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 국내
선동열도 몰랐던 소년, 영구결번 레전드 만든 아버지 "자랑스럽다 아들아"
출처:OSEN|2021-06-01
인쇄




지난달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입구부터 구장 내 곳곳에서 숫자 ‘52‘가 가득 새겨졌다. KBO리그 역대 최고 우타자 김태균(39)의 은퇴식을 맞아 한화 구단은 그의 등번호 52번을 영구결번했다. 한화 구단 역대 4번째이자 KBO리그 40년 역사를 통틀어서도 15명밖에 누리지 못한 영광이다. 이날 SSG전 경기 시작 후 매시 52분이 될 때마다 팬들은 1분간 기립박수로 김태균의 영구결번을 기념했다.

김태균은 "야구 시작할 때 어떤 번호를 달아야 할지 생각도 못할 때 아버지가 정해주셨다. 아버님 개인 생각 같은데 둥글둥글해서 복이 안 빠져나간다고 추천해주셨다"며 "어릴 때는 솔직히 좋은 번호, 예쁜 번호, 한 자릿수 번호를 달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항상 반대하셨다. 그래서 계속 52번을 달았는데 그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지금의 김태균을 만들어준 번호"라고 말했다.




아들의 은퇴식을 참석하기 위해 모처럼 이글스파크를 찾은 김태균의 부친 김종대(67) 씨도 감격했다. 김종대 씨는 "52번은 어디 가서 받아온 숫자가 아니고 내가 골라준 것이다. 아들이 어릴 때부터 등판이 크고 넓었다. 52번이 둥글둥글해 딱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골라준 번호인데 (영구결번 되면서)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천안 남산초 2학년이던 1990년 야구를 시작했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이 해태 왕조를 이끌던 시기였지만 김태균의 표현을 빌리자면 ‘선동열이 누군지도 모를 때‘. 야구에 관심이 없었던 9살 소년은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야구를 시작했다. 김종대 씨는 "내가 야구를 좋아했다. 동대문 야구장이 있을 때 청룡기 고교야구를 보러 자주 갔던 기억이 있다. 태균이도 내가 데리고 가서 야구를 시작했다"며 오래 전 일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억지로(?) 시작한 야구가 김태균의 인생이 됐다. 그는 "아무 것도 모를 때 아버지가 야구를 시키셨다. 그 어린 나이에 방황 아닌 방황도 했지만 초등학교 감독님과 아버지가 잘 잡아주셨다. 중학생이 되면서 이 길로 가야되겠구나 하고 마음을 먹었다. 그 뒤로 부모님 속을 썩이거나 야구 외에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야구만 보고 살았다"고 회상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천안 교외의 공터에 훈련장도 직접 만들었다. 학교 훈련이 끝난 뒤, 쉬는 날에도 아버지와 아들이 이곳에서 타격 훈련과 캐치볼을 했다. 집에 가도 훈련은 끝나지 않았다. "운동 끝나고 와도 스윙 1000개씩 안 하면 잠을 못 자게 하실 정도로 아버지 열정이 대단하셨다"는 게 아들의 기억. KBO 역대 최고 우타자는 결코 타고난 재능이 아닌, 노력과 땀의 결실이었다.




아버지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성장한 아들은 북일고 3학이었던 2000년 연고팀 한화로부터 1차 지명을 받았다. 당시 입단 계약금은 1억6000만원. 같은 해 2차 1번으로 한화에 지명된 부산고 투수 김백만(2억원)보다 계약금이 적었다. 아버지는 신인 계약 마감일, KBO로 서류를 넘기는 순간까지 구단 사무실에서 줄다리기를 벌였다. 원래 1억5000만원이었던 계약금은 그렇게 1000만원 올랐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아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싶은 게 아버지 마음이었다.

김태균의 초청으로 이날 은퇴식에 참석한 정영기 당시 한화 스카우트 팀장은 20년 전을 떠올리면서 "그때부터 태균이는 타격 재능이 남달랐다. 몸이 앞으로 나가지 않고 제 자리에서 턴하는 폼이었다. 장종훈 다음에 1루를 볼 재목으로 2~3년 정도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첫 해부터 바로 잘했다"며 "고교 때 타격은 좋았지만 수비, 주루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계약금이 김백만보다 적었던 이유다. 태균이 아버지와 (스카우트, 계약금 문제로) 계속 만났는데 그게 벌써 20년이 됐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정 전 팀장과 김종대 씨는 이날 야구장 입구에서 모처럼 만나 반갑게 해후했다.




아들이 프로에 간 뒤 아버지는 뒤에서 묵묵히 바라만 봤다. 김종대 씨는 "내가 원체 앞에 나서지 않는 성격이라. 태균이 본인이 다 알아서 한 것이다"며 아들의 업적은 오롯이 아들의 몫이라고 했다. 아들은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내심 미안했다. "현역 때 워낙 예민해서 가족들이 야구장 와서 보시는 걸 부담스럽고 어색해했다. 그동안 저 때문에 온 가족이 고생했다. 앞으로는 조금 더 편하게, 본인들을 위해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아들 몰래 야구장을 찾던 아버지는 자신이 골라준 52번이 영구결번된 날 웃으며 아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았다.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묵묵히 참고 인내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아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앞으로 네가 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 충실하고, 열심히 살아주길 바란다. 고생 많았고, 사랑한다"는 말로 영원한 레전드로 남은 아들의 은퇴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 축구
  • 농구
  • 기타
팔레스타인전 앞둔 홍명보호, 맥 끊긴 '9번 자리' 주인공은?
팔레스타인전 앞둔 홍명보호, 맥 끊긴 '9번 자리' 주인공은?
올해 마지막 A매치인 팔레스타인전을 앞둔 홍명보호가 맥이 끊긴 최전방 공격수 '9번(스트라이커)' 자리를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사생활 논란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된 황의조 이...
‘2024년 54골’ 유럽 흔드는 ‘제2의 즐라탄’ 요케레스, 빅클럽 구애 뜨겁다
‘2024년 54골’ 유럽 흔드는 ‘제2의 즐라탄’ 요케레스, 빅클럽 구애 뜨겁다
‘제2의 즐라탄’으로 불리는 스웨덴 공격수 빅토로 요케레스(26·스포르팅)가 2024년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클럽과 국가대표를 가리지 않고 나서는 경기마다 골을 펑펑 터뜨리며 올...
포항시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에 대규모 응원단 파견
포항시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에 대규모 응원단 파견
경북 포항시는 18일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에 진출한 스틸러스 축구단을 응원하기 위해 대규모 응원단을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오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
마약 자수한 김나정, 조만간 소환조사 진행… 경찰 "일정 조율 중"
마약 자수한 김나정, 조만간 소환조사 진행… 경찰
경찰이 필리핀에서 마약을 투약했다고 자수한 방송인 김나정에 대해 조만간 소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18일 뉴스1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이날 "현재 소환 일정을 조율 ...
클라라, 밀착 크롭티로 볼륨감 자랑…흑백 뚫는 숏컷 미모
클라라, 밀착 크롭티로 볼륨감 자랑…흑백 뚫는 숏컷 미모
배우 클라라가 완벽한 미모를 자랑했다.클라라는 11월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근황이 담긴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공개된 사진 속 클라라는 흰색 크롭티를 입은 채 글래머러스한...
"확 다 엎어버릴까" 아름, 티아라 왕따 재점화 이후 의미심장한 글
[POP이슈]
그룹 티아라의 왕따 사건이 12년 만에 재점화된 가운데, 아름이 의미심장한 글을 남겨 주목받았다.지난 17일 아름은 자신의 SNS에 "사태 파악을 못 하고 계속 열받게 하네. 확 ...

www.7MKR.com

주의: 저희 사이트와 관련이 없는 광고를 통하여 거래하셨을 경우에 생긴 손실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Copyright 2003 - 판권 소유 www.7mkr.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