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는 4R죠"…전략상 2R, 1차지명급 '잭팟'일 줄이야
- 출처:스포티비뉴스|2022-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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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면 한 4라운드 정도에 뽑을 수 있는 선수였죠. 우리는 10번이니까 전략적으로 1~2순번 앞에서 뽑은 게 (최)승용이였어요."
두산 베어스 좌완 최승용(21)이 연일 구단 관계자들을 미소 짓게 하고 있다. 그는 10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호투했다.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팀이 0-3으로 져 패전을 떠안았지만, 최승용의 투구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충분했다.
침착한 경기 운영 능력이 돋보였다. 최승용은 1회초 1사 1, 2루에서 최형우를 1루수 병살타로 처리할 기회에서 유격수 김재호의 1루 송구 실책이 나와 선취점을 내준 뒤 흔들리지 않고 KIA 타선을 꽁꽁 묶었다. 7회초 2사 후 황대인에게 안타를 내주고, 박동원에게 좌월 투런포를 허용한 게 뼈아팠으나 두산 마운드의 미래를 충분히 밝혔다. 최고 구속 146㎞에 이르는 직구(33개)에 슬라이더(22개), 체인지업(18개), 커브(15개) 등 다양한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잘 섞어 던졌다.
최승용은 2021년 신인 2차 2라운드 20순위로 입단할 때부터 물음표가 가득한 투수였다. 선수로는 늦은 나이인 중학교 3학년 때 선수 생활을 시작한 선수가 2라운드에 깜짝 지명됐을 때부터 ‘왜?‘라는 의문이 늘 함께했다. 선수 본인도 두산의 선택이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 최승용은 입단한 뒤 스카우트 관계자에게 "왜 나를 2라운드에 뽑았나요"라고 순수한 궁금증에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구단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복근 두산 2군 감독은 스카우트팀장 시절 기억을 더듬어 "우리는 계속 9~10번으로 지명하다 보니까 즉전감보다는 장기적으로 보고 뽑은 경우가 많았다. 상위 지명에서 투수 쪽으로 계속 가면 우리는 야수로 가고, 야수를 계속 뽑으면 우리는 투수를 뽑아야 했다"고 배경부터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 (최)승용이 같은 선수가 나온 것이다. 승용이는 다른 팀에서는 4라운드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는 지명에 한계가 있으니까 3라운드만 가도 승용이가 다른 팀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일찍 뽑았다"고 덧붙였다.
입단 당시 구속은 시속 140㎞ 초반대였고, 변화구는 완성도가 떨어졌다. 그런데 학습 능력이 좋아 엄청난 성장 속도를 자랑했다. 거의 전력 외 선수로 훈련하다 2군에서 한마디씩 호평을 듣기 시작하면서 김태형 두산 감독의 눈에도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처음 1군 마운드에 오른 뒤로는 쭉 1군 붙박이로 자리를 잡았다.
김 감독은 "지난해 마운드에 처음 올렸을 때 좋았다. 가진 공 자체가 1군에서 봤을 때 좋지는 않았는데, 마운드에서 전혀 긴장을 하지 않았다. 자기 공을 잘 던지길래 괜찮다 싶었다. 지난해 눈에 띄게 좋아졌던 것 같다. 올해는 구속에 욕심을 내면서 밸런스가 왔다 갔다 했는데, 힘을 빼고 가볍게 던지면서 다시 좋아졌다. 몸을 뒤집으면서 팔 스윙이 커지는 문제가 있었는데, 지금은 괜찮아졌다"고 칭찬했다.
두산 스카우트 관계자들은 "승용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뽑았던 선수가 일찍 터진 케이스다. 이런 경우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구단과 승용이 모두에 잘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승용은 올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마운드에 구멍이 난 곳이면 어디든 채웠다. 44경기에 등판해 77⅔이닝을 던졌다. 선발투수로는 11경기에서 47이닝을 던졌다. 로버트 스탁(154이닝)-최원준(137⅔이닝)-곽빈(115⅔이닝)-이영하(98이닝)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책임졌다.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진 못했지만, 사실상 올 시즌을 5선발로 보냈던 셈이다. 1차지명 출신인 최원준, 곽빈, 이영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최승용은 2년 사이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줬다.
최승용은 "크게 힘든 점은 없었다. 아무래도 부족한 것을 많이 느꼈다. 선발 등판할 때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체력이 떨어지면 제구도 흔들리고 구속도 떨어지니까 실점한 경우가 많았다. 그 점만 보완하면 지금보다 나은 피칭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최승용이 남은 시즌은 선발투수로만 뛸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영하가 학교 폭력 혐의로 기소돼 사실상 시즌 아웃된 여파다. 최승용은 이영하가 이탈한 뒤 선발 등판한 2경기에서 11⅔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호투하며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최승용은 시즌 내내 이어지는 김 감독과 구단 관계자들의 호평에도 "올 시즌 잘한 게 없는데, 그래도 내 나름대로 거침없이 던진 느낌"이라며 "선발로 승리를 챙기지 못하더라도 내가 좋은 투구를 하면 팀이 이길 수도 있고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팀 승리를 생각하면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남은 시즌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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