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승에도 만점 안 줬던 박민지 "올 시즌은 100점... 다시 정신 차리라는 의미"
출처:한국일보|20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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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은 저에게 100점 만점을 주고 싶어요.”

다소 의외의 점수였다. 2차례 우승과 상금랭킹 12위, 대상 포인트 8위, 평균타수 9위. 이 정도면 분명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셈이지만 이 성적의 주인공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절대 지존’ 박민지(25)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더군다나 박민지는 시즌 6승으로 다승왕과 상금왕, 대상포인트 1위에 올랐던 2021년에도, 2년 연속 시즌 6승의 다승왕과 상금왕, 대상포인트 3위를 기록했던 지난해에도 자신에게 100점을 주지 않았다. 2021년에는 6차례 컷 탈락 때문에 6점을 뺀 94점을, 지난해는 막판 잦은 실수에 1점을 감점한 99점의 박한 점수를 줬다.

12일 KL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 대회에서 만난 박민지는 지난해와 달리 후한 점수를 준 이유에 대해 “골프가 늘 잘되는 건 아니다. 그동안 나한테 너무 채찍질만 했는데 그렇다 보니 몸이 아팠던 것 같다”면서 “그래서 ‘올해 너 좀 아쉽지만 100점을 줄게. 다시 정신 차려야겠다’ 약간 이런 느낌으로 준 점수”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성적이 주춤한 이유에 대해 박민지는 잠깐의 주저함도 없이 “나 자신이 나태해졌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정상에 올라가니 골프 말고도 신경 쓸 게 생각보다 많았다”면서 “골프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었고, 스스로도 자꾸 힘들어 힘들어 이러면서 나 자신이 나태해진 점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박민지는 자신의 루키 시절과 현재의 훈련량을 비교해 봤다고 한다. 그는 “프로에 도전하는 수많은 어린 선수가 연습장에서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9시간 넘게 있던데 저는 3시간 연습하고 가고 있더라”면서 “그걸 보고 ‘나는 왜 프로라는 명칭을 달고 아마추어 선수들보다 더 연습을 안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반성했다.

이어 박민지는 “이 자리가 정말 감사하고 특별한 건데 이렇게 해이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내년에는 루키의 자세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박민지는 KLPGA 투어 대기록 작성이 코앞이다. 통산 18승의 박민지는 앞으로 3승만 더 달성하면 통산 20승의 고 구옥희와 신지애(35)를 넘어 최다승 신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통산 최고 상금 1위 기록 경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역대 통산 상금 2위인 박민지(56억8,961만5,408원)는 장하나(31)가 보유한 57억6,763만5,544원을 7,800여만 원 차로 추격하고 있다.

박민지는 “내년에는 3승을 더 보태 신기록을 세우고 싶다”면서 “또 해외 대회에서도 우승을 한번 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내 무대에서 최고 정점을 찍은 선수들이 대부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해왔기에 박민지 역시 “왜 LPGA 투어에 가지 않느냐” “언제 미국에 갈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왔다.

박민지의 답은 명확했다. “전 확률이 낮은데 베팅을 하지 않는다”였다. 그는 “미국 가서 그저 그런 선수가 되고 싶지는 않다. 가서도 우승 많이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면서 “매일매일 2년 동안 생각을 해 봤다. 근데 제 거리 아시지 않느냐. 루키 때 제 거리는 그래도 괜찮은데 지금 제 거리로는 LPGA 투어 가서 영향력 있는 선수가 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박민지는 “올겨울에 거리를 30m 정도 더 늘려보겠다”는 농담과 함께 환한 미소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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