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적 협상부터 극비 입국까지… 영화 같았던 무고사 복귀 풀스토리
- 출처:풋볼리스트|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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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검의 피니셔‘ 스테판 무고사의 복귀는 2023년 K리그 여름 이적시장 최고의 소식이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1년 만에 무고사를 복귀시키는 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붙였고, 창단 20주년을 기념하는 유튜브 컨텐츠와 함께 준비하며 깜짝 발표했다. 10일 오후 6시가 지나 인천국제공항에서 전달수 대표이사, 임중용 전력강화실장, 안영민 구단 아나운서가 입국하는 무고사를 맞이하는 모습이 라이브로 전달됐다. 상의를 벗은 무고사가 인천 유니폼을 이미 입고 있은 상태로 특유의 스트롱 셀레브레이션을 하자 전율을 느꼈다는 팬들이 많았다.
1년 전 무고사는 J1리그의 비셀 고베로 이적했다. 당시 강등권에 처했던 고베는 위기 탈출을 위해 K리그1에서 압도적인 득점 선두를 달리던 공격수를 바이아웃 조항(100만 달러)을 발동해 데려갔다. 인천에서 받던 연봉의 3배 수준인 세후 연봉 200만 달러를 제안받은 무고사로선 이적을 뿌리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바이아웃 조항 탓에 인천도 별다른 방어 전략을 펼치지 못했다. K리그1 최고 연봉으로 재계약 안을 제시했지만, 고베의 자금력을 이길 순 없었다.
인천과 무고사는 눈물의 작별을 했다. 외국인 선수였지만 그 어떤 선수보다 팀과 팬, 인천이라는 도시를 사랑했다. 일본으로 떠나기 전 전달수 대표이사를 만난 무고사는 "언젠가 꼭 돌아오고 싶다. K리그에서 내가 뛸 팀은 인천뿐이다"라는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은 1년 만에 지켜졌다. 고베 이적 후 무고사의 상황은 애매해졌다. 하프라인부터 골대까지를 자신의 영역으로 삼으며 다양한 공격 루트를 보여주는 사냥꾼(포쳐) 스타일인 그를 고베는 페널티박스 안에 세우는 타겟맨으로 이용했다. 선수의 능력과 가치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게다가 고베의 전방에는 일본 국가대표 공격수 오사코 유야와 무토 요시노리가 있었다. 위기를 벗어난 고베는 거금을 들여 유럽에서 복귀시킨 자국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들을 더 선호했다.
무고사의 입지는 2023시즌 들어서 더 좁아졌다. 리그 1경기, 리그컵 3경기 출전에 그쳤고 골은 없었다. 동계훈련을 시작하기 전 팀 내 면담에서 이미 자신의 위치가 백업 중의 백업인 3번 공격수라는 걸 통보받은 무고사는 인천 복귀를 갈망했다. 이적 후에도 무고사와 인천의 관계는 돈독했다. 지난 12월 몬테네그로에서 치른 무고사의 결혼식에 전달수 대표이사가 초청받았고, 구단 직원과 함께 날아갔다. 그 자리에서 무고사의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이 열렬히 환영했다. 당시 전달수 대표이사는 무고사의 거취에 대한 얘기를 외부에 꺼내지 않았지만, 진중한 대화를 어느 정도 나누고 돌아왔다.
2023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천은 무고사가 남기고 간 이적료로 이미 영입해 후반기의 에이스로 활용한 에르난데스, 그리고 FA 신분이 되자 삼고초려로 영입한 제르소로 공격진의 무게감을 높였다. 방점으로 생각한 것이 무고사의 복귀였다. 후반기에 시작하는 AFC 챔피언스리그를 대비하고 꾸준히 아시아 무대를 노릴 수 있는 스쿼드를 위해 무고사가 필요했다.
하지만 고베와의 협상은 쉽지 않았다. 고베는 겨울부터 무고사를 이적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인천보다는 다른 팀으로 보내길 원했다. 100만 달러의 이적료를 주고 데려온 선수를 다시 이전 소속팀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자신들의 실패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임대나 방출도 불허했다. 지난 겨울 고베는 이적료 100만 달러 내외를 원칙으로 고수했다. 일본의 여러 에이전트들에게 구단 위임장을 주며 한국을 포함 중국, 중동, 유럽 등으로의 이적 추진을 요청했다. 위임장을 받은 일본의 에이전트 중 일부는 국내 에이전트들과 접촉했고 이 과정에서 무고사 영입을 실제로 추진한 K리그1 구단도 있었다. 오현규를 보내고 최전방에 골잡이가 필요했던 수원삼성이 대표적이었다.
그때마다 무고사의 단호한 의지가 있었다. 그는 K리그1의 다른 팀이 원한다는 에이전트들의 제안에도 "K리그에서 내가 갈 팀은 한 곳 뿐이다"라며 거부했다. 고베 구단과 선수의 생각에 큰 격차가 있었고, 방출이나 임대 등의 다른 선택지도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인천 구단은 선수와 다이렉트로 소통했다. 무고사와 그의 가족을 오랜 시간 케어하며 의형제처럼 지낸 전담 직원이 고베를 오갔고, 임중용 전력강화실장은 영상 통화를 통해 선수의 생각을 전해 들었다. 전달수 대표이사는 일찌감치 시에 접촉해 무고사가 복귀할 경우를 대비한 특별 예산 편성을 요청했다. 구단주인 유정복 시장은 대번에 수락했고, 약 10억원의 예산을 별도로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인천의 고민은 계속됐다. 특별 예산은 무고사의 연봉 수준이었다. 고베가 인천으로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의사도 강경했지만, 그들과 접촉해 설득할 수 있는 이적료가 일단 없었다. 여름이적시장에서 일찌감치 일부 선수를 타팀으로 임대 보내는 계획을 세우며 마련한 금액으로 이적료를 책정했지만 그 역시 고베가 매긴 금액과는 차이가 컸다.
6월에 무고사는 자신의 확고한 뜻을 인천 구단에 전했다. 자신이 잔여 연봉을 포기하고, 고베 구단과 직접 소통을 해서 풀겠다고 했다. 인천 구단도 고베 구단과의 대화 채널과 에이전트 등을 통한 협의를 모두 중단하고 무고사를 믿고 기다렸다.
7월 1일 무고사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신과 고베의 계약이 6개월 남았음을 알린 것이다. 당초 고베 이적 당시 무고사는 2024년까지 2년 6개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부 내용은 달랐다. 마지막 1년은 옵션이었다. 계약 당시 무고사 측은 고베에서 기량을 증명하고 팀을 강등에서 구해내 옵션 계약 때 연봉을 더 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다급했던 고베 역시 일단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것이 인천 복귀를 위한 신의 한 수가 됐다. 6개월 남은 상황에서는 보스만룰에 근거, 계약 종료 후 뛸 새로운 팀과의 협상이 가능하다. 무고사는 남은 6개월 동안 고베에 적만 두고 2024년이 되면 새 팀을 찾겠다고 했다. 인천 구단도 곧바로 공식 문서를 고베 구단에 보내 무고사와 협상을 하고 계약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제서야 고베 구단은 무고사의 이적을 막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잔여 기간 동안 지급해야 할 연봉이라도 아끼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설 수밖에 없었다.
지난 주말 고베는 무고사의 인천 이적을 허락했다. 이적료가 없는 사실상의 방출 형식이었다. 인천 구단은 수뇌부 극소수만 이 정보를 공유했다. 무고사의 복귀를 알릴 깜짝 이벤트로 긴급하게 창단 20주년을 기념하는 임중용 실장의 토크쇼를 가장한 유튜브 라이브를 준비했다.
주말 사이 전담 직원이 고베로 건너갔고 무고사의 거취 정리를 도왔다. 고베 구단의 동의서를 받은 10일 오전 무고사는 자택에서 인천과의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오후 3시 20분 간사이 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 과정에서도 철저한 보안 유지가 필요했다. 간사이 공항은 한국인이 많은 장소다. 혹시 알아보는 축구 팬에 의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될까 싶어 공항에서부터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했다.
도착 과정에서도 변수가 있었다. 비행기가 20분가량 연착된 것. 출국장에 나오기로 한 6시까지 못 맞출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기지를 발휘해 안영민 아나운서와 임중용 실장이 영양가 적은(?) 수다로 20분 가까이 시간을 벌었다. 무고사는 입국심사 전 화장실에 들러서 직원이 준비한 유니폼을 상의 안에 입었다. 무고사가 짐까지 다 챙겨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서 유튜브 화면은 장소가 인천국제공항임을 알리게 됐고 잠시 후 주인공이 등장했다.
이 라이브는 몬테네그로에 남아 있는 무고사의 가족도 모두 지켜봤다. 아내와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무고사의 인천 귀환을 기뻐했다고 한다. 무고사의 아내가 높은 연봉을 포기해야 하는 인천행을 반대했다는 일각의 루머에 선수는 "아내는 처음부터 내 뜻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우리 가족은 인천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무고사의 인천 복귀를 가장 반긴 것은 딸 루시아였다. 루시아는 아빠가 인천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에 기뻐하며 "아임 컴백 코리아!"를 외쳤다. 인천 송도에 있는 영어유치원에 다니며 많은 한국인 친구를 사겼던 루시아는 일본에서도 계속 친구들을 그리워했다. 무고사의 복귀 소식이 알려지자 유치원 원장님도 기뻐하며 루시아가 언제든 돌아와도 환영한다는 뜻을 구단에 전하기도 했다.
11일 오전 자신이 떠난 뒤 새로 생긴 클럽하우스를 방문한 무고사는 바뀐 훈련 환경에 만족을 표시했다. 그리웠던 동료, 코칭스태프와 인사를 나누고 트레이너와 함께 개인 훈련을 진행했다. 지난 한달여 간 A매치를 비롯한 공식 경기 출전이 없었던 무고사는 개인 훈련을 통해 몸 상태를 끌어올린 후 팀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몬테네그로에 있는 가족들은 비자 등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입국해 다시 송도라이프를 이어갈 예정이다.
인천으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낭만의 피니셔‘는 16일 열리는 대전과의 홈 경기를 통해 인천 팬과 재회한다. 이날 구단은 무고사의 재입단식과 사인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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