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판 판정에 구단주가 KBO 방문한 초유의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 출처:스포츠서울|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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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주가 심판 판정이 잘못됐다며 KBO를 항의 방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KBO리그도 매우 다양해졌다는 점을 느꼈다. 대기업 오너라고 아랫사람에게 지시하지 않고 분통을 참지 못해 직접 KBO를 방문할 정도가 된 게 예전과 달라진 점이다. 언론사도 팬들 입장에서는 기삿거리를 제공했으니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다양성을 존중한다. 하지만 심판 판정으로 선수가 억울해 구단주가 직접 나서는 행동이 과연 옳은 일은가는 따져볼 일이다. 구단주는 KBO리그가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책임도 있다. 심판의 인격도 존중해야 한다. 선수도 플레이할 때 실책을 저지른다. 심판도 완벽한 신이 아니다.
이번에 SSG 랜더스 정용진 구단주의 KBO 항의 방문에 동조하는 이들은 심판의 오심으로 한 해 농사를 망친다는 거였다. 일견 일리가 있다. 그러나 144경기의 장기레이스에서 판정에 사사건건 구단주가 나선다면 이건 프로의 규칙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심판의 오심으로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하거나 플레이오프 다음 단계를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돈으로 치면 수백억 원이 좌우된다.
대학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빅10 콘퍼런스의 대학은 방송중계권료와 수입으로 5880만 달러(784억 원)를 분배받는 곳이 미국 대학 스포츠다. 스포츠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오심 때문에 졌다는 보도는 없다.
미국 스포츠에서 가끔 구단주가 판정에 불만을 표시하는 적이 있다. 경기 수(17경기)가 적은 NFL과 NBA 플레이오프 때다. 2020년 미국의 팀으로 통하는 댈러스 카우보이스 제리 존스 구단주는 오클랜드 레이더스와의 경기 후 심판 판정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적이 있다. 댈러스가 유독 심하게 파울을 받았기 때문이다.
NBA PO는 ‘머니 게임’인 터라 감독이 심판 판정에 불만을 드러낸다. 홈팀에 유리하게 적용되기 일쑤다. 하지만 감독이 판정에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시했다면 커미셔너로부터 벌금을 제재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야구에서 심판 판정 또는 오심은 당시 상황으로 종료다. 항의하다가 퇴장당하면 당일 경기에 국한된다. 심판에게 항의하면서 욕설했다면 추후 제재가 따르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메이저리그를 40년 이상 보면서 구단주가 심판 판정을 비난하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예전 2008년 6월 뉴욕 양키스 핼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작고)가 대만계 왕첸밍이 휴스턴(당시 내셔널리그)과의 인터리그에서 베이스를 돌다가 발목을 다치자 리그를 향해 비판의 소리를 낸 적은 있었다. 내셔널리그가 고수하는 지명타자 제도를 규탄하며 “지금이 1880년대냐”며 커미셔너를 겨냥한 바 있다. 스타인브레너의 주장은 2022년에 받아들인 셈이다.
야구가 심판의 오심 판정에 다른 리그와 달리 상대적으로 관대한 이유가 있다. 날마다 경기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날 경기에 승패가 좌우됐다고 시즌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게 그들의 인식이다. 오늘 경기를 졌으면 내일 이기면 된다. 선수, 감독, 프런트 모두 그렇게 받아들인다. 우리는 누구 탓을 하면서 오심 때문에 시즌이 망가졌다고 희생양을 찾는다.
MLB의 역사에 남을 오심이 2개 있다. 2010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아만도 갈라가가는 마지막 타자에 1루심 짐 조이스의 세이프 오심으로 퍼펙트 게임이 무산됐다. 이를 ‘28타자 퍼펙트 게임’이라고 부른다. 정확한 판정으로 존경받았던 조이스는 경기 후 오심을 인정했고 갈라라가도 받아들였다.
1985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1루심 돈 덴킨저의 오심으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우승이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넘어갔다. 3승2패로 앞섰던 세인트루이스는 6차전을 2-1로 역전패하고 7차전에서 무너졌다.
조이스, 덴킨저 나란히 1루 땅볼의 판정에서 오심이 나왔다. 요즘같은 챌린지 제도가 있었다면 당연히 번복이다. 당시 덴킨저는 자신의 판정이 정확했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경기를 지켜본 피터 위베로스 커미셔너가 “그렇지 않다(I don’t think so.)”고 하자 오심인 줄 알았다.
조이스, 덴킨저는 세상이 다 아는 오심이었지만 커미녀서너로부터 제재받지 않았다. 팬들로부터 죽이겠다는 협박과 비난을 감수했을 뿐이다. KBO는 심판 판정이 잘못됐을 때 이중의 제재를 내린다. 팬들, 그리고 KBO의 징계. 이번에 우효동 심판은 구단주까지 나서 3중의 징계를 받았다.
선수의 플레이가 중요하면 심판의 판정과 권위도 지켜줘야 하는 게 야구 발전의 첫걸음이다. 물론 심판의 올바른 판정이 우선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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