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0일 기다림 끝낸 복덩이, 팬들 연호에 "이래서 한국에 왔다"
- 출처:MK스포츠|202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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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의 선발 투수가 포스트시즌에서 승리를 따낸 건 무려 1450일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키움의 외국인 투수 타일러 애플러(29)는 지난 19일 수원 kt 위즈와의 2022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승리 투수가 되며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애플러는 3차전에서 5이닝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무자책)을 기록하며 9-2 대승의 초석을 쌓았다. 그가 차지한 선발승은 2018년 10월 30일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승리를 차지한 한현희 이후 무려 4년 만이다.
당시 시리즈 전적 1-1로 팽팽했던 키움은 안우진-에릭 요키시라는 필승 카드를 모두 소진한 상황이었다. 3번째 선발 투수가 애매했던 상황에서 결국 불펜 대기까지 하던 애플러를 원래 계획대로 등판시키며 승부를 봤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 20일 수원서 만난 애플러는 “4년 만에 키움 선수로서 포스트시즌 선발승을 거뒀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다만 나의 승리보다 팀의 승리를 우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경기를 즐겼다. 이렇게 큰 경기에서 뛰는 게 좋고 또 재밌다. 최대한 즐기려고 했고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애플러에게 있어 3차전은 사실 조건은 좋지 못했다. 호투를 이어갔음에도 수비진, 그것도 준플레이오프 1차전 수비 영웅이었던 유격수 신준우가 무려 3번의 실수를 저질렀다. 그럼에도 애플러는 중요한 순간마다 병살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애플러는 “야구란 그런 것이다. 신준우는 정말 좋은 선수, 그리고 좋은 수비수다. 그가 팀을 구해낸 적도 많다. 3차전에서 보인 그의 실수는 그저 일부분일 뿐이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신준우가 그 실수로 인해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며 “그래서인지 더 열심히 던지려고 했다. 내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팀이 승리했다. 실수에 얽매이지 않고 다음을 준비하자고 이야기해줬다.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즌 개막 때까지만 하더라도 애플러에게 큰 기대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외국인 선수들 중 최저 연봉(40만 달러)을 받는 선수로 기대를 하는 것이 욕심이었다. 물론 시즌 내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애플러다. 막판에는 불펜 투수로 등판했다. 그러나 큰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증명했다.
애플러는 “내 공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또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생각이 많아지니 좋지 못한 공을 던졌고 또 계속 얻어맞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졌다. 다른 방법은 없었다. 내 공을 믿고 타자에게 집중하는 것이 답이었다”며 “선발, 그리고 불펜을 오갈 때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어떤 보직으로 나서더라도 팀에서 내게 바라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필요로 하니까 마운드 위에 서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애물단지처럼 느껴졌던 애플러가 가을 야구에서 환상적인 투구를 펼치니 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특히 3차전 5회가 끝난 후 키움 팬들은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애플러를 연호했다. 최고의 투구를 해낸 주인공에게 전하는 찬사였다.
애플러는 “최고의 기분이 들었다. KBO리그는 열정적인 팬들이 많다. 응원 문화도 유명하다. 그걸 잘 알기 때문에 한국에 왔다. 그런 부분 때문에 한국에서의 야구가 더 재밌는 것 같다. 3차전은 더 재밌었다”며 웃었다.
키움은 애플러의 활약에 힘입어 시리즈 전적 2승 1패를 만든 뒤 4차전에서 패하며 22일 최종전을 앞두고 있다. 승리는 플레이오프 진출, 패배는 탈락이다. 애플러는 신중하게 바라봤고 다시 등판 기회가 주어졌을 때의 마음가짐을 모두에게 드러냈다.
애플러는 “좋은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한국시리즈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멀리 바라봐서는 안 된다. 다가오는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은 여러 생각을 하는 것보다 매 경기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시기다. (기회가 찾아온다면)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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