이 잘맞는 동료들과 샌안토니오 특유의 시스템 속에서 수차례 우승을 만들어내는 등 승승장구한다. 반면 가넷은 약팀에서 고군분투를 거듭하며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해 커리어적인 부분에서 손해가 컸다. 만약 가넷이 진작부터 강팀에서 뛰었다면 그에 대한 평가는 훨씬 올라갔을 것이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무관의 제왕으로 불리던 가넷은 파이널 우승에 성공한다. 슬픈 것은 그토록 원했던 미네소타맨으로서가 아닌 보스턴 셀틱스 소속으로 정상에 섰다는 사실이다. 당시 미네소타는 이런저런 악재와 구단의 실책이 겹치면서 리빌딩 모드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나이가 먹어가는 가넷은 트레이드를 요구하고 만다.
보통 이런 경우 홈팬들의 야유를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을 잘 알고 있던 미네소타 팬들은 오히려 가넷에게 ‘고생했다’, ‘할 만큼 했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외로웠던 늑대를 격려해주는 분위기였다. 익히 잘 알려진 것처럼 보스턴으로 둥지를 옮긴 후 가넷은 레이 앨런, 폴 피어스와 함께 꿈에 그리던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가넷의 시대 이후 조연 신세를 면치 못하던 미네소타는 올 시즌 보란 듯이 돌풍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고 있다. 꾸준히 모아온 좋은 자원에 포지션별 밸런스, 팀 색깔 등 여러가지 부분에서 톱니바퀴가 척척 맞아떨어져 가고 있다는 평가다. ‘수비는 기복이 없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비가 강한 팀은 기본 이상의 전력은 보장된다.
거기에 준수한 공격력까지 받쳐주면 성적이 안날 수가 없다. 현재의 미네소타가 딱 그렇다. 리그 상위권 평균 실점에 화력 또한 강력하다. 일단 2020 NBA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뽑힌 ‘앤트맨’ 앤서니 에드워즈(22‧193cm)가 기대치에 맞는 확실한 에이스로 발돋움하고 있다. 현재 15경기에서 평균 26.7득점(전체 9위), 5.1어시스트, 6리바운드, 1.5스틸로 균형 잡힌 활약을 펼쳐주고 있는 모습이다.
거기에 루디 고베어(31·216cm)와 칼 앤서니 타운스(28·213cm)의 더블 포스트는 든든하기만 하다. 각각 평균 12.1득점, 1.3어시스트, 11.7리바운드(전체 4위), 2.2블록슛(전체 5위)과 22득점, 3어시스트, 9리바운드, 1스틸, 0.8블록슛을 기록하고 있는데 서로간 플레이 스타일까지 다른지라 조합 면에서의 시너지도 상당히 높다.
베테랑 포인트가드 마이크 콘리(36·185cm)는 특유의 게임운영과 패싱게임에 더해 수비에서도 여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서머캠프 출신 신데렐라 나즈 리드(24·206cm)도 높이와 득점에서 쓸쏠한 공헌도를 드러내고 있다. 불붙은 미네소타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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