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번의 견제'...견제 많이 한다고 경기에 개입한 심판, 어떻게 봐야 할까
- 출처:마이데일리|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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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는 투수의 권한이다. 몇 번의 견제를 한다고 해도 규칙상 문제가 없다. 그런데 견제를 많이 한다고 구심이 마운드에 올라 투수에게 주의를 주는 모습이 나왔다.
상황은 이랬다. 삼성 김태훈이 19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가 경기에서 8회말 구원 등판했다. 선두타자 장성우를 2루수 땅볼로 처리했지만, 배정대에게 볼넷을 내줬다. 후속타자는 누구보다 삼성을 잘 알고 있는 김상수였다. 1-4로 뒤지고 있던 삼성은 더 이상 추가 실점을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발 빠른 배정대의 출루로 골치가 아파졌다. 반면 KT는 여러 가지 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김태훈은 초구 몸쪽 빠른 공을 던졌지만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며 볼이 됐다. 이후 1루 주자 배정대를 향해 연속 다섯 번의 견제를 했다. 그리고 타자를 향해 두 번째 투구를 했다. 이후 또다시 1루로 두 차례 견제했다. KT 관중들은 야유를 보냈고 삼성 관중들은 환호하며 투수와 주자의 심리 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현규 구심이 마운드에 올라 김태훈에게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견제를 자제해달라며 주의를 줬다. 너무 지나친 견제는 경기 시간 지연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경고를 주거나 제재를 가할 수는 없지만 주의를 줄 수는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황당한 경우였다. 투수가 주자를 기만하고 놀리기 위해 견제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김태훈은 투구를 할 때 빠른 주자를 의식해 퀵모션으로 던지고 있었고, 배정대는 7번의 견제 모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며 베이스로 귀루할 만큼 리드 폭이 큰 상황이었다. 언제든 달릴 준비를 하고 있던 주자였다. 김태훈은 견제를 통해 배정대의 체력 소모를 유도했고 주자의 발을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삼성 박진만 감독과 이병규 수석코치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그라운드로 나와 항의했다.
견제를 통한 심리전은 경기의 일부다. 견제는 투수와 주자뿐 아니라 타자와의 승부를 위해서도 중요한 작전이다. 견제를 통해 타자의 집중력을 흩트려 놓는 건 고도의 심리전이다. 야구는 심리 게임이라는 말이 있다. 견제는 투수와 주자, 그리고 투수와 타자의 심리전이다. 그런데 심판이 경기에 개입해 견제 자제를 요청하는 황당한 상황이었다.
정작 투수와 주자 당사자들은 심판의 경기 개입에 머쓱한 미소를 지었고 경기는 잠시 중단되었다가 다시 진행됐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KT는 1회에 터진 강백호와 박병호의 백투백 홈런을 앞세워 삼성을 7-1로 꺾고 시즌 70승 고지에 올랐다. KT 선발투수 고영표는 6이닝 9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고 시즌 12승(7패)을 거두며 다승 단독 4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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