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올림픽 금메달을 못땄다" 초2 여서정의 10년전 '성지글' 메모
출처:스포츠조선|202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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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못땄다.‘

10년 전 체조를 막 시작한 초등학교 2학년 ‘효녀‘ 여서정(19)의 ‘삐뚤빼뚤‘ 메모엔 올림픽 메달의 꿈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여서정은 1일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1~2차 시기 평균 14.733점으로 당당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8년 애틀란타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여홍철 경희대 교수와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김채은 전 여자대표팀 코치 사이의 두 딸 중 막내, 여서정이 마침내 꿈을 이뤘다. 사상 첫 올림픽 부녀 체조 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1차 시기 자신의 이름을 딴 최고난도 6.2점의 ‘여서정‘ 기술(손 짚고 앞돌아 몸펴 앞공중 돌며 두 바퀴 비틀기)에 도전했다. 난도 6.2점은 여서정이 유일했다. 2019년 코리안컵에서 기술을 등재한 후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이 기술을 첫 올림픽 무대에서 보란듯이 꽂아내며 1-2차 시기 평균 14.733점으로 레베카 안드라데(브라질· 평균 15.083점), 마이케일러 스키너(미국·14.916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2일 어머니 김채은 코치는 지난 10년간 부적처럼 고이 간직해온 ‘서정이의 메모‘를 공개했다. "서정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내가 지도자로 미국 대회에 다녀오면서 기념으로 메모지를 사왔다. 체조에 막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서정이가 방에서 찍찍 그어가며 혼자 쓴 메모"라고 했다. ‘아빠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못땄다. 내가 체조를 열심히 해서 올림픽에 출전하여 금메달은 아니어도 메달을 따서 아빠 목에 걸어드릴 것이다.‘







김 코치는 기특한 딸 여서정이 ‘여서정‘ 기술을 꽂아내며 대한민국 여자체조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건 이날, 이 메모를 다시 꺼내봤다. 거짓말처럼 그날의 약속이 지켜졌다. 김 코치는 "‘금메달은 아니어도 메달을 따서‘라는 부분까지 기막히게 정확하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서정이답다. 본인이 생각해도 그 나이에 금메달은 너무 크게 느껴졌나 보다"라며 웃었다. 김 코치는 "‘시크릿‘이라는 책처럼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것,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된다는 것…. 동메달 순간 서정이 아빠와 10년 전 서정이의 메모를 공유하며 너무 감사해 했다"고 털어놨다.

국가대표 출신 여자체조 지도자로 일하며 여자체조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어머니가 된 김 코치는 한국 여자체조의 염원을 이뤄낸 딸의 쾌거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대한민국 여자체조 사상 첫 올림픽 종목 결선 진출에 사상 첫 메달이라니, 이틀 내내 축하를 받으면서도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 이정식 감독님을 비롯해 코치 선생님들이 너무 고생하셨다"며 감격해 했다. "경기 전날 서정이와 영상통화를 했다. 계속 엉덩방아를 찧어서 자신감이 떨어졌었다면서 마지막 훈련에서 ‘여서정‘ 기술 착지에서 섰다는 소식을 전하더라"고 했다. 여서정은 미국 에이스들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미국 애들은 왜 그렇게 잘하냐"고 김 코치에게 투정섞인 질문을 건넸다. 김 코치는 "우린 전국에 여자체조 선수 다 합쳐서 500명이 안돼. 미국은 체조클럽 하나에 500명, 그런 클럽이 몇천 개야. 그러니 당연한 거야. 절대 주눅들지마. 네가 정말 너무너무 잘하고 있는 거야"라며 딸의 기운을 북돋웠다. "서정아, 다른 선수 절대 쳐다보지마. 체조는 자기 기술과 싸우는 거야. 네 기술만 하면 돼"라고 조언했다. 체조모녀는 "아자!아자!"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이후 24시간, 정작 긴장된 건 ‘엄마‘였다. "긴장돼서 잠도 잘 못잤다. 내가 경기를 뛰는 것처럼 물 떠놓고 기도하면서 10번도 넘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며 웃었다. "결선에서 ‘여서정‘ 기술을 내가 머릿속에 그린 그대로 팔 딱 내리고 내려서는 순간 너무나 기뻤다. 꿈만 같았다"고 했다. "도핑검사 후 밤늦게 전화한 딸이 ‘메달이 너무 예뻐서 꼭 갖고 싶었다‘면서 ‘아빠 메달에 여신(니케)은 앉아 있는데, 내 꺼는 서 있어. 엄청 예뻐‘라며 조잘조잘 이야기하는데 너무 기특했다"며 미소 지었다.

김 코치는 딸의 쾌거가 여자체조 현장의 발전으로 이어지길 소망했다. "대표팀에서 가르쳤던 제자가 축하전화를 해서 ‘우리 애도 시켜봐야겠다‘ 하더라. 자녀에게 체조를 시키는 체조인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서정이의 이 메달로 어린 후배선수들이 더 큰 자신감과 동기부여를 갖게 됐으면 좋겠다. 여자체조에 대한 인식도 좋아지고 저변도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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