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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비난 받은 2인자는 '1인자'로 떠났습니다
출처:일간스포츠|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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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50) 울산 현대 감독이 아름답게 떠났다.

울산은 19일 카타르 도하의 알 자눕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결승 페르세폴리스(이란)와 경기에서 2-1 역전승을 일궈내며 우승했다.

울산은 전반 45분 상대 압디 카라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전반 추가시간 주니오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동점 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후반 9분 주니오가 다시 한번 골 맛을 보며 역전했다. 2-1 승리. 울산은 2012년에 이어 8년 만에 ACL 우승컵을 품었다.

기록 풍년이었다. 4골·3도움을 기록한 윤빛가람은 MVP에 선정됐고, 7골을 기록한 주니오는 득점왕에 올랐다. K리그는 전북 현대가 2016년 우승을 차지한 지 4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다시 등극했다. K리그는 총 12회 우승으로 AFC 가맹국 리그 최다 기록을 썼다.

ACL이 재개되기 전 울산이 이토록 비상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ACL을 앞두고 울산의 분위기가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울산은 K리그1(1부리그)과 FA컵에서 전북에 우승컵을 내줬다. 축구계의 시선은 아시아 최초의 ‘트레블(리그·FA컵·ACL 동시 우승)‘에 도전하는 전북에 쏠렸다. 울산은 들러리에 불과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결정적인 경기에서 항상 실패한다", "좋은 멤버를 가지고도 소극적인 전술을 편다", "울산 감독의 자격이 없다" 등의 악평이 이어졌다. 역대 ACL에 나서는 감독 중 이렇게 그 정도의 비난을 받은 이는 없었을 것이다.

점잖은 표현 중에서 ‘2인자‘라는 꼬리표도 있었다. 2020시즌 K리그1 준우승과 FA컵 준우승을 포함해 김도훈 감독은 울산에서 총 4번의 준우승을 기록했다. 2017년 울산 부임 첫해 구단 최초의 FA컵 우승을 차지한 건 잊힌 지 오래였다.




"카타르에 오지 않으려고 했었다."

김도훈 감독은 ACL 우승 후 이렇게 고백했다. ACL이 재개되기 전 그는 고민했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최악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자신의 사퇴일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감독 사퇴라는 ‘충격 요법‘으로 선수단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면 기꺼이 감내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홀로 도망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이 ACL을 마친 뒤 울산을 떠나야 하는 걸 알면서도 시간을 대충 때우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투혼을 모두 쏟아 부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전북이 일찌감치 탈락한 상황에서 울산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조별리그 2차전부터 결승까지 9경기에서 전승을 거뒀고, 9경기 연속 2골 이상을 넣는 ACL 신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올랐다. 기적 같은 반전이었다. 김도훈 감독의 책임감, 그리고 선수들의 열정이 합쳐져 마법 같은 힘을 만들었다. 우승 확정 후 주니오가 흘린 뜨거운 눈물이 울산의 묵은 감정을 말해주고 있다.

2인자로 낙인찍혔던 김도훈 감독은 그렇게 ‘1인자‘가 됐다. K리그와 FA컵보다 큰 무대, 가장 우승하기 어려운 국제대회에서 김도훈 감독은 당당하게, 최고의 화력을 선보이며 챔피언이 됐다. 울산뿐 아니라 한국 축구의 명예도 지켜냈다.

그는 우승 소감에 앞서 사과의 말을 건넸다. 김도훈 감독은 "준우승을 두 번 해서 분위기가 침체했다. 힘들었지만, (대회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먼저 팬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번 우승으로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열심히 뛴 선수들, 뒤에서 희생한 선수들, 부상으로 돌아간 선수들, 한국에 남은 선수 모두가 자랑스럽다"며 "부족한 감독과 함께하며 고생한 코칭스태프들도 정말 고생 많았고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원 스태프와 직원들, 클럽하우스에서 힘써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자신의 치적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1인자로 올라선 직후 김도훈 감독은 떠났다. ACL 결승을 끝으로 그와 울산의 4년 동행은 끝났다. 울산 구단은 "김도훈 감독은 페르세폴리스와 결승을 끝으로 계약 기간이 끝나 감독 역할을 내려놓게 됐다"고 발표했다. ACL 정상에 서기는 했지만, 2년 연속 K리그1 준우승에 머문 아쉬움을 털어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김도훈 감독과 울산은 아름다운 이별을 만들었다. ACL 우승으로 강호의 위상을 보여준 울산은 내년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아시아 정상에 오른 김도훈 감독의 가치도 재평가되고 있다. 울산은 지도자로서 선수단을 이끈 김도훈 감독에게 카타르 현지에서 감사패를 전달하며 그간의 노고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김도훈 감독은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울산에서의 4년에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내서 기쁘다. 결과가 좋을 때나 그렇지 못할 때나 항상 응원해주시고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울산 구단의 건승을 빌며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도훈 감독은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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