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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괴물'로 돌아온 윤경신 감독 "핸드볼 알리기, 절반쯤 성공했어요"
출처:한국일보|20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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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 종주국 독일이 사랑한 ‘핸드볼 레전드’ 윤경신(48) 두산 감독이 이번엔 TV 예능프로그램에서 ‘괴물 용병’으로 전성기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뽐내고 있다.

윤 감독은 최근 TV 예능프로그램 ‘뭉쳐야 쏜다‘에서 스포츠 스타들이 결성한 농구팀 ‘상암 불낙스’의 용병 센터로 출연했다. 윤 감독은 ‘속공 플레이를 위해 엔드라인에서 장거리 패스를 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는데,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왼손 롱 슛으로 단 한번에 골을 넣어버렸다. 농구 코트 엔드라인에서 상대편 엔드라인까지 28m. 도움닫기 거리 1m를 제외하더라도 무려 27m짜리 초장거리 슛을 한번에 성공시킨 것이다.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다’ ‘역시 레전드는 다르다’ ‘예능신이 강림했다’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윤 감독은 3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진행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백보드나 림을 맞힐 자신은 있었지만, 골까지 연결될 줄은 몰랐다. 정말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방송 후 핸드볼 통합 우승 때보다 더 많은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며 “핸드볼을 좀더 대중에게 알리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는데, 이젠 젊은 팬들도 많이 알아보신다. 절반쯤 목표를 달성한 것 같다”며 웃었다.

키 203㎝에 몸무게 126㎏의 압도적인 높이와 힘, 그리고 여전한 민첩성을 선보이며 팀의 확실한 센터로 자리매김했다. 외부 동아리 팀과의 실전에서는 팀 득점 34점 가운데 무려 22점(65%)을 혼자 쓸어 담는 괴력을 뽐냈다. 특유의 골밑 득점과 리바운드 외에도 정교한 외곽슛과 자유투까지 ‘괴물 용병’이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체력이 조금 달렸다. 윤 감독은 “코트에서 정식 경기를 치른 것은 거의 10년만”이라며 “기존 센터 (방)신봉(전 배구선수)이와 교체 투입하기로 했는데 허재(상암 불낙스 감독) 형이 승부에 욕심이 생기는지 빼주질 않았다”면서 “농구 코트를 오가며 풀타임을 버텨내기 쉽지 않았다. 나중엔 ‘나도 한 팀의 감독인데 너무 한다’ 싶더라”라며 웃었다.

팬들 사이에서는 ‘핸드볼이 아닌 야구나 농구, 배구를 했어도 레전드였을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그의 뛰어난 운동신경과 타고난 피지컬에 당시 배구·농구팀 감독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았다고 한다. 윤 감독은 “사실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하지만 핸드볼로 스포츠에 입문했고 국가대표에 해외 진출까지 했다. 그런 핸드볼에 의리를 지켰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팬들에겐 생소하지만 ‘선수 윤경신’은 사실 대한민국 구기 종목 역사를 통틀어도 최고의 레전드다.

경희대 4학년 때인 1995년 말 독일 핸드볼 분데스리가 굼머스바흐에 입단했다. 처음엔 키(203㎝)에 비해 체중은 100㎏이 채 되지 않아 왜소했다고 한다. 유럽 거구들과의 몸싸움을 버틸 수가 없다고 판단한 윤 감독은 몸집을 불렸다. 그는 “113~115㎏까지 찌우니, 민첩성은 유지하면서 몸싸움도 버틸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후 독일 리그 최초의 동양인 선수로 12시즌을 활약하면서 통산 2,905득점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또 득점왕을 무려 8차례나 거머쥐었다. 2000~01시즌엔 한 시즌 최다 득점 역대 1위(324득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윤경신을 막을 방법은 반칙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의 활약과 함께 14위(16개팀 중)였던 소속팀의 성적은 3위까지 ‘점프’했다.

당시 독일에선 ‘축구 다음 핸드볼’일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가 높았다. 큰 구장은 1만8,000여 관중석이 매주 꽉 들어찼다고 한다. 2m가 넘는 동양인의 대활약에 당연히 팬들의 이목이 쏠렸다. 윤 감독은 “유럽 선수만큼 강력하진 않았지만 빠르고 정교하며 실책이 적었다”면서 “처음 보는 동양인이 색다른 플레이를 보여주니, 유럽 팬들이 특이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실제로 10년 몸담았던 굼머스바흐와 연봉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이적설이 흘러나오자 팬들은 ‘성금을 모아서라도 연봉을 주자’는 움직임까지 있었다고 한다.

독일 팬들은 ‘토레아’(Torea)라는 별명도 선사했다. ‘골’을 뜻하는 독일어 토르(das Tor)와 코레아(Korea)의 합성어로, ‘한국인 골잡이’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그를 뜻하는 별칭이 없었다. 윤 감독은 “그만큼 한국에서 핸드볼이 비인기 종목이었기 때문”이라며 헛헛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최근엔 유명 농구 만화 캐릭터의 이름을 따온 ‘윤치수’ (윤경신+채치수) ‘윤덕규’(윤경신+변덕규) ‘괴물 용병’ 등 별명이 쏟아진다. 윤 감독은 “팬들이 관심을 갖고 지어주신 만큼 하나하나 모두 소중하고 감사하다”며 웃었다.




지도자로서도 최초·최다 등의 기록 행진 중이다. 귀국 후 국가대표팀 플레잉 코치를 거쳐 2013년 두산 감독에 취임했는데 △한 시즌 22전 전승 우승(2018~19) △6시즌 연속 통합우승 등 금자탑을 쌓았다.

최고의 선수였지만 아쉬운 점은 있다. 1992년과 2000년 04년 08년 12년까지 모두 5차례나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정작 메달은 없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그가 이끈 대한민국은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그나마 아시안게임 5개의 금메달이 위안거리다. 윤 감독은 “올림픽에선 6위, 세계선수권은 8위가 최고 기록”이라며 “아마추어 선수에게 올림픽이 갖는 의미가 큰데 올림픽 메달이 없어 정말 아쉽다”고 털어놨다.

남자 핸드볼의 미래에 대한 소견도 조심스럽게 내놨다. 윤 감독은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이 경험치 부족으로 여전히 베테랑 선수들을 넘어서지 못하는게 현실”이라며 “당장의 성과에 급급할 게 아니라 10년을 내다보고 젊은 선수들에게 국제 대회 등 다양한 경험을 꾸준히 쌓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대중들에게 핸드볼의 재미를 알리지 못해 아쉽다”면서 “나중에 ‘핸드볼 예능’ 프로그램이 나온다면 핸드볼 발전을 위해서라도 기꺼이 감독 지휘봉을 잡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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