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높이 날아오른 '플라잉 덤보' 전인지
출처:매일경제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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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잉 덤보’ 전인지가 3년 8개월 만에 LPGA투어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AIG 위민스 오픈 준우승까지 차지하며 다시 높이 날아오른 전인지 선수와의 일문 일답.

● 올해 슬럼프를 극복하고 3년 8개월 만에 우승도 하는 등 선수로서 한층 성숙해진 느낌인데,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하나? 올해 많이 성장 했다기보다 잘될 때든 안 될 때든 배우는 것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것이 쌓여 올해 KPMG 우승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AIG 여자오픈 때는 타수가 많이 뒤처져 있던 상황에서 4차 연장까지 간 거라 아쉽긴 했지만 주변에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을 많이 해줘 힘이 됐다.

● AIG 여자오픈 당시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사실 AIG 여자오픈에 참가하기 전에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 부담감을 안고 경기를 했는데, 끝나고 나니 지 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다음 시즌에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목표 가 생긴 거고, 동기부여가 되면서 더 재미있게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 AIG 여자오픈 때 캐디 딘 허든과 저녁 내기를 한 것으로 안다. 내기가 플레이에 미치는 영향은? 많은 선수가 캐디들과 아이스크림이나 커피, 저녁 내기 등 소소한 내기를 한다. 나는 내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링크스 코스가 워낙 까다롭다 보니 연습 라운드 때 ‘보기 프리’를 하면 딘이 저녁 을 사는 내기를 했다. 연습 라운드 때는 내기를 하면서 좀 편하고 재미있게 치는 편이다. 하지만 대회에서는 내기를 한다고 더 집중하고 잘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클럽으로 어떻게 공략할지 눈앞에 놓인 샷에 집중하다 보면 내기를 하고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 후 PGA닷컴의 애비 파슨스가 ‘전인지의 골프 게임을 통해 아마추어 골퍼들이 배워야 할 점이 너무 많다. 아름답고 단순한 골프를 한다’라는 기사를 썼다.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지, 또 아마추어 골퍼를 위한 골프 팁이 있다면? 아쉽게도 기사는 못 봤다. 스윙은 드라이버와 퍼팅까지 일정한 리듬이 중요하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들의 스윙을 많이 보고 리듬감을 익히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플레이는 최대한 심플하게 운영하는 것이 좋다. 아마추어 분들 중에는 파5에서 투온을 노리다가 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자신 있는 거리에 들어왔을 때 핀을 보고 공략하는 것이 좋다.

● 올해 우승도 하고 성적이 좋다. 본인에게 선물한 것이 있다면? 굉장히 많은 선수가 대회장에서도 뭐 샀느냐고 물어본다(웃음). 그런데 아직까지 바빠서 못 샀다. 뭘 사고 싶은지도 아직 정하지 못해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 지난해 말 박선미 작가의 ‘9번째 지능’ 작품을 보고 감명을 받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으로 안다. 그림 작업이 골프에도 도움이 되나? 박선미 선생님께서 “인지 씨는 자신과 세상의 발전을 고민하는 9번째 지능, 즉 실존지능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얘기해주셨다. 그 얘기가 골프를 하는 데 많은 힘이 됐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내가 가진 9번째 지능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무엇 때문에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고 어떻게 계속해서 골프선수를 할 수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을 이어나가다 보니 내가 끝없이 물음표를 가지고 살아가고, 그런 물음표가 결국 나를 발전시켜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별명이 ‘호기심 많은 덤보’이지 않나. 어려서부터 스윙 코치에게 레슨을 받더라도 내가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묻고, 얼마나 해야 하는지 이해해야만 했다. 그림을 그린 뒤 내가 골프를 왜 하고 있고,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의심하지 않게 됐다. 그리고 선수마다 각자 골프와 삶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취미생활을 한다. 지금 나에게는 그림이 삶과 골프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것 중 하나다.

● 올해 12월 박선미 작가와 함께 전시를 하는 것으로 아는데, 전시회를 위해 어떤 작품을 그리고 있나? 연말에 하는 전시라 따뜻함을 전달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다 보니 감정에 따라 그림의 방향이 확 바뀌기도 하더라. 어느 날은 생각이 많은 날이었는데, 골프가 잘 안 풀렸을 때의 감정도 담아내고 싶더라.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 평소 자선과 기부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전시회 수익금도 기부할 생각인가? 그렇다. 그림을 판매한 수익금은 전인지 랭커스터 컨트리클럽 (LCC) 교육재단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 2015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인연으로 전인지 LCC 교육재단을 설립한 것으로 안다. 당시 21세의 어린 나이였는데, 한 번의 기부가 아니라 재단까지 설립하게 된 이유는? LCC 교육재단을 설립하기 전 내가 다닌 고려대에 먼저 기부를 했는데, 당시 학생들이 어느 곳에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 것인지, 예산은 어느 정도 드는지 아이디어를 내서 진행했던 것이 기억에 남았다. 내가 기부한 돈이 실질적으로 어느 분들께 도움이 됐는지 알게 되니 더 보람되고 좋았다. 처음에는 랭커스터에 1만 달러를 기부했는데, 지속적으로 인연을 이어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 재단까지 설립하게 됐다. 기부 모금 활동을 하러 갈 때마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는데, US여자오픈을 개최하는 USGA에서도 실제 US오픈 트로피를 보내주고 있다.

●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것 같다. 평소 책을 많이 읽거나 스피킹 훈련 같은 것을 받은 적 있나? 내 MBTI 유형을 들으면 사람들이 모두 놀라는 편이다. ESFP로 계획보다는 즉흥적인 것을 좋아하고 앉아서 책 읽는 것보다 직접 몸으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스피킹 훈련을 따로 받은 적은 없고 나를 오랫동안 가르친 박원 원장님이나 박선미 작가님 등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어휘력이나 표현력도 배우는 것 같다.

● MBTI가 ESFP라니 의외다. 코스 위에서의 모습은 계획적이고 꼼꼼한 성격처럼 보인다. 많은 분이 코스 위에서의 모습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일상에서도 그렇고, 경기할 때도 생각을 비우고 단순하게 하려고 한다 그게 더 골프에 도움이 된다.

● 친한 선수에게는 애교도 잘 부릴 것 같다. 맞다. 찐친에게는 애교도 많은 편이다. 그리고 항상 매니저에게 내 휴대전화를 분실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휴대전화에 혼자 춤추는 영상이나 망가진 이상한 사진이 있어서(웃음).

● 항상 미소를 지어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어려서부터 잘 웃었던 편인가? 어려서부터 잘 웃었던 건 아니다. 박원 원장님을 처음 뵈었던 18세 때는 표정이 찜찜하다고 해서 별명이 ‘찜찜이’였다. 그런데 어느 땐가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내가 화낸다고 골프가 더 잘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괴로워한다고 안 되던 골프가 잘 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남이 나에게 하는 부정적인 말보다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의 타격이 더 크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면서 웃었더니 실제로 좋은 일이 생겼다.

● 하반기 계획과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응원해주신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리고 싶다. 우승을 다시 하기까지 3년 넘는 시간이 걸렸는데,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남은 하반기 대회도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새로운 목표와 여정이 생겼으니 그 여정도 함께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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