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애 첫 만루포니까, KIA 329홈런 우상 찾아갔다…"코치님 글씨 써주세요"
- 출처:스포티비뉴스|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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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형이 기념구를 챙겨주셔서 이범호 코치님한테 글씨를 적어달라고 했죠."
KIA 타이거즈 외야수 이우성(29)은 지난 15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 6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이우성은 KIA가 1-2로 뒤진 4회말 무사 만루에서 역전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2013년 두산에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해 처음으로 기록한 그랜드슬램이었다. 두산 선발투수 브랜든 와델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한 방이었고, 경기를 5-2로 뒤집으면서 벤치의 분위기를 완전히 끌어올리는 한 방이기도 했다. 불펜이 무너져 6-8로 역전패하지 않았다면,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이우성이어야 했다.
이우성은 하루 뒤 생애 첫 만루 홈런 상황을 천천히 되돌아봤다. 그는 "첫 타석에서 0-1로 지고 있었고, 사 3루 득점권 기회였는데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다행히 운 좋게 (상대 3루수의) 실책이 돼서 (득점은 했지만), 감독님께서 내가 2번째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이)우성아 기습 번트 대려면 확실히 대지‘라고 장난을 하시더라. 죄송한 마음이 컸는데 그렇게 말씀을 해주셔서 마음이 편해져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더라. 평소 말을 잘 안 하는 분이신데, 장난식으로 말을 걸어주시니 마음이 편해졌다. (2번째 타석은) 어차피 무사 만루고, 다음 타석이 (황)대인이니까. 대인이도 요즘 공을 잘 보고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삼진을 먹는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휘둘렀다"고 했다.
이어 "전력분석 때부터 (브랜든이) 몸쪽을 많이 던진다고 분석했다.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그 투수(브랜든)가 거기에 너무 잘 던졌다. 나는 정말 운이 좋게 쳤다고 생각했다. 공이 뜨는 순간 ‘외야 플라이다. 1점 냈다 다행이다‘ 그러면서 뛰고 있었다. (만루 홈런은) 하늘에서 도와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1년 프로 인생에서도 기억에 남을 만루 홈런 기념구를 챙기자마자 떠올린 얼굴은 이범호 KIA 타격코치였다. 이 코치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 KBO리그에서 뛰면서 통산 329홈런을 쏘아 올린 레전드다. 한화 이글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KIA에서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뛰었다.
고향이 대전인 이우성은 어릴 때부터 이 코치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우상으로 여겼고, 지금도 한 팀에서 지도자와 선수로 지내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때가 많다. 이우성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값진 기념구인 만큼 이 코치에게 기념 멘트 작성을 부탁했다. 이우성은 2022년 시즌을 앞두고 이 코치의 등번호 25번을 물려받기도 했다.
이우성은 "이범호 코치님한테 내 첫 만루 홈런이니까 (기념구에) 글씨를 써달라고 했다. 코치님이 다른 코멘트는 없이 정말 정석대로 써 주셨다"고 답하며 웃었다.
이어 "어릴 때 대전에 계실 때부터 (이)범호 코치님을 보면서 야구했다. 그런 분이 인연이 돼서 만났다. 나도 코치님 등번호를 달고 많이 치고 싶어서 그 번호(25번)를 달기도 했다. 코치님께서 만루 홈런을 많이 치기도 하셨으니까. 글씨를 적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만루 홈런은 기뻤지만, 이우성은 8회말 타석에서 두산 투수 김명신이 던진 공에 왼쪽 허벅지 뒤쪽을 맞았다. 맞은 직후에는 통증은 있어도 참고 뛰어보려 했는데, 결국 다음 황대인 타석 도중에 대주자 오선우와 교체됐다.
김종국 KIA 감독은 16일 이우성의 몸 상태와 관련해 "2~3일은 출전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맞은 게 된통 맞은 것 같더라"며 걱정스러워했다.
이우성은 "햄스트링 쪽에 맞았는데, 근육이 많이 없는 부위에 맞았다. 뛸 때는 경련이 오는 그런 상황"이라면서도 "얼굴로 보이는 것보다 젊으니 하루하루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농담을 곁들이며 웃었다.
김명신은 두산 시절부터 이우성과 친한 사이였던 만큼 거듭해서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우성은 "(김)명신이 형이랑 두산 때부터 사이좋게 지냈다. 지금까지도 연락을 잘하면서 지내고 있다. 명신이 형도 어제(15일) 계속 미안하다고 하는데, 어차피 승부하는 세계니까 나도 다 괜찮다고 했다. 오늘 아침에도 연락이 와서 괜찮냐고 물어서 괜찮다고 했다. 형도 끝까지 잘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며 사구 상황은 잘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우성은 만루포에 들뜨지 않고 남은 시즌 끝까지 건강하게 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래야 팀의 5강 싸움에 보탬이 될 수 있어서다. 이우성은 현재 개인 성적은 신경 쓰지 않고 오직 팀 성적만 바라보며 하루하루 경기장에 나서고 있다.
이우성은 "공에 맞고 나니까 진짜 안 다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한번 더 들었다. 지금은 정말 개인 목표 없이 편하게 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생각이 많은 성격이라 개인 목표를 삭제하니까 마음이 훨씬 편하고 좋더라. 개인 목표는 지금 아무것도 없다. 팀이 승리를 해야 좋은 대우를 받고, 팀 성적이 좋아야 팬분들도 야구장을 많이 찾아와 주시니까. 팀 승리만 생각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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