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넘버 1’ 박민지 ‘그녀는 왜 강할까’
출처:아시아경제|202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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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메이저 2승 포함 5승 사냥…다승과 상금 1위 ‘신바람’
드라이브 비거리 45위, 그린 적중률 8위, 퍼팅 14위 ‘평범한 지표’
버디 기회 창출 능력 발군, 핸드볼 선출 어머니 영향 강철 체력


대세다.

 

 

‘국내 넘버 1’ 박민지(24)의 이야기다. 201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드 순위전에서 8위를 차지한 뒤 이듬해 1부 무대에 합류했고,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승씩을 수확하는 꾸준함을 보여온 선수다. 박민지 선수의 잠재력이 폭발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무려 6승을 쓸어 담으며 시즌 상금 15억원을 돌파했다. 올해도 메이저 2승 포함 5승을 쌓아 다승과 상금 1위(12억6459만원)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2년간 거둔 승수만 11승이다. 벌써 통산 15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이 부문 1위는 20승을 거둔 고(故) 구옥희와 신지애(34)다. KLPGA투어를 평정한 박민지의 힘은 무엇일까.

◆‘약점이 없다’=재미있는 점은 세부 데이터로만 보면 박민지는 ‘평범’하다. 올해 평균 드라이브 샷 비거리 45위(238.57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26위(73.33%), 그린 적중률 8위(76.23%), 평균 퍼팅 14위(30개)다. 260야드 이상을 때리는 장타자도, 그린에서 발군의 기량을 뽐내는 ‘퍼팅의 달인’도 아니다. 심지어 벙커세이브율은 41.3793%로 68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같은 지표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넘버 1’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가 있다. 박민지는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터를 모두 평균 이상으로 다룬다. 특별히 강점을 보이는 분야는 없지만 모든 분야에서 약점을 찾기 힘든 ‘올 라운드 플레이어’라는 의미다.

특히 그린 적중률이 인상적이다. 10번 샷을 하면 8번 정도는 그린에 공을 올린다. 좀처럼 보기를 범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박민지는 안전하게 파 온을 시키는 선수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핀을 공략한다. 홀 컵 주위에 공을 떨어뜨려 버디를 낚는다. 박민지는 평균 버디 부문에서 윤이나(19·3.91개)에 이어 2위(3.85개)다. 18개 홀 중 10개 홀이나 되는 파4 홀에서는 평균 버디 1위(20.36개)다.

지난주 우승을 차지한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은 그의 이같은 강점이 확실히 드러난 대회였다. 궂은 날씨 속에서 경쟁자들이 속속 실수로 자멸하는 과정 속에서도 박민지는 별다른 실수 없이 자신의 경기력을 유지하며 경기의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

 

 

◆‘체력 퍼스트’=박민지는 키가 160cm다. 다소 왜소한 체격이다. 하지만 체력은 국내 최상위권으로 꼽힌다. "여자 골프 선수 가운데 상위 1%의 체력과 근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어머니 김옥화씨로부터 물려받은 ‘선수 DNA’가 돋보인다. 김씨는 1984년 LA 올림픽 핸드볼 은메달리스트다. 박민지를 골프에 입문시키고 지금까지 뒷바라지해온 숨은 공신이다. 박민지는 인터뷰 때마다 "어머니의 운동 유전자를 100% 물려받았다"고 말한다.

어머니 김씨는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민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체대 축구 전공 대학생들과 똑같이 체력 훈련을 받았다. 아침 5시에 일어나 12시간 가까이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훈련했다.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의 훈련은 대표팀에서도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박민지는 "매일 10㎞ 넘게 뛰었다"는 설명이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엔 몸만들기에 더 공을 들였다. 비시즌 동안 주 5회 웨이트 트레이닝에 운동량도 2배로 늘렸다. 2시간 이상 달리기와 팔굽혀펴기, 턱걸이 등으로 기초 체력을 키웠다. 온몸이 근육질로 변하면서 ‘에너자이저’가 됐다. 박민지는 "스윙이나 자세 등 달라진 건 없다"면서 "체력 훈련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연장전 승부사’=박민지는 지옥 훈련을 견디며 억척같은 승부 근성을 키웠다. 중학교 3학년 때는 아버지 사업이 기울면서 1년 반 동안 레슨비를 마련하지도 못해 방황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3학년인 2016년 국가대표로 멕시코 세계 여자 아마추어 팀 선수권에 출전해 최혜진(23), 박현경(22)과 단체전 우승을 합작했다. 당시 박소영 대표팀 코치는 "우승에 대한 욕심, 승부 근성이 남달랐다"면서 "100m 이내 어프로치 샷이 굉장히 좋았다"고 떠올렸다.

박민지는 승부욕이 남다르다. 피말리는 연장전에서 괴력을 발휘한다. 지난 6월 BC카드 · 한경 레이디스컵과 지난달 메이저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지난주 메이저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까지 3개 대회에서 연장전 우승이다. 통산 연장전을 6차례 치렀고, 이 가운데 5승을 올렸다. 연장전 승률이 무려 83%다. ‘승부사’로 불리는 김세영(29)의 연장전 승률(75%)보다 높다. 좋지 않은 기억은 빨리 잊고 눈앞의 목표에만 집중한다. 박민지는 "연장전을 좋아한다"며 "연장에 가면 최소한 2등은 확보한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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