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 로테이션은 정말 재능이 넘친다. 나만 잘하면 된다. 선발 순서가 중요한 게 아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오프시즌 선발진을 확실하게 보강했다. 성적은 시즌이 개막해봐야 알 수 있지만 호세 베리오스와의 장기계약, FA 케빈 가우즈먼, 기쿠치 유세이를 영입하며 5선발 체제를 확실하게 꾸린 것만으로도 토론토의 의지를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년 간 에이스 역할을 했고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섰던 1선발 류현진은 평가절하 당했다. 지난해 후반기 부진을 씻어내고 반등할 수 있을지, 현지에서는 반신반의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볼파크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첫 시범경기 등판이 중요했다. 1회만 하더라도 류현진은 지난해 후반기의 부진을 고스란히 이어지는 듯 했다. 1회초 아킬 바두에게 리드오프 홈런을 허용했고 이후 연속안타를 얻어맞으며 3실점을 했다. 과거 ‘디애슬레틱’의 토론토 담당 기자이자 현재는 토론토 관련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앤드류 스토튼은 “3월인 것은 알지만 지난해 후반기의 걱정스러운 신호들이 다시 나타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1회를 극복하고 2회부터 3회까지, 류현진은 다시 반등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전했다. 2~3회는 모두 퍼펙트하게 틀어막았다. 1회 난조 이후 2회부터 3회까지는 제구력 영점이 잡히면서 타자들과 승부에서 우위를 점했다. 특히 3회 마지막 타자였던 로비 그로스먼을 상대로는 3개 연속 몸쪽 포심 패스트볼을 찔러 넣어 3구 삼진 처리했다. 과감하면서 정교한 제구력이 돌아왔다. 구속 역시 147.7km까지 찍혔다.

1회를 돌아보면 절망이었지만 2~3회는 희망이었다. 경기 후 류현진은 “지난해보다 몸 상태는 더 좋은 것 같다. 1회에 다소 데미지를 입었지만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었고 오늘은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다 했다”라며 “모든 구종을 다 던져봤는테 커터와 체인지업은 기대만큼 좋지 않았지만 그 외에는 괜찮았다”라고 이날 등판을 평가했다.

더 이상 1선발이 아닌 류현진이다. 1선발, 에이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수 있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했고 탄탄해진 팀 선발진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그는 “개막전 선발은 의식하지 않는다.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라면서 “우리 팀 선발진이 정말 재능이 넘친다. 나만 잘 하면 될 것 같다. 내가 할 일만 잘 한다면 올해 우리 팀은 정말 좋은 한 해를 보낼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직장폐쇄로 국애에서 친정팀 한화와 함께 훈련을 하다가 뒤늦게 팀 훈련에 합류했다. 코로나19 이슈도 있었지만 몸 상태를 착실하게 끌어올렸다. “오프시즌에 많은 운동을 했다”라며 “올해도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최소 실점을 기록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